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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노믹스 12월호] 기업도시 중간점검 - 로컬부흥을 위해 적합한 산업은?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8691/clips/18

윤준식 편집장 | 김형중 기자 승인 2021.12.27 23:55 | 최종 수정 2021.12.28 19:51 의견 0

윤준식: 지난 11월호에서는 서울 로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오세훈 시장의 골목상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제 서울을 벗어난 다른 지역들을 좀 생각해 보려고 하는데요.

김형중: 오늘은 그야말로 지역, 비수도권 지방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보려고 합니다. ‘지역 소멸’, ‘지역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꽤 큰 광역자치단체들에서도 흔하게 나오는 얘기가 돼 버렸는데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지역 경제 활성화 계획들이 많이 추진됐었는데 크게 성과를 냈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윤준식: 정부 관계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해외 사례잖아요? 다른 나라에도 기업도시라든가 혁신도시라든가 문화도시라든가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데가 있나요?

김형중: 기업이 주도하는 도시를 만들겠다, 기업을 위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은 미국에서는 50년대, 프랑스의 경우는 1960년대부터 영화제로 유명한 칸과 니스 국제공항에 있는 니스 사이에 소피아 앙티폴리스라는 큰 산업지가 있습니다.

원래는 포도랑 올리브 제배를 주산으로 하는 농업 지역이었는데, 다섯 개 꼬뮌(우리나라의 동 수준의 기본적인 행정구역 단위)에 부지를 확보를 하고 기업 대학 연구소 이런 것들을 유치하기 시작해서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도시가 있습니다. 이런 기업도시는 민간 기업이 산업 입지에 맞춰 경제 활동을 위해서 연구, 업무 등의 생산 기능, 그리고 주거, 교육, 의료, 문화 등 자족 기능을 복합적으로 구비하는 도시로 정의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기업도시라고 이름을 붙인다고 하면, 법적으로는 민간 기업의 투자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에 자족적인 도시를 건설하는 걸 목표로 참여정부 당시 전경련의 요청 등을 받아 관련법을 정비를 하고 전국 공모를 했는데... 원주, 충주, 무주, 무안, 태안, 영암, 해남 등이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이 됐습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는 국가가 주도해서 산업단지의 부지를 개발하는 국가산업단지나 자유무역지구 형태로 추진돼 왔습니다. 기업도시는 국가 주도 방식으로 추진되는 게 아닌 민간 기업이 스스로 지역에 투자하고 다른 기업을 유치하겠다, 기업이 확보한 자본을 투자하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rrGk2YCdc8

윤준식: 기업도시 추진이 이루어지는 도시를 보면 원주는 강원도, 충주는 충청북도, 무주는 전라북도, 무안, 영암, 해남은 전라남도, 태안은 충청남도... 나름 소외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정책인 것처럼 보여져요. 근데 실제 추진 현황은 어떤 가요?

김형중: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노무현 정부 때의 요청에 재계가 부응하면서 추진하게 된 사업인 셈인데 기업도시가 일종의 산업단지입니다. 2020년 현재 6개 기업도시 중 충주와 원주는 2019년에 준공을 완료해서 분양하고 있고 태안, 영암, 해남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고 무주랑 무안은 지정해제 됐습니다. 사업성이 없는 거죠. 또 현재까지 시범사업 대상지 외에는 기업도시 신규 신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준식: 이게 기업이 “어디로 가겠다” 지자체에서 신청을 해야 되는 거죠?

김형중: 내가 내 돈을 들여서 산단을 만들어 보겠다. 현대 삼성전자 같은 경우 이천 쪽에 공장을 짓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자기들이 그 공장을 짓는 건 아니에요. 자기들이 신규로 공단 내 공장을 짓겠다가 아니라 내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윤준식: 그러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은데요.

김형중: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도시를 개발하는 이유로 수익을 목표로 합니다. 그런데 기업도시를 만드는 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거든요? 낙후된 지역에다 만드는 거예요. 낙후된 지역은 낙후된 이유가 있어요. 돈이 안 된다는 거거든요. 신통하게 할 만한 게 없다. 그런데 거기에 와서 내가 돈을 벌겠다고 들어가는 거거든요. 기업 입장에서도 생각 같이 쉬울 수가 없는 일이죠.

윤준식: 소셜 미션 하나만 가지고 기업이 먹고 살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산업단지를 이룬다는 것은 그 생태계 자체가 고부가가치를 이룰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쉽지 않은 거고, 그걸 밸류 체인으로 묶을 수 있는 곳은 사실 대기업밖에 없단 말이죠.

