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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리칼럼(38)] 청소년들에게는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1.01.13 14:26 의견 0

농산어촌에 필요한 것은 IT기기보다도 ‘좋은 어른’이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아찔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최근 진행한 행사를 끝내기도 전에 저는 연사분들께 장문의 사과문을 보냈습니다. 현장에 초대받지 못한 채 화면너머로는 커버가 불가능한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어느새 “얘네들 왜이러지” 하며 청소년들이 미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현재 농산어촌은 온라인화에 맛을 들였습니다. 물론 청소년들이 아닌 어른들이지요. 계약부터 실행, 결과보고까지 전화나 메일 한통이면 끝나는데다 교육부도 질적 평가보다는 양적 평가를 강조하고 있어 양으로 몰아치면 되니 뚝딱 하는 단순 사업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박살’이 났습니다. 기말고사 끝난 뒤 영화를 틀어준 무법천지의 교실이 농산어촌 온라인 교육화의 미래 모습일 것 입니다. 청소년들에게는 몰입 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도 이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것에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벌써 포스트코로나를 이야기합니다. 에듀테크, 미래교육 포럼에서 대학교수나 특목고 교사들이 나와 온라인 교육의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백번 공감하지만, 이 밝은 미래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기기부족해요, 인력 충원해야 해요, 돈이 없어요”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우리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는 것 인가를 이야기 했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시대라고 하니 무작정 더 많이, 더 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농산어촌에서는 더 작고 알찬 소수를 더 많이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예산 대비 참여자 숫자가 작다는 이유로 하지 못하는 행정만 움직여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왜 청소년들이 관심을 안 가질까? 왜 우리 애들은 질문이 없을까? 왜 이 학교 애들은 엎어져 잠만 잘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실 겁니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딱히 저도 이유가 없었습니다. 졸려서 잔다기보다 습관이 되었거나, 노잼이니까 엎어져있거나 떠들고 있었죠. 요즘의 청소년들도 똑같이 별 이유가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 ‘이유’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청소년들을 가만히 놔두면 백 날 천 날 똑같을 테니까요. 어른들은 ‘궁금하게’, ‘관심가게’, ‘해보고 싶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라떼’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니즈와 관심사를 깊게 고민하면서 해야 합니다.

더 나은 ‘다음’을 위해 제안하고 싶은 최소한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 청소년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욕구를 끌어내는 작업 두 가지입니다. 청소년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좋은 어른이 필요합니다. 국제고나 민사고, 이우학교나 거꾸로캠퍼스, 그리고 농산어촌의 청소년들. 이 친구들의 자질에 차이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보이는 역량 차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차이는 청소년들 주변의 좋은 어른의 유무로 인해 생기는 것이더라고요. 국제중학교 아이들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래, 그럼 엄마가 뭘 도와주면 될까?”였습니다. 이 한마디가 어렵지 않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이 한마디와 행동이 낳은 결과물인 청소년들의 성장은 엄청났습니다. 그런 어른이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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