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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희생을 해야 군대가 바뀔까요? 전쟁도 안 났는데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왜 민간전문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는가?”(2)

강동희 기자 승인 2018.09.02 16:57 | 최종 수정 2019.07.04 10:39 의견 0

지난해 8, 강원도 철원에서 훈련중인 K-9 자주포가 폭발하여 3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가장 큰 부상을 입은 이찬호 씨는 배우의 꿈을 가진 청년이었으나 얼굴과 팔, 온몸의 심각한 화상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무기한 연기하게 됐다.

 

이찬호 씨 본인의 SNS를 통하여 이런 사연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부상 장병에 대해서는 전역 후 6개월까지만 치료비를 지원하도록 한 현행법 때문에 그가 전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음이 JTBC 등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여론은 공분했고, 그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포함한 충분한 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할 것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에 무려 3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참여했다.

 

이찬호 씨의 사연은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친 이들에 대한 현 대한민국의 처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군병원은 총탄과 폭발물을 취급하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에도 화상 전문 의료 인력을 충분히 두지 않아 고작 예닐곱 명의 화상 환자조차 동시에 취급하지 못했다.

 

민간병원으로의 이송이라도 서둘러야 했으나 중상자들을 만 하루 동안 방치하기까지 했다. 부상을 최소화하고 회복을 서두를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결국 지켜내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청와대나 보훈처의 발표만 놓고 보면 사망한 장병들과 부상에서 회복 중인 장병들이 자동으로 국가유공자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국가유공자 신청 방법조차 안내해주지 않아 피해자가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 신청 절차를 학습한 후,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접수해야 했다. 심지어 이 사연이 알려진 것도 피해자 본인이 사고 직후의 처참했던 모습을 인터넷에 스스로 공개하면서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청와대 청원 이후의 정부의 답변 또한 대단히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유공자 지정 및 의료비 지원 등에 대하여 충분히 지원하고,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언론 역시 이찬호 씨의 부상 부위와 치료 장면 등 보기 좋은 그림을 만드는 데만 관심을 보이고 정작 생존자 이찬호 씨의 목소리는 뒷전으로 미룬 경우도 많았다.

 

이에 시사N라이프는 우리의 질문을 최소화하고, 이찬호 씨가 나라와 국민들께 전하고픈 말을 오롯이 담기로 했다. 청와대 청원 답변자들의 태도, 청원에 참여한 국민들에 대한 그의 마음 등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그의 진심을 여과없이 독자 여러분께 전한다.

 


 

 

▶ 강동희 기자(이하 시사N라이프): 청와대 답변이 나온 이후 찬호씨의 안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 이후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 이찬호: 두 달 쯤 전에 눈 수술을 했는데요, 아직까지 안구함몰, 시력저하, 복시현상(*: 물체가 여러 개로 보이는 현상) 등의 증상이 있는 상태입니다. 수술한 쪽의 신경 손상이 많아서 불편을 겪고 있고요. 화상 흉터는 긴 시간을 두고 치료해야 할 것 같아요. 정말 시간이 약일 것 같습니다. (유공자 신청 및 치료비 지원 등의 경우) 제 입장에서는 계속 기다림의 연속이더라고요. 청원 답변까지 나온 상태인데도, 여전히 기다리라고 밖에 답을 안 합니다. 이틀 전에 유공자 등급을 확인하기 위한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어요. 그 결과 또한 계속 기다리라고 밖에 답을 못 받아서, 인내하면서 계속 기다리는 상황이에요.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 시사N라이프: 기다림이 막막하실 것 같습니다.

 

이찬호: 그렇죠. 저 뿐만 아니라 제 가족 전체의 문제니까요. 더 나아가서는 제 지인들까지도 힘들어 하고요. 지금 거의 1년이 다 되가는데 유공자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다림에 기약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요. 피해자로서 몸 건강도 챙기기 힘든데 아무런 확답도 없이 기다리려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죠.