기업친화 정서-특히 대기업과 함께할 수 있는 정서가 없으면 답이 나올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전 세계로 눈을 돌리면 이런 기업도시가 성공한 곳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김형중: 대표적으로는 생명공학 중심으로 한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 그리고 ITC 산업을 중심으로 한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핀란드의 울루 테크노폴리스, 정보통신 에너지 생명공학 산업단지로 만들어진 소피아 앙티폴리스 여기는 저는 프랑스 최초이자 최대의 산업 집적지라고도 불려요. 그리고 도요타 자동차 회사가 위치한 일본의 도요타 시도 도요타 사를 위한 지역이 되었죠.

공통점이 있는 게, 장기간에 걸쳐서 대학을 유치해서 대학을 기반으로 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인력도 양성을 하고, 공공에서는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세제상의 혜택을 주고... 산학협력이 활성화돼 있고, 선도적인 기업의 역할이 있거나 대학의 연구 성과로 산업화를 촉진하는... 이걸 사업으로 전환해서 돈을 바꿀 수 있는 창업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들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해 나갔다는 공통점이 있죠. 또한 우수한 인력을 유치해야 되기 때문에 정주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을 해나갔습니다.

윤준식: 정주 여건이라는 것도 무시 못 한다는 말인가요?

김형중: 우수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었어요. 이 사람들이 여기서 살 생각이 없거나 살기에 적합하지 않고, 자기들이 원하는 리빙 컨디션이 안 나오면 어디론가 떠나겠죠? 그건 당연한 거기 때문에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실리콘 밸리같은 곳들의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공학으로 유명한 대학들이 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날씨가 좋아요. 소피아 앙티폴리스 같은 데도 기후가 굉장히 좋거든요? 인접한 도시 니스는 남유럽에서 가장 큰 세계적인 휴양지잖아요?

자연이 주는 자연적이고 지리적인 여건이라면, 인문적인 여건들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경상북도 구미에 공장을 유치하는 것 때문에 한동안 서명 운동을 했는데도 유치에 실패했던 건 사실은 정주 여건 때문인 거거든요. 이거는 사실 지자체랑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UPpxO6eiyA

윤준식: 방금 말했던 곳 중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할만한 데가 있을까요?

김형중: 프랑스에 있는 소피아 앙티폴리스 같은 경우는 실제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게 한 60년대부터이기 때문에... 우리로 치면 울산 같은 데예요.

윤준식: 50년 동안 계속 발전해 온 도시인 거네요.

김형중: 도요타사 같은 경우도 회사 자체가 매우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근데 최근에 만들어지는 기업도시들은 ITC 산업을 중심으로 해서, 아니면 바이오테크 등이 중심이 되는 셈이죠.
이런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해서 발전된, 만들어진 지 한 20년 정도 된 도시라고 볼 만한 곳들이 스웨덴의 시스타사이언스시티, 핀란드의 울루 테크노폴리스 등인거죠.

우리로 치면 원주 같은 데입니다. 원주는 의료산업과 유관한 대학이 있고, 그 대학을 모태로 해서 의료 산업과 관련된 지식기반 산업 기업도시거든요. 충주도 마찬가지고... 사실은 이런 모델들이 자리하고 있는 데들은 아까 말씀드린 비슷한 공통점들이 있는 거죠. 유수의 공대가 있다거나 배후적인 특성이 유사하죠.

윤준식: 원주도 그렇고, 충주도 그렇고. 전통적으로 발달되어 왔던 오래된 도시이기도 하네요. 이런 것들이 인문학적, 문화적 기반을 만들기도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김형중: 인문학적 문화적 기반도 있지만 일단 전통적으로 사람이 살기에 나쁘지 않은 지역이었던 거죠.

윤준식: 원주는 혁신도시까지 붙으면서 지금 인구 30만이 넘는 강원도에서 가장 큰 도시가 됐고요... 충주 같은 경우도 중부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통팔달, 주위에 있는 자연 자원들 때문에 휴양 다니기도 좋은 곳들이 있습니다. 인구도 20만 규모이기 때문에 있어야 될 것들은 다 있는 도시인 거고 정주 여건하고도 관련이 있다 볼 수 있네요.

아까 기업도시가 해제된 곳도 있다고 얘기를 했단 말이죠? 아직까지 기업도시를 추진하기에 우리 내부적으로 문제점이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SecSpTc_t8k

김형중: 기업도시 하면 떠오르는 게 첨단 산업이거든요? 문제는 여기저기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무주랑 무안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무안은 산업교역형 도시로 설정해 놓고 공항을 만든 거거든요? 무한 공항은 다들 아시는 것처럼 운영이 저조한 상태이지 않습니까?

