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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랑_이야기(8)] 그 많던 히피는 어디로 갔나 (현석의 이야기)

칼럼니스트 손양화, 임현석 승인 2020.08.02 11:55 | 최종 수정 2020.08.01 11:56 의견 0
https://www.youtube.com/watch?v=5ni2JAWdEus

내(현석)가 미국 문화에 빠지게 된 시기는 미국 락 음악을 즐겨들었던 고등학교 때였다. 고등학생 때 밴드부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면서 60년대부터 90년대의 미국 락 음악을 즐겨 들었는데, 자연스레 긴 장발머리와 화려한 치장 같은 스타일뿐만 아니라 히피 같은 삶에 대한 로망도 생겼다. 락은 나에게 위안을 주는 소울음악이었고 샌프란시스코는 언젠가 가야할 곳이었다.

아이트 애쉬베리 스트리트 기행  (양화랑 제공)

어린 시절의 로망이 가득 담긴 하이트 애쉬베리 스트리트를 걸었는데 사실 특별할 건 없었다. 무엇을 기대한 걸까. 그러다 마지막에 들린 레코드 가게 <Amoeba Music>은 하이트 스트리트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공간으로 느껴졌다. 과거 명성이 자자했던 수많은 락 뮤지션의 LP판들과 굿즈가 가득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둘러보다 양화님 눈치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나왔다.

락 뮤지션의 LP판과 굿즈가 가득한 <Amoeba Music>  (양화랑 제공)

오는 길에 눈여겨 봐둔 메그놀리아 브루어리를 들렀는데, 로컬 사람들에게 꽤나 사랑을 받는 로컬 맥주 브랜드임을 증명하듯 자리가 만석이었다. 겨우 자리를 찾아 앉은 다음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997년에 오픈해서 23년의 역사를 가진 로컬맥주였다. 공간도 1903년에 지어진 건물로 히피 무브먼트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드러그스토어 카페(Drugstore Cafe)로 당시 히피들이 즐겨 찾던 스팟 중 하나였다. 메그놀리아 브루어리는 화려한 인테리어로 탈바꿈하기보다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내 멋스러움을 더했다.

매그놀리아 브루어리에서  (양화랑 제공)

‘이게 다인가?’

히피의 본 고장에 왔다는 감흥은 컸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졌다. 문득 인도 배낭여행을 하며 2주간 머물렀던 ‘사다나 포레스트’라는 곳이 생각났다. 사다나 포레스트는 오로빌(Auroville)이라는 도시가 궁금해서 들렸다가, 공동체 생활이 흥미로워 이끌리듯 자원봉사를 하며 지낸 곳이다.

※오로빌(Auroville):
인종, 성별 등에 차별 없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미라 알파사(Mira alfassa)와 인도 철학자인 스리 오로빈도(Sri Aurobindo)에 의해 설립된 공동체 마을

https://www.youtube.com/watch?v=vjQKlqG2pLo

사다나 포레스트는 여름에는 우기로 잦은 홍수가 발생하고 숲이 자라나기 척박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농업기술을 전파하고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일궈가고 있다.

사다나 포레스트에 들어간 첫 날, 몇 가지 규칙을 알려줬는데 지속가능한 삶을 모토로 하기에 모든 음식은 채식으로만 하며 환경을 위해 '친환경'이라 적힌 제품조차도 써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휴지조차 자연분해가 가능한 휴지가 아니면 안 되기에 물과 손을 권했다.

일과도 특이했는데 자원봉사였지만 하루 4시간만 일하는 걸 원칙으로 하며 각자가 주어진 업무 중 할 일을 스스로 정했다. 자기가 열고 싶은 워크샵이 있으면 누구나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열 수 있고 자유롭게 참여도 가능했다. 이상적인 공동체의 삶 같았다.

(출처: Sadhana Forest 페이스북)

그렇게 2주간 전혀 생각지도 못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면서, 여기가 히피들이 그렇게 꿈꾸던 평화와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이상향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 보니 오로빌이나 사다나 포레스트에서는 우연히 들렀다가 꿈꿔왔던 공동체 생활에 매료돼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스트레스도 없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이상적인 삶이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너무 오래 있다가는 현실에 적응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고민을 할 수 있었다.

60~70년대 하이트 스트리트를 비롯해 거리에서, 공원에서 그렇게 평화를 외치던 히피들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평화와 공동체 생활을 꿈꾸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어떻게 가치를 실현해나갈지 많은 고민과 시도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샌프란시스코에는 그 시절 히피는 없지만 그들이 지향했던 가치는 사다나 포레스트같은 프로젝트나 파타고니아 같은 브랜드로 현실 세계에 유산으로서 남아있는 게 아닌가 싶다.  (계속)

https://vimeo.com/31888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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