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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빠! 그냥아빠?(17)] 첫 아이, 어린이집 보내기

조연호 작가 승인 2021.01.25 14:05 | 최종 수정 2021.02.01 13:07 의견 0

◇ 어린이집

2020년에는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갑자기 우리 삶에 등장한 '코로나 19'로 원래 계획대로 진행한 일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전염병이 잠잠해지니, 첫째는 그렇게 원하던 피아노 학원을 보내고, 둘째도 적응기를 거쳐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네요.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육아하는 부모들이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은 국가에서 100% 비용을 지원합니다. 복지 카드를 하나 만들면 그 카드로 매달 결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3세부터 7세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닐 수 있는데, 대개는 3~4세까지 어린이집에 다니고 5~7세까지는 유치원에 다닙니다. 간혹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도 있는데 이런 경우 아이와 부모의 만족도를 판단해서 계속 다니던지, 아니면 유치원이나 다른 보육 기관을 선택해서 옮길 수 있습니다.

간혹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보도돼 부모의 마음에 큰 걱정스러운 보따리를 풀어놓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린이집은 아이들한테 친절하고, 괜찮은 환경에서 적절한 프로그램으로 잘 보육합니다. 물론,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시설 원장님과 면담할 수 있고, 시설과 보육 현장을 견학할 수 있어서 부모가 여력이 된다면, 사전 조사를 통해 아이에게 적합한 시설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안아는 3세까지 집에서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지냈습니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이모님이 잘 돌봐주셨고, 이후에는 장모님과 아내가 안아를 돌봤습니다. 주말부부였기에 저는 주말에 잠시 안아를 만났을 뿐이었습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안아가 태어난 지 3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도 저는 안아를 잘 돌 볼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12월에 대구에 내려와 안아를 이모님 대신 돌보게 됐는데, 참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안아를 죽 돌본다고 생각했다면, 나았을 텐데 ‘한 달만 버티자!’라는 마음이 가득해서 안아를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소중한 딸이었지만 마음만으로는 육아를 잘할 수 없었습니다. 역시 이론으로 배운 연애는 실전에서 큰 도움이 못 되듯이 책으로만 본 육아는 당장 실전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차츰 경험이 쌓이고 나니, 이론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윽고 그 해가 저물어 갈 때쯤 아내가 제안을 했습니다.

“여보, 안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어때?”
“응?”

이모님이 봐주시는 동안에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옵션이었기에 뜻밖의 제안에 놀랐습니다. 원래 보육시설을 선호하지 않았고 최대한 늦게 시설을 이용하고 싶은 게 우리 부부 마음이었기에 아내의 제안은 더 놀라웠습니다.

“여보 혼자 안아 보는 것도 힘들고. 이모님도 생각보다 치료가 길어지시고.”
“그래. 그렇게 하자.”

제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야 “내가 더 잘 돌볼게. 그러니 보내지 말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안아를 계속 혼자 육아한다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아침에 눈 뜨기 시작해서 저녁 늦게까지 안아와 함께 한다는 게 두려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참 지루한 늪에 빠진 기분이었으니까요. 아마도 처음 육아를 경험하는 부모라면 제 심정이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패턴으로 이뤄진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면, 삶 자체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결정 이후 속전속결로 어린이집을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낮잠을 거의 자지 않는 안아였기 때문에 오랜 시간 맡길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전 9시에 데려다주고 오후 한 시쯤 데리고 오는 수준이면 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굳이 통원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곳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안아가 다닐 어린이집은 아파트 내에 있는 곳이었고, 걸어서 2분이 채 되지 않는 곳으로 결정했습니다. 4살이 되는 1월 안아는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니게 됐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면 사회성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여럿이 생활하다 보니, 가정에서처럼 고집스럽게 활동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바람을 집에서처럼 요구할 수도 없죠.

그래서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해서 울면서 “집에 갈래!”라고 하던 아이들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차차 적응해서 무난하게 어린이집 차에 올라탑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부모는 우리 아이가 적응했다고 좋아하고, 많은 칭찬을 합니다.

그러나 역으로 집에 돌아오면, 어리광이 늘어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들은

“아니, 어린이집에 보내면 사회성을 배워서 어리광이 줄어야 하는데, 왜 우리 애는 어리광이 더 늘어난 거지?”

라고 하면서 당황스러워합니다.

그러나 이런 퇴행 현상은 당연한 일입니다. 주변의 사랑과 관심을 혼자 독식하다가 어린이집에 처음 발을 들인 아이들은 나눠진 주변의 사랑과 관심에 상심하게 됩니다. 아무리 애원해도 어린이집 선생님은 한 아이만을 돌볼 수 없습니다. 정확하게 N 분의 1은 아니라 하더라도 가정에서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겠죠.