무주도 관광 레저형 기업도시를 만들겠다고 한 것인데... 현실적으로 그런 기업도시를 만든다고 하면 지식기반형 첨단 산업을 제외하고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는 겁니다. 부지를 마련하고 돈을 쏟아 부어 베네핏을 얻을 수 있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는 거죠.

지식기반형 기업도시 모델인 원주랑 충주만 분양이 됐어요. 충주가 더 빨리 2012년 정도에 됐고, 원주는 2019년에 됐으니까... 나머지는 실제로는 진척이 없는 거죠. 투자 유치가 안 되는 거예요. 추진하려는 주체로서도...

윤준식: 기업의 논리라고 하는 게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거거든요? 부동산의 가치라는 것도 같이 따져볼 수 있는 건데...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서 생산에 적합하고, 소비 지역에 가깝거나 소비지역으로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부동산이어야 되는데... 그런 부동산도 아니었다라는 얘기인 거잖아요?

김형중: 무안 같은 경우는 목포랑 인접해 있는 지역이라 산업교역형 도시로 개발하겠다고 가정해 무안공항이 생긴 거거든요. 무한공항을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처럼 항공 운송을 하는 집적지를 만들 수 있게 있을 것인가? 항만을 중심으로 한 직접 교역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 가정 자체가 깨진 거죠.

무주 같은 경우도 아 무주구천동은 매우 유명한 휴양지이고, 무주 리조트 스키장도 있고 하니까 해볼 만하지 않겠냐? 그러나 잘 되지 않았던 거죠. 그 정도의 투자가 유지될 만큼의 스케일이 안 되는 거예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기업도시를 만들 수 있는 건 산업의 종류로 따지면 지식기반형 첨단 첨단 산업이어야 된다고 봐야 될 것이고, 그 외에는 대규모 산업단지 형태의 부지를 필요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다른 형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봐야 되겠죠. 모든 지역이 판교 테크노밸리가 될 수는 없다. 판교 테크노벨이랑 매우 가까운 다른 지역들도 그렇게 안 되거든요.

그러면 결국 기업도시라는 게 듣기에 매우 자랑스럽고 아름다워 보이는 첨단 기술 산업을 유치해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건 희망 고문이 될 가능성이 더 높죠. 따라서 지역 특성을 고려를 하고 그 지역만이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지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게 뭔지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결국은 지역 특성 내지는 지역이 가진 장점을 고려해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방향을 잡을 수가 있다고 봅니다.

윤준식: 투자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좀 작은 미시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거시적인 것보다는 기업도시에 대한 반성으로 좀 더 로컬에 적합한 게 있지 않을까?

김형중: 과거의 구로공단과 이리 자유무역지대를 극단적으로 비교해 볼 수가 있는데, 구로공단의 예전 이름은 수출산업단지였어요. 수출 산업단지를 왜 만들었냐 수출하려고 만들었어요. 구로 1공단이 지금의 구로 디지털 단지고 가산디지털단지라고 불리는 데가 구로 2단지에요.

‘한국산업단지공단’이라는 데가 있습니다. 공기업으로서 구로공단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거예요. 비슷한 시기에 지금 익산인 이리에 보석 세공 등을 전자 등을 주업으로 하는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었어요. 이 두 가지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극명하게 다른 길을 갑니다.

구로공단에서 하던 봉제 가발 이제 안 해요. ITC로 다 바뀌었어요. 공단 자체의 업종이 바뀐 거예요.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원인들이 있었죠. 그러나 익산은 그게 불가능했어요. 익산 산업단지는 예전만큼 활성화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정체 상태로 한 40년을 온 거죠. 그러면 그 차이는 극명하게 어디서 온 거겠냐? 뭘 할 거냐, 잘 할 수 있는 걸 찾았냐, 찾지 못했냐의 차이인 거죠.

https://www.youtube.com/watch?v=quIigbb7VzY

윤준식: 거시적인 것부터 해결하려고 그러니까 너무 어려운 점들이 많으니, 좀 더 미시적인 것부터 찾아보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거든요?

김형중: 사실 산업단지라는 건 이미 만들어질 만큼 다 만들어졌어요. 입지가 좋고 산업단지로서 부가가치를 경제성이 있는 데는 공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리노베이션을 하지 못하면 그냥 사그라지는 거거든요.

