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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포스트 아베는 누구?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0.09.02 15:38 | 최종 수정 2020.10.01 02:41 의견 0
사임을 발표하는 아베 신조 총리. (아베 신조 총리 인스타그램)

지난 2012년 12월 2차 아베정권 취임 이후 7년 8개월이 지났다. 아베총리는 2006년 9월의 데자뷰처럼 궤양성 대장염으로 갑자기 사임하게 됐다.

돌이켜 보면 아베는 2차 정권 취임 후 유독 선거에서 강한 면을 보여줬다.

2013년 초에는 7할을 넘는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2016년 참의원 선거에는 개헌세력 2/3를 넘겼으며 2017년에는 중의원 313석을 획득하고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도 과반수를 넘겼다. 아베정권은 지지율을 고려하면서 선거를 치렀고, 선거 후에는 미뤄두었던 자민당 숙제인 안보법 등을 단번에 해결했다. 즉, 아베 정권은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주말 내내 일본 언론에서는 후임 총리 인선에 치중해서 보도가 집중됐다. 하지만 국민들의 지지와는 다른 자민당 총재선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총리는 사임의사를 표명하면서 ‘니카이’ 간사장을 자신의 후임으로 일임했다. 선거에 특화된 자민당과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주판을 두드리면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만을 찾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유지되어 왔던 ‘아베 신조’라는 자민당의 구심점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2020.8.29.~30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전(前) 자민당 간사장(34.3%),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14.3%), ‘고노 타로’ 방위대신(13.6%),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대신(10.1%) 순이다. 하지만 만약 자민당이 평상시 총재 선출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위기시 긴급선출 방법으로 채택한다면 ‘이시바 시게루’ 전(前) 자민당 간사장은 낙선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7년 아베 1차 정권에서도 아베 총리가 사임했을 때 긴급시 선거방법을 채택한 바 있다.

(사진: 각 정치인 인스타그램, 자료제공: 정회주)

‘이시바 시게루’는 아베총리와는 경쟁관계에 있었다. 비교적 국민여론에 부합하고 있지만 기독교 교인이면서 야스쿠니 신사참배 반대 등을 주장했고 논리가 희박한 헌법 9조 개정을 반대하는 등 자민당 내 보편적 의견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당내 주요 파벌들로부터는 따돌림을 당해 경선 때마다 낙선했다. 따라서 이번 총리경선에서도 ‘이시바’를 제외하기 위해 ‘위기시 긴급 선출’ 방식을 채택하여 지방 당원들의 투표 비율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문으로는 ‘기시다’ 정조회장이 아베총리 사임 후 각종 비리수사를 막아줄 인물이기 때문에 아베총리가 밀고 있는 후보라는 말이 나오지만, 자민당 내에서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 코로나19 위기와 미중 대결국면 가운데서 리더십 발휘가 불투명하다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스가’ 관방장관은 얼마 전까지 아베총리와 갈등설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관계를 회복했다는 후문이 있다. ‘스가’ 관방장관이 이제까지 아베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그의 위기관리 능력이 인정됐고 어느 파벌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듯하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정부의 방침을 그나마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시바’가 안 되더라도 ‘꿩 대신 닭’이라는 의미에서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누가 임명되더라도 아베총리 잔여기간인 내년 9월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아베총리의 지병으로 인한 사임, 코로나19 극복, 도쿄 올림픽 개최, 아베노믹스 지속여부 등의 문제들이 있어 이제까지 남아있던 자민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로부터 탈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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