그러니, 집에 오면 덜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 둘째는 어린이집에 가서 잘 보내다가도 집에만 돌아오면, “업어줘!”, “안아줘!”라는 말을 계속 했습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어서 처음에는 정말 당황했지만, 둘째의 상황을 이해한 다음부터는 최대한 업어주고 안아줬습니다. 그랬더니 최근에는 확실히 빈도가 줄었습니다.

울고, 또 울고

“안아야, 내일부터는 어린이집에 갈 거야! 거기 가면, 선생님도 계시고 친구도 있어.
그리고 점심 먹고 나면, 아빠나 할머니나, 이모님이 안아를 데리러 갈 거니까 재미있게 놀고 있으면 돼. 알겠지?”
“응. 재미있겠다.”

어린이집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생각에 선뜻 긍정적으로 대답합니다. 초보 아빠는 이런 대답을 쉽게 받아들입니다. 아이의 말을 꼭 어른이 한 말처럼 여기게 됩니다. 그러니 어린이집 다니는 초기에 막상 아이가 했던 말과 다른 행동을 보이면,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아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어린이집까지 걸어갔습니다. 가는 내내 안아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조금 놀고 있으면 아빠가 갈 거라고 몇 번 이야기해줬습니다. 그래도 혹시 어린이집 입구에서 울면서 들어가지 않을까 봐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기우(杞憂)였습니다.

안아는 아무렇지 않게 어린이집에 신을 벗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아빠와 인사까지 하고 헤어졌습니다.

“아빠가 이따가 데리고 올게!”
“응. 잘 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어린이집에 들어가니 오히려 당황스러웠습니다. 잠시 후 두 가지 마음이 생겨서 복잡했습니다. 하나는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가 내 딸을 잘 돌 수 있었다면? 어린이집에 보낼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직접 안아를 돌 볼 수 없는 아빠여서 미안했습니다. 그런 생각에 눈물이 나기까지 했습니다.그리고 그 마음을 품고 아내한테 전화했습니다. 어린이집 가는 첫날이니 아내한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당연히 아내도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고요.

“여보, 안아를 보내고 나니까 괜히 마음이 안 좋네.”
“응. 나도 그래. 안아는 잘 갔어?”
“응.”

이 마음은 여전합니다. 시설이 나빠서가 아니라 어쨌든 부모 마음과 같은 양육 기관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둘째는 고민 끝에 3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육 기관은 최소한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입니다. 그 이상이 세상에 있을까요?

12시가 좀 지나서 안아를 데리러 갔습니다. 나오는 안아는 크게 “으앙!”하고 울면서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아빠를 보니, 더 눈물이 났나 봅니다. 마치 “왜 나를 여기에 놓고 갔어!”라고 하는 거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아침보다 더 어려운 마음이 듭니다. 얼른 신을 신겨 나옵니다. 안아줬습니다. 그리고 달랬습니다.

“힘들었어?”
“아니!”

대답할 게 별로 없었나 봅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장난감도 있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다음 날, 안아는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는 말만으로도 울기 시작합니다. “안 갈래!” 그래도 보냈습니다. 울면서 들어간 안아는 어린이집에서 울면서 나왔습니다. 초보 아빠는 며칠 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오히려 역정을 냈습니다.

“안아야 그렇게 떼쓰면, 아빠 혼자 나갈 거야!”

라고 하면서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우는 안아를 데리고 와야 했습니다. 도대체 이 시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우는 만큼 아빠의 자괴감도 커졌습니다.

‘내가 돌보면 되는데.’

그런데 이 마음을 쉽게 실천으로 옮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안아는 어느새 잘 적응해서 어린이집 다니는 걸 즐거워했습니다.

◇ 좋은 아빠 TIP

1. 육아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론만으로는 기저귀 하나 갈아 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육아 기회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뭐든지 평안한 것만큼 좋은 게 없으니, 아빠도 아이들이 아빠랑 있어도 편안한 기분이 들 수 있도록 자주 관여하는 게 좋습니다.

2. 보육시설은 최소한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게 기본 생각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보내야 한다면, 사전에 시설을 견학하고 원장님과 면담하기를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주변 반응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 아이가 다니는 곳이니 부모가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3. 보육시설에서 다녀온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떼를 쓸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아이들은 하루 내내 어린이집에서 놀았다기보다는 일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수고한 아이들을 격려하고 따뜻하게 안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즉, 역지사지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죠. 하루 내내 열심히 일하고 온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큰 사랑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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