화상전문의 턱없이 모자란 군병원

민간병원으로의 이송 위한 골든타임도 놓쳐

 

▶ 시사N라이프: 사건의 경위를 찬호 씨의 목소리로 듣고 싶습니다.

 

☞ 이찬호: 작년 818일이었습니다. K9 자주포의 포구 초속을 재는 사격훈련을 받고 있었어요. 6발을 사격하는 훈련이었습니다. 요즘도 날씨가 엄청 더운데 그 날도 상당히 더웠거든요. 뙤약볕에서 사격훈련을 진행했고요.

 

6발 중에서 첫 번째, 두 번째 발까지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세 번째 발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폐쇄기 쪽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연기가 내부로 들어오고, 격발 버튼을 누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탄이 나갔습니다. 기계의 오작동으로 인한 스파크로 아래에 있던 장약들을 연소시키면서 자주포 내의 밀폐된 공간에서 폭발이 일어나게 된 거죠. 3개 정도가 터졌는데, 자주포의 문이 철강문인데도 불구하고 그 문이 몇십 미터 날아가고, 자주포 자체도 두 동강으로 부서졌습니다. 전쟁터 같았어요.

 

눈을 뜨려 했는데 섬광 때문에 앞이 하나도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촉각에 의존해서 나왔는데 그 때문에 손가락부터 해서 화상을 안 입은 곳이 없어요. 힘들게 빠져나온 후에도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나온 후에도 땡볕에 방치돼 있었어요. 즉각적인 조치를 해줄 수 있는 화상 전문의도 없었고요. 결국 할 수 있는 게 앰뷸런스와 헬기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어요.

 

▲ 위 사진은 국방부 홈페이지에 등록된 2017년 호국훈련 중의 K-9 자주포 사격훈련 장면이다. 자주포 폭발 사고 당시 상황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게재한다.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훈련장 상황도 이와 유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후송 전까지 부상자들은 특별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와 유사한 환경 속에 방치되었다. ⓒ 출처: 국방부 홈페이지

 

당시에 자주포 안에 총 7명이 타고 있었는데,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습니다. 한 분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셨고, 또 다른 한 분은 다음 날에 돌아가셨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913일날 사망을 했어요. 그리고 부상자 중에서는 제가 부상의 정도가 제일 심해서 아직 병원에 있고 나머지 분들은 다행히 쾌유하셔서 사회에서 활동 중에 있고요.

 

문제가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사고 직후의 골든타임을 놓쳤을 뿐더러 이후에도 화상전문병원이 아닌 수도병원에서 하루를 있어야 했어요. 저희는 외부의 화상전문병원에 가야 된다고 했는데, 군인은 군 병원에서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를 사비로 다 해야 한다고 하는데 액수가 엄청났죠. 그 하루 동안 사고를 당한 정수연 상병이 사망을 하게 돼요. 그제서야 저희는 (현재 입원중인) 이 병원으로 올 수가 있게 되었죠.

 

▶ 시사N라이프: 군 병원에 화상전문의가 없는데 치료를 받으려면 군 병원으로 가야 되는 상황이었군요.

 

☞ 이찬호: . 5, 6명을 동시에 케어하고 수술할 수 있을 만큼의 인력은 갖춰지지 않았다는 거죠.

 

부상병에 대한 보훈 신청 가이드 전혀 없어

6개월 이후 치료 지원 사실상 전무

 

▶ 시사N라이프: 국가의 보상이나 치료지원 등이 매우 미흡해 공분이 일었는데요, 국방부가 제시한 해결책은 무엇이었고 어떤 점이 미흡했나요

 

