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뇌피셜] 2.0 선언한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미래는 양귀비에 있다
퓨전매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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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8 16:25 | 최종 수정 2021.08.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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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이 여성 인권의 보호와 국가 재건 등 “2.0”을 선언했다.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먼저 중국과의 관계가 관심사다. 탈레반 정부는 일단 이전의 친미 세속 정부의 유산인 상하이 협력기구 옵저버 지위를 유지하고 중국과 맺은 광산 관련 해외 직접 투자 역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탈레반 2인자와 회담을 마쳤으며 탈레반 또한 중국의 ‘경제적 관여’를 뿌리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제 사회의 큰 관심사는 1996년부터 2001년 사이의 탈레반 집권기에서 출발한다. 탈레반 구성원의 대부분은 파키스탄과 같은 파슈툰족이며, 파슈툰왈리라는 율법을 만들어서 지키고 있다. 이슬람 율법을 아메리카노로 비유한다면 파슈툰왈리는 티오피 쯤 되며, 파슈툰왈리를 에스프레소로 만든 게 탈레반이다. 그러다보니 그 야만성과 비문명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큰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고려할 만한 점이 있다. 계속된 내전 때문에 탈레반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국가 경영을 해본 경험이 없다. 탈레반의 공언대로 이제 전쟁이 끝났고 탈레반은 국가 재건을 선언한 상태다. 정치가 종교에 의해 신정화된 상태에서 세속화가 필연적인 경제 부문의 현대화를 탈레반이 어떤 수준까지 용납할 것인가가 문제다.
이를 가늠할 만한 기준은 1996년 수립된 ‘탈레반 정부 1.0’의 동맹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빌리트(UAE)를 사례로 볼 수 있다. 와하비즘에 입각한 이슬람 근본주의 신정일치 왕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구미 제국과의 경제적 협력과 이슬람 율법에 입각한 신정 일치의 국가 체제를 반세기 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탈레반이 ‘1996년의 길’을 택한다면 아프가니스탄은 무장정파 점령지의 성격이 매우 강해질텐데, 이렇게 되면 경제적으로는 지금까지와 같이 양귀비를 원료로 하는 마약인 헤로인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공언한 바와 같이 탈레반 2.0의 길을 택하고 중국의 원조를 바탕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경제 현대화를 용납한다면, 중앙아시아의 사우디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정권을 차지한 탈레반이 단일성과 응집성을 얼마나 강력하게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도 중요한 변수다.
사실 이슬람 율법 국가 건설이라는 뜻을 같이 하는 무장 정파의 연합에 가까운 탈레반은 단일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율법적인 순결성이 투영되는 국가 건설 방향과 관련해서 입장차가 있을테고, 강경파는 지난 20년간 탈레반을 생존 시키고 지금 승리하게 해준 헬만드, 칸다하르 등 남부 농촌지역이라는 인적, 물적 기반으로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에 스며든 알카에다나 ISIL 잔존 세력도 작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탈레반이 서로 반목하면서 다시 내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높다. 이 과정에서 강경파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간과 마찬가지로 아프간 남부 농촌지역에서 양귀비를 재배해 제조한 헤로인을 재원으로 삼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결국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양귀비가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이야기다.
아프가스탄은 중국의 원조를 통해 안정을 유지해야 하는 ‘흰 코끼리’와 테러와 헤로인을 수출하는 ‘독우물’ 둘 사이를 오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증폭되고 있는 시진핑 리스크와 구미와의 경제적·군사적 갈등 비용을 고려하면, 중국으로서는 작다고만은 할 수 없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BvNpDMvSc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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