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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을가다] 강남 공유오피스계의 빽다방 -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대표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9) 서울의 공유공간 ②탄: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 대표

윤준식 기자 승인 2020.10.05 13:44 | 최종 수정 2020.10.05 13:47 의견 0

이번 회에 소개하는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 대표는 로컬크리에이터는 아니지만, 로컬공간마다 형성되고 있는 코워킹스페이스에 관심이 많은 로컬 플레이어다. 로컬공간에 확산되고 있는 코워킹스페이스들은 과거 '소호사무실'이라 불리는 고시원형 사무실 형태로 시작되었다. 공유경제 열풍과 함께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며 벽과 문이 있는 사무실과 카페 형태의 공유공간이 혼재된 현재의 형태가 굳어졌다. 그러나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원하는 코워킹스페이스 창업과 운영의 견본이 되는 사례는 드물다. 그래서 <마이워크스페이스>와 양희영 대표의 사례는 매우 귀하다.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양희영 대표  (beLocal 제공)

▶어떻게 공유오피스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 대표: 강남역에 ‘센트럴프루지오시티’라는 오피스텔 건물이 있었다. 처음 오픈 하고 6개월 동안 상가 분양이 안 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저렴하게 상가를 얻을 수 있었고 상가는 나중에 용도변경을 통해 오피스로 바뀌었다.

당시 웹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었고 사무실이 필요해 들어간 건데 책상 네 개를 놓고나니 전체 공간에서 4분의 3이 남더라. 그래서 책상을 더 놓고 남는 책상이 있으니 같이 쓰자고 온라인에 광고를 올렸는데 일주일 만에 다 차버렸다. 그래서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다가 나중에 한 분이 여기에 회의실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었더니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옆에 있는 10평짜리 사무실을 하나 더 빌려 본격적으로 공유오피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 틈에 상가 한 층의 점포와 사무실 다섯 개를 사용하게 됐던 게 <마이워크스페이스>의 시작이다. 지금의 1호점은 4개 공간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이워크스페이스>가 강남 공유오피스의 “빽다방”이라 불린다고 들었다.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 대표: 현재 1~3호점까지 운영하고 있고 4호점 오픈 예정인데 각 지점마다 특징이 있어서 가격대가 다르다. 1,2호점 같은 경우 한 사람 당 평균 29만 원 정도로 맞춰져 있다. 처음에 25만원으로 시작했는데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면서 조금 올라갔다. 그 대신 팬시하거나 스타벅스같은 인테리어나 환경은 아니다. 주로 우리를 찾는 사람들은 강남역세권에서 업무를 해야 하고, 강남역에 주소지를 두고 일하는 데 무난할 정도의 환경만 있으면 된다는 니즈를 갖고 있다.

3호점 같은 경우는 우리도 프리미엄 공유오피스를 해보자 생각해서 오픈했고, 1인 평균 43만 원 정도에 맞춰져 있다. 4호점은 이면도로에 있는 한 건물을 1,2층을 제외한 지하2층부터 지상 11층까지 9개 층을 사용하게 된다. 이를 활용해 가격은 낮추고 인테리어는 3호점 수준으로 맞춰보려 하고 있다.

마이워크스페이스 3호점  (출처: 마이워크스페이스 페이스북)

▶4호점은 정말 통 크게 한 건물을 쓰시는데, 단위 건물의 경우 공실 상태가 벌어지면 운영이 힘들어질 텐데 이렇게 큰 규모로 오픈하게 된 이유가 있나?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 대표: 사실 임대료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평수를 점차 넓혀가게 되더라. 1호점은 10평으로 시작해 확장해 나갔는데, 2호점은 시작부터 100평짜리를 얻었다. 5년 정도 공유오피스 사업을 해보니 작은 공간을 여러 개 운영하는 것 보다 아주 넓은 한 지점을 운영하는 게 더 수익성이 좋더라.

