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제대로 준비하자! : 문제 인식(3) 표준의 정립?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42)

조연호 작가 | 기사입력 2018/12/03 [10:49]

4차 산업혁명 제대로 준비하자! : 문제 인식(3) 표준의 정립?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42)

조연호 작가 | 입력 : 2018/12/03 [10:49]

문제 인식 4. ‘표준’의 정립? 

 

20대 후반에 읽었던 책 중 『대서양 문명사』가 있다. 그 책에서는 ‘표준’을 선도한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등 유럽의 패권 국가의 역사를 저자가 재구성했다.

 

‘표준’은 생존의 길이기도 하지만, 칼 슈미트식의 표준은 경계를 만들어 낸다. 즉, 경계 안에 있는 것은 동지고 그 외에는 적으로 구분한다. 그래서 지배해도 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 세상은 전체적으로 볼 때 표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따르기를 강력하게 권했다. 

 

가깝게는 IMF 이후 신자유주의의 체제 속으로 들어선 한국도 그렇고,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 전 세계가 큰 정부가 아닌 작은 정부를 지향하도록 했고,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세계화를 지향했다. 복지국가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면서, 더 경쟁적인 삶을 권유했다. 

 

그러나 최근 신자유주의에 대한 보고서는 놀랍게도 ‘실패’이다. IMF는 신자유주의가 실패했다고 말하면서, ‘포용적 성장’을 선포했다. 조셉 스티글리츠는 140개국 대상으로 1950년대 이후 경제 성장 지속 기간의 결정 요인을 분석하였는데, 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큰 결정 요인으로, 불평등이 10% 감소하면 성장 지속 기간을 50%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IMF의 선언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포용’을 가능하게 할 어떤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될지도 알 수 없다. 오히려 세계는 새로운 고립주의의 깃발을 걸고, 그동안 세계화를 외치면서 활짝 열었던 개방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에서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러한 글로벌 경쟁에서 세계화의 승자는 표준을 정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표준이 새로운 시장을 열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한국도 KT가 5G의 새로운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평창 동계 올림픽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다. 이 말은 새로운 ‘선’(경계)이 그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술적으로 따지면, 4차 산업혁명은 경계의 사라짐을 의미해서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어쨌든 그 선 안에 포함된 사람은 혜택을 입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소외된다.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여과 없이 도입되면, 대기업-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라고 했다. 개인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어떤 국가가 갖고, 분야별 표준을 누가 세우는가에 따라 세계의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사실, 이미 세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국가가 앞서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표준을 수립한다고 하더라도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안보와 경제, 두 축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 했던 정치학도 21세기 들어서는 문화와 정보를 더 추가하여 네트워크 세계정치론을 제시했다. 물론, 현실은 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앞으로 등장할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가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과 비교하면 더 복잡한 시대가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변수는 과거와 비교해서 훨씬 더 다양할 것이다. 기존의 산업혁명은 대체로 경제적인 분야에 국한되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정치, 경제, 사회, 자연 등 더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서 이전의 산업혁명과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절대적인 표준을 예측하기 힘들다. 과거처럼 표준을 선점하면, 마치 ‘절대 반지’를 소유한 것 같아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수 있었던 시대와 다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표준은 어느 하나에 정주하지 않고, 떠도는 노마드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정주하려 하지 않는 노마드를 강압적으로 정주시키려고 한다면, 현실을 왜곡시키고, 시대착오적인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표준은 폭력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폭력이 크면 클수록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예측하는 저자는 국가가 적응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의 불만과 폭동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생활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새로운 표준에 따르라고 말하면서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 안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의 생존과 행복마저도 보장해 줄 수 있는 국가·사회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웰빙-포용 사회라고 할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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