☞ 이찬호: 나라를 위해 일하다 다쳤는데, 일반 기업에서 일하다 다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산재처리만도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는. 이 병원(화상전문 치료가 가능한 서울의 A병원)까지 오게 된 것도 너무 힘들었고요. 치료 지원도 사실상 6개월까지밖에 안 됐었어요. 그 이후로는 거의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처음에는 식비 등의 지원이 있었고, (관리를 위한) 군 인력도 8분 정도가 대기하고 있었어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런데 계속 수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없고요. 두 달에 한 번씩 사고 경위라던가 진행상황을 알려준다고 발표했었는데 사실상 달라진 게 없어요. 했던 말 계속 똑같이 하고, 지금 조사 중이다. 기다려 달라. 명확한 해결책 같은 건 없었고요. 지금도, 국가유공자가 된다는건지, 보훈대상이 된다는건지 뭐 하나 제대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어요. 신청같은 것들도 다 인터넷에서 제가 직접 조사를 해서 알게 된 내용이었고요.

 

▶ 시사N라이프: 보훈대상자 신청 절차 등을 나라가 직접 알려준 게 아니라 본인이 검색해서 아셨다고요

 

☞ 이찬호: , 그런 것도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나라에서 다쳤는데 그에 대한 합당한 예우도 없고, 대처도 상당히 미흡했던 것 같아요. 문제가 이슈화되고 난 뒤에 고위 관계자들 몇 분이 방문했지만 그런 것들도 어떻게 보면 언론플레이 같은 거였고요. 지원이라는 게 사실상 없다고 봐야죠.

 

처음에 대통령님도 그렇고 높으신 분들께서도 끝까지 책임지고 최고의 예우를 하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게 현실인 것 같고, 이게 군인에 대한 예우의 현주소인 것 같아요. (지원이) 점점 줄어들고. 잊혀진다는 게... 나라에서는 영웅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영웅대접까지 바라는 것도 아닌데 상당히 힘든 생활을 하고 있죠.

 

제 기능 다하지 못하는 청와대 청원

청원답변자 태도도 문제

 

▶ 시사N라이프: 청와대 청원의 답변 관련해서도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 이찬호: . 일단 청와대 청원을 5월부터 시작해서 61일에 끝났어요. 그렇게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0만이라는 수가 넘었는데, 한사람의 인생이 걸린 일이고 더 나가서는 온 국민이 걱정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청원의 답변은 사실상 인터넷에서 나와 있는 것만도 못한 내용이었어요.

 

두 달 정도 가량을 준비한 내용이었을 텐데 상당히 미흡했죠. 했던 말 또 하는 수준인데다, ‘최선을 다 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최선을 다 하겠다는 것인지 말도 없고 (문제가 있는) 옛 법규대로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만 하는 거예요.

 

간병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상 간병비 지급액도 완전 옛날 기준이라 6만원대를 받고 있어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간병인을 고용하려면 최소 10만원 넘게 비용이 발생하거든요. 결국에는 사비를 쓰라는 얘기인거죠.

 

그리고 정말 많은 분들이 보고 참여하는 영상인데, (청원 답변자의) 태도도 솔직히 불편했습니다. 토크쇼같은 진행이었는데 자신이나 자신의 아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저렇게 웃으면서 말씀하지 않았을 텐데 싶더라고요. 보는 저희는 정말 진지했거든요. 많은 분들이 보고 참여했는데 결국 그런 태도, 그런 마음가짐의 답변이라니... 청와대 청원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지난 7월 11일자 청와대 라이브 캡쳐 이미지다. 청와대는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의 진행은 부적절했다. 이번 청원은 이찬호 씨뿐만 아니라 다른 K-9 폭발사건의 사상자들, 나아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사상한 당사자와 가족들이 지켜보는 방송이었다. 본 방송 전후의 잡담하는 장면부터 사고 당사자의 심정을 배려하지 않는 안일한 태도부터 대체 이 방송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을 예우하고 다독이기는 커녕,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에 성공했다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 프로파간다 방송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반성과 변화가 있길 촉구한다. 독자여러분께서 직접 보고 판단하시기를 부탁드린다. https://youtu.be/MXoHU0RfiYw ⓒ 대한민국 청와대 유튜브채널

 

K-9자주포의 최대 수혜자한화지상방산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

 

▶ 시사N라이프: 동어반복식 답변, 인터넷에 나오는 수준 밖에 안 되는 답변들이었고 태도의 문제가 있었다는 말씀이군요. 찬호 씨가 청원 답변을 보시고 난 다음에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다섯 가지로 정리를 해서 자신의 SNS에 올려 주셨던 걸 봤어요. “사고원인이 자주포의 부품 문제였다는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나왔음에도 한화지상방산에 대한 처벌이 전혀 없었다는 언급이 있거든요.