한 해에 인상 가능한 임대료가 9%인데, 공유오피스 매출 100% 중 임대료가 50%를 넘어간다. 인건비나 운영비를 제외하면 실제 마진은 10~20%정도 된다. 그런데 매 년 임대료가 9%씩 오른다고 생각하면 실제 마진이 뚝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 만약 임대료가 9% 인상한다고 하면 그 공간을 계속 운영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수익성을 더 낼 수 있는 더 넓은 평수를 생각하게 됐다.

▶1~3호점에 비하면 4호점 규모가 엄청난 건데 그만큼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지?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 대표: 1~3호점은 돈을 빌려서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는데, 4호점은 처음으로 돈을 빌리지 않고 투자를 받는 형태로 운영하게 됐다. 그동안 투자를 생각하지 못했던 건 투자자들을 설득할 논리가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1호점도 공유오피스를 하려고 시작했던 게 아니었던 만큼 나름 나만의 논리가 필요했다.

사실 <위워크>의 사업계획서와 투자에 관한 자료를 찾아서 연구를 했었는데, 결국 어떻게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공유오피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건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구조가 이익이 되지 않는 다는 건 결국 지금에 와서 증명이 됐고, 나는 나만의 답을 찾았다. 공유오피스는 결국 부동산과 호텔이 결합된 사업이다. 철저한 서비스 비즈니스다. 이용하는 고객에게 친절하고, 니즈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사업인 거다. 그렇게 논리가 생겼다고 생각했을 때 투자자를 찾아 나섰고 4호점을 할 수 있게 됐다.

마이워크스페이스 4호점 구상도  (출처: 마이워크스페이스 페이스북)

 

마이워크스페이스 4호점 구상도  (출처: 마이워크스페이스 페이스북)

▶강남이라는 한 지역에서 같은 블록에만 1~4호점이 모여 있게 된 셈이다. 같은 블록에 있으면 마케팅은 쉽겠지만 이러다 같은 점포끼리 경쟁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 대표: 강남은 아직까지 공유오피스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에서 사업한다고 하면 강남의 테헤란로를 찾는 분들이 많다. 워낙 유동인구가 핫한 곳이다. 다른 경쟁사들도 공실률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거 보면 아직까지는 수요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리미엄이라고 도전했던 3호점의 경우도 지난 2년 정도 운영하는 동안 원하는 수익을 낼 수 있었고 공실률 10% 정도로 유지가 되고 있다.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점이 있는지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 대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올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한다. 유일하게 보는 TV프로그램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인데 스타트업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식당들을 향한 백종원의 조언 하나하나를 IT 스타트업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어느 지역, 어느 공간에서 하던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만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을 계속 유입시켜야 하는데, 그게 콘텐츠다. 골목식당은 그 콘텐츠를 ‘음식’, ‘맛집’ 이렇게 잡은 거다. 우리도 결국은 입주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다.

지금까지는 가성비 좋은 공간을 찾아서 최대한 저렴하게 공간을 꾸미고 가격을 최대한 낮춰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면, 이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비용을 써가며 하는 마케팅은 한계가 있고, 결국 입소문이 나는 뭔가가 있어야 할 텐데 공유오피스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그 핵심이 뭘까 계속 고민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이워크스페이스> 양희영 대표: 강원도로 가서 살고 싶다. 공기 좋고 자연이 좋은 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강남에서 공유오피스를 하지만 강원도로 갈 때는 200채, 1,000채 이런 규모로 사업 할 수 있는 부지를 찾아서 해보고 싶다. 출퇴근 가능한 버스도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언젠가는 가상사무실을 운영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어떤 공간에 들어가 스위치를 누르고 회사 서버에 접속하면 사방에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회사 오피스가 되는 거다. 화면 속에는 부장, 과장, 대리가 앉아있고, 서로 회의도 하면서 일이 가능한 공간이랄까? 언젠가는 이런 일이 가능해질 텐데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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