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각종 TV ‘와이드쇼·정보 프로그램(ワイドショー・情報番組: 각종 시사 내용을 소개하면서 탤런트 등 방송인이 개인적 견해를 피력하는 TV 프로그램)’에서 한국과 일본의 아프간 철수 관련 내용을 비교 보도했다.
비교적 시청률이 높은 대표적 프로그램의 8월 31일 방송내용을 소개하면 ①‘TV아사히(テレビ朝日)’의 ‘모닝쇼(モーニングショー )’는 한국과 일본의 자국민 철수 내용을 비교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과는 달리 일본인 외무성 외교관 12명이 사전에 철수해서 현지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②‘TBS테레비(TBSテレビ)’의 ‘히루오비(ひるおび)’는 유일하게 철수한 일본인 야스이 히로미(安井浩美, 교도통신 아프간 계약 스태프)와 취재한 결과를 보도했다.
8월 26일 15대의 버스에 탑승한 아프간 주재 일본인과 아프간인 스태프들은 각각 분승해서 공항으로 출발하려 했지만 공항 인근에서의 자폭테러로 인해 검문검색 강화와 출입문 폐쇄로 인해 출발이 연기됐다고 한다.
결국 자택으로 돌아간 야스이(安井)는 일본 대사관과 카타르 대사관의 협조를 받아 다음날인 8월 27일 카불공항에 도착했지만, 아프간인인 남편은 카타르 대사관이 준비한 버스(탈레반 협조)에 동승할 수 없었다. 결국 일본은 일본인 1명과 아프간인 14명만을 구조하는데 그쳤다.
이렇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현지 정보가 부족했다. 현지 협조는 아프간 주재 외교관들이 제일 잘 알 것인데, 그들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2일 후인 8월 17일 터키 이스탄불로 대피했다. 영국 대사가 8월 30일 카불공항에서 최종 철수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미 UAE로 철수했던 한국 외교관 4명이 아프간으로 다시 들어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일본은 2003년 이라크에서 외교관 2명이 피살되었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자국민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외교관들이 먼저 대피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지적받을 만하다. 외교관은 자국을 대표하지만 주재국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자국민 보호가 최우선이며, 이를 위해 평소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 인맥 형성과 현지인 업무협조를 해야 한다.
둘째, 선동정치의 실패다. 이번에도 스가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으로 아베 정부 때부터 써오던 외교 사안을 활용한 국민시선을 집중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주도한 것이 자위대 출신 국회의원 사토 마사히사(외교부회 회장) 등 이른바 ‘자민당 국방족(國防族)’ 의원들이다.
이들이 자위대 능력을 과신한 것도 문제이지만, 자위대도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하게 “공항까지는 개인 책임 하에 도착하면 신원확인을 한 뒤 수송기로 수송한다”는 기본적인 원칙만을 가진 채 임무를 추진했다. 게다가 일본정부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지 상황을 고려치 않고, 뒤늦은 파견 결정을 한 것도 실패의 원인중 하나로 작용했다. 즉, 현지시간으로 하루라도 일찍 현지에 도착했더라면 성공했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셋째, 자위대의 작전보안 태세 문제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자위대는 매년 미국 등과 태국에서 개최하는 ‘코브라 골드’에 참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자국민 철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방위성과 항공자위대는 모 기지를 출발하여 현지에 도착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들의 움직임을 보고, 탈레반 보도관은 자위대의 철수를 요구한 바 있으며, 대신 아프간 내 주재하는 일본인들의 신변을 보장하겠다고 주장(8월 26일, FNN)했다. 지금 탈레반은 상부의 주장과 현장에 있는 무장군인들이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탈레반 상부의 주장을 믿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이번 일본의 사례를 되짚어 보면서 작은 작전보안 위규가 국민 목숨과 연결될 수도 있다는 위중함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VONCptV8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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