 

☞ 이찬호: 결과 발표는 기계결함으로 나왔는데 한화지상방산 측에서는 우리도 조사를 해봐야 된다. 우리는 조사 기관에 참여를 안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좋게 포장을 해서 결국에는 시간을 버는 것 같아요. 이제 거의 약 1년이 걸렸는데 약 1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상규명도, 어떠한 처벌도 없었고요. 그냥 경찰에서도 수사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밖엔 없더라고요.

 

▶ 시사N라이프: 한화지상방산에서 사과라든가 병문안 같은 게 전혀 없었던건가요

 

☞ 이찬호: 청원 되고 나서 한 번 오셨거든요. 그때 대표 사장님이 오셔서 너무 늦게 왔다고 죄송하다고 그런 말씀을 하고 가셨어요. 총 다섯 분이 오셨는데 처음부터 왔으면 신뢰가 깨지지 않았을 텐데 급한 불 끄러 온 것 마냥 오셔가지고 사실 저희도 달갑진 않았죠. 그래도 일단 사과는 사과니까 저희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됐고요. 끝까지 안 왔으면 정말 너무 화가 났을 텐데 다시 생각을 해보고 어쩔 수 없지만 기다려보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 시사N라이프: 그때 찬호 씨를 뵈러 왔을 때 본인들이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없었나요

 

☞ 이찬호: . 그쪽에서도 조사가 끝나고 처벌 받을 건 처벌 받겠다고, 아직 조사 중이니까 말씀을 못 드리니 기다려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 시사N라이프: 페이스북에 올려주신 글을 보니까, 문제의 자주포가 아직 훈련에 사용 되고 있다고요.

 

☞ 이찬호: . 현재 대한민국에 1천 문 정도, 대략 4조원 규모의 K-9자주포가 있는데요, 사고 이후로 사격 중지 상태였다가 1월부터 다시 실사격을 재개했어요. 정말 웃기는 일이에요. 사고가 나서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까 사격 중지를 하고, 1월부터는 다시 그 사고가 난 K-9자주포를 사용한다는 게 말이죠. 한 화포에 최소 5명이 들어가서 사격을 하게 됩니다. 자주포가 1천 문이니까 단순 계산으로 대략 5천 명 가량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그런 규모인거죠.

 

말로는 장약을 밖에 빼고 사격을 한다”, “정비를 더 열심히 한다”, “부품교체를 했다”, 그리고 불에 안타는 전투복을 입혔다고 하는데, 중요한 거는 기계인거거든요. 기계만 바꾸면 되는데, 쌩뚱맞은 걸 고치고 있잖아요. 심지어 저희 부대는 직접 사고를 경험한 부대임에도 불구하고 사격훈련을 하더라고요. 아직 전역을 하지 못한 후임들은 화포에 들어가면 정말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문에 의가사한 병사도 있고요. 다들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주포에 탑승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후 한화지상방산 측 대표자가 명함이나 연락처 등을 전달하였는지 이찬호 씨에게 물었다. 이찬호 씨의 말로는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을 듣고 연락처를 물었는데,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연락처를 알 수 있을 거다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했다. 이에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사실 확인차 네이버, 다음, 구글 등에 한화지상방산 대표자의 연락처를 검색해 보았지만 나오지 않았고, 실제 이와 관련된 주제로 대표자에게 연락을 할 수는 있는지 그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한화지상방산의 대표번호로 5차례 연락을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 시사N라이프: 국가 유공자가 되시면 취업가산점이나 이런 것들이 발생되는데 그것도 탁상행정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 이찬호: 대부분 군대를 들어가는 나이대가 20대 초반이잖아요. 다치고 나오면 20대 중반이에요. 그 나이에 팔다리 없이 사회에 나오면 어떤 일을 하겠어요 저 같은 경우에도 밖에 나가면 좋은 시선이든 나쁜 시선이든 어떤 시선을 받게 되고 그러면 거부감이 들거든요. 저는 지금 손 기능을 못 쓰고 있어요. 오므려지지도 않고 펴지지도 않는 그런 상태인데 그런 사람들한테 과연 일자리 가산점 10%가 어떤 도움이 될까요

