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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제대로 준비하자! : 문제 인식(5) 그래서 비전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44)

조연호 작가 승인 2018.12.05 10:58 의견 0

문제 인식 6.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포기. 그래서 비전이 필요하다!

필자는 아내와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에피소드15

필자 : 내가 4차 산업혁명에 관련한 책을 쓰고 있잖아 혹시, 내용에 포함될만한 것이 있을까

아내 : 솔직히, 나는 여보가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있고, 늘 입버릇처럼 말을 하니까 낯설지 않지만, 앞으로 아이 교육이라든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해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이 부분을 좀 정리해 주면 어떨까

필자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무지가 두려움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자동화, 로봇의 발명, 컴퓨터의 도입, 인터넷의 활용 등이 사회에 접목되었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직업 교육 등을 통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대학을 나오면, 그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직장을 찾고 적응하는 데도 역시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출간되는 책에 따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필자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산업혁명을 통해 절대적 빈곤이 줄어들고, 어쨌든 기술의 이기를 많은 사람이 향유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승자독식이 더 지배적인 현상이다. 아울러, 수치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단순 사무직들은 쉽게 직장을 잃고 새로운 직장을 찾기 힘든 상황 등, 불안한 자료들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현재 근로자들 대부분이 잃게 될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에서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던 전문가들의 영역도 불안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고, 민주주의에 매우 심각한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우려는 있는데, 아무도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국가도 사회도 4차 산업혁명으로 도배를 하지만, 실제로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러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학계도 공무원들도, 합의된 내용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전공이 다른 학자들에게는 4차 산업혁명은 낯설기만 하다.

첫 번째 이유가 ‘무지’로 인한 두려움이었다면, 두 번째 이유는 알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포기’이다. 이미, 2000년대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변혁을 맛보고 크게 낙심한 세대가 공존한다. 이 들은 필자의 부모님, 혹은 삼촌 세대이다. 그리고 이 들은 여전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일정 기간 다른 세대와 공존 해야만 한다. 그리고 한 번, 신기술의 적응에 실패한 세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적응이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인 필자 세대는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나는 인터넷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하니까 상관없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우선, 스스로 점검해 보자. 인터넷을 잘한다는 것은 검색을 잘한다는 것인가 물건을 잘 산다는 것인가 그리고 컴퓨터를 잘한다는 것은 엑셀을 잘한다는 것인가 문서를 잘 정리한다는 것인가 혹은 블로그나 카페를 만들고 잘 운영한다는 것인가 이 모든 것을 다 잘한다는 것인가 혹,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업무도 하고, 여러 흥미진진한 게임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인가

필자도 이 정도는 할 줄 안다. 그런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거나,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거나,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들, 즉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은 하지 못한다. 페이스북을 사용하지만, 만들지는 못했고, 알고리즘이 어떤 것인지는 알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생산적인 일을 하지는 못한다. 네이버나 구글을 사용해서 검색할 수는 있지만, 검색엔진을 만들지는 못한다. 혹, 실제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수입을 얻는 일은 더 힘들다. 엄청난 수의 애플리케이션이 있지만, 100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단, 0.05% 수준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다양한 기술을 사용자로 맛보기는 하겠지만, 생산자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필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하나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는 기관이나 사람도 없다. 그러니 포기하게 되고 두려워질 수밖에 없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당연히 두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포기하게 된다. 솔직히, 지금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구글과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 혹 만든다고 한들 구글과 경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많은 책에서 네트워크와 관련한 사업은 ‘선점자의 이점(first-mover advantage)’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미 강력하게 구축된 거대 기업들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다.

세 번째로 ‘비전’이 없다. 토마스 프레이는 『미래와의 대화』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미래를 통제하고, 창조하는 과정의 주인인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비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비전은 미래와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며, 상세한 비전일수록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전은 개인을 포함한 국가, 사회적인 차원까지를 말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은 어떻게 나갈 것인가 라는 질문에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답을 하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책들에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장기적인 국가 정책이야 수립하고 있을 테지만, 그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소외된 계층은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등에 대한 구체화는 보이지 않는다. 당장 시급을 올리고, 공무원을 충원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5년 단임제의 한계일까 당장 선심성 공약으로 인기를 끌어 올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정부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그 수준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좀 더 작은 단위에서 상황에 맞는 노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분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부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 마이크로 그리드라는 표현을 들어 본 독자가 꽤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수준의 에너지를 소화할 수 있는 기관은 도시나, 거대한 기업들이다. 가정 단위로 내려오면, 나노 그리드가 필요하다. 알고 있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독자는 생소할 것이다. 필자도 나노 그리드라는 이야기를 관련 사업가한테 처음 들었을 때 생소했으니 말이다. 현재 언론이나 흔히 볼 수 있는 기관 게시판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거시적인 이미지일 뿐이다. 실제 우리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고 어떻게 변화를 줄 것인가에 대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최근에 한 기사를 읽다 보니 공무원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교육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듣던 중 참 반가운 소리인데, 얼마나 의미 있는 교육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겼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관련 교육을 한다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문자 그대로 빅데이터 정의를 말하는 것일까 빅데이터 자격증 취득 시험이 2015년부터 국가인증으로 실행되고 있는데, 그 합격 기준과 응시 기준이 꽤 까다롭다. 필자는 정식 자격증에는 도전할 수도 없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어떤 식으로 공무원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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