[공연 리뷰] '관객+연출+배우'의 '죽고+싶지+않아'
박앵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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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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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제공)
2016년 초연 이후 2018년 재연을 거쳐 이번에 삼연을 기록한 국립극단의 대표 청소년 공연 <죽고 싶지 않아>가 9월 8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이 3번째 공연이지만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국가의 미래라 지칭되는 청소년들이 입버릇처럼 되뇌는 ‘죽고싶다’라는 말에서 착안해 기획되었다. 국립극단은 관람객이 청소년이라는 부분을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 공연에 적극 반영했다. 또한 서울 지역 뿐 아니라 지방의 청소년들의 생각도 함께 곁들여 완성도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국립극단 제공)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부터 어디선가 울려오는 소리의 정체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알고 보니 극장 안에서 공연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틀어놓은 장치였다. 공연은 90분간 쉼 없이 흘러가는데,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하며 관객들을 무대 속으로 잡아당긴다. 실제 청소년의 낙서를 무대 전면에 그대로 구현해 청소년들이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괴리감을 줄였다.
댄스 시어터 <죽고 싶지 않아>는 안무가 류장현이 청소년 시각에서 접근해 삶과 죽음을 설명하고 청소년들의 자아를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든 공연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청소년을 위한 공연은 아니다. 자신이 누군지 찾아가는 과정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 쯤, 아니 평생을 고민하며 경험하기 때문이다.
(국립극단 제공)
댄스 시어터란 무용작품에서 연극 대사를 구사하는 융합된 장르를 말한다. 기존의 무용 공연은 대사가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무용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난해함을 느낄 수 있다. 댄스 시어터는 무용의 중간에 대사를 섞어 안무 속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 기승전결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감정이나 사회적 이슈 등 여운을 남기는 쪽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
삶과 죽음은 늘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 삶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은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 죽음을 갈망하는 몸짓으로 느껴졌다. ‘몸을 움직인다’는 행위 자체는 삶과 직결된다. 죽은자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극단 제공)
그러나 공연을 보는 내내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제목과 대치되는 몸부림이었다. <죽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극을 보는 내내 들어오는 메시지는 ‘죽고 싶다’였다. 삶을 향해 몸부림칠수록 죽음에 대한 메시지는 명확하게 전달됐다.
물론 공연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받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무대 위 배우들의 몸짓만으로도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가 터져 나오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로 전환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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