 

정말 꿈 많은, 건강했던 청년들이 크게 다치는데 이런 것 밖에 생각을 안했나, 싶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 걸 해놓은 것 같더라고요. 20대 때 군대에서 엄청난 사고를 당하고 전역을 하게 될 경우 어떤 도움이 필요할 지 입장을 바꾸어 고민했어야 하는데 가산점 10% 줄 테니 알아서 취업하라는 거, 저희한테는 그림의 떡입니다.

 

▶ 시사N라이프: 이 일을 대중들이 오래 기억하고 찬호 씨가 정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저희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찬호 씨가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시겠어요

 

☞ 이찬호: 20대 청년들이 아무 대가없이 군대를 가는데 나라를 위해서 희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치면 나 몰라라 하고... 데려갈 때는 나라의 아들이라고 데려가는데 다치고 나서는 남의 아들 취급을 하고... 이래서는 우리가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에서 먼저 해줘야 될 것은 해줘야 하는데. 대가없이 군대에 갔다가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누구도 군대를 안 갈 것이고 아무도 군대를 보내지 않을 것 같아요. 군 사고에 대한 매뉴얼도 제대로 갖춰진 게 없습니다. 얼마나 더 희생을 해야 군대가 바뀔까요. 나라에서 좀 군인들의 예우라든지 그런 것을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어요.

 

전쟁도 안 났는데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군인의 가족들은 믿고 군대를 보낸 만큼 나라에서 어떠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제2의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 북한의 기습적인 포탄 공격을 받으며 긴급히 대응사격에 나선 해병대 연평부대 K-9 자주포 사진이다. 이 사진 한 장에 수많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해병대에 자원입대하겠다고 나섰다. 한편, 이 사진은 한화지상방산의 K-9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게 만든 사진이기도 하다. 이 사진보다 더 확실하게 K-9의 실전능력을 홍보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사실은 이찬호 씨가 겪었던 상황도 이 사진 속 상황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며, 현재도 K-9 자주포를 탑승하고 있는 전국의 5천 여 장병들도 이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위키피디아(원출처: 대한민국 국방화보)

 

한 나라에 있어서, 나라를 지키려다 죽거나 다친 군인보다 더 소중한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30만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 청와대 청원 게시물 본문 내용의 일부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 최선의 예우를 갖추고, 혹여 라도 이들이 다치거나 세상을 떠날 경우 합당한 지원이 당연히 지급되는 것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최소한이다.

 

이찬호 씨는 자신의 고통을 세상에 알려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자신과 같이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이들이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싸우고 있다. 그의 노력과 헌신에 수많은 국가유공자들과 상이군인들이 힘을 얻고 있으나, 이것이 개인의 싸움이어야하는 현실은 매우 개탄스럽다.

 

작년 8월 입원한 후 병실 속에서 1년 넘게 향후의 치료 및 생계 지원과 국가유공자 지정 여부 등을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현충일 추념사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분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진심이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실현되길, 이찬호 씨 본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상이군인들이 더 이상 국가가 나를 버렸다고 말하지 않는 날이 속히 오길 고대하는 바이다.

 

[인터뷰: 강동희 기자 / 영상취재: 김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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