이제는 모든 곳에 신규로 대규모 집적지를 만들겠다는 건 어렵다고 봐야 되거든요. 30만 평이면 30평짜리 아파트 1만 개의 연면적이거든요? 매우 넓습니다. 이거를 새롭게, 신규로 만들어 보겠다, 몇 만 평짜리라도 한번 만들어 보겠다?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가 있어요.
그래서 기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업종의 대안이 있고, 그 업종에 따른 입지의 대안이 있고, 그 입지에는 배후지의 성격 그리고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축적돼 있는 인프라 자연환경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관여를 한다는 걸 영향을 미친다는 걸 고려하면 이제는 지역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특성화된 산업들에 주목을 해야 되고, 으리으리하고 거창한 것을 하려고 추진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일단 자각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런 사례로 대표적으로 드릴 수 있는 게 고추장의 주산지인 순창, 지금은 동부권 발효벨트라는 중심지로 자리를 잡고 있죠? 지역 특산물인 녹차를 상품화해서 가루 녹차로는 아마존 매출 1위를 달성한 적이 있는 보성 같은 데가 대표적이죠. 그리고 이건 전통적으로 해오던 산업을 트렌드에 따라 현대화하는데 성공한 거죠.

이밖에 아주 최근이라고 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치즈를 생산한 걸 계기로 ‘한국 치즈’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임실 농업협동조합이 탄생한 거죠. 그리고 하몽을 생산하고 있는 남원도 마찬가지인데... 하몽은 원래는 스페인에서 많이 먹는 식자재인데 돼지고기 돼지 앞다리를 절여 가지고 염장해서 말린 거거든요? 근데 돼지 앞다리는 한국에서 소비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보통 전지라고 하는데, 후지는 뒷다리, 전지는 앞다리예요. 돼지고기 찌개 이런 거 할 때나 가끔 쓰고 잘 안 써요. 이걸 가지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한 게 남원 하몽이에요.

임실 치즈마을도 그렇고 1차, 2차, 3차 산업 농축산물을 원재료로 만들고, 가공을 하고 이걸 관광산업으로까지 엮어 순차적으로 산업을 축적해 나가는 6차 산업으로 발전된 매우 대표적인 케이스들이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DfXXcxKg4Ko

윤준식: 순창의 동부권 발효벨트 같은 경우... 순창이 최근 20년 사이에 고추장으로 유명해졌잖아요? 그 고추장으로 끝나지 않고 고추장을 만드는 핵심 기술인 발효 기법을 세계화하면서 나온 게 동북권 발효 벨트라는 명칭인 거거든요. 이곳이 발효의 필요한 균류에 대한 연구와 균류의 집대성으로는 아시아권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어요.

김형중: 이런 것들을 사실 가장 잘 하는 데가 일본과 유럽인데, 지역 표시권이라든지 정확히 지리적 표시권 이런 것들과 관련한 준비들을 체계적으로 해 나가는 게 일단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표준화와 계량화가 필요하거든요? 이렇게 되면 결국 현대화되는 거죠. “우리 증조 할머니가 알려주신 방법대로 계란이 어느 정도 뜰 만큼 소금을 집어넣고, 숯 몇 개를 집어넣고 고추를 넣으면 간장이 잘 상하지 않는다더라”에서 그쳤다면 이거를 과학적으로 평가해서 근거를 만들고 공법을 만드는 거죠. 공법화할 수 있는 곳들이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나 연구소들입니다.

윤준식: 순창의 동부권 발효벨트 콘셉트는 기존에는 식품을 가공하는 정도 수준에서 바이오벤처의 산실로 갈 수 있는 물꼬를 튼 것이기도 하거든요. 앞으로 눈여겨봐야 될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순창이 인구 3만이 안 되는 군이란 말이에요? 군 단위에 이런 산업기반이 생긴다는 것도 기적이라 볼 수 있는 거거든요.

김형중: 이를테면 고추장 장인 할머니가 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그 고추장이 만들어져야 돼요. 그래야 순창 고추장이 존재할 수 있는 거거든요. 과학화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과학은 재현 가능성이거든요? 할머니가 아니어도 같은 고추장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러려면 과학화와 수량화와 계측이 필요한데, 할머니에게는 그럴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거죠.

민관이 같이 협력을 해야 될 부분들이 있는 게 지자체에서 지역 자원들이랑 공동 작업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의 고유한 유산 특성 이런 것들을 재발견을 하고 새롭게 창조해 나가는 위해 지역의 고유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놓는 게 되게 필요합니다. 지역 자원을 비축을 해두면 새롭게 콘텐츠를 개발한다거나 새로운 산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해서 발효의 도시 순창이 생기는 게 아닌가...

이렇게 개발된 새로운 콘텐츠와 새로운 산업이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자기 스스로 투자해서 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나타날 수도 있는 거죠. 그게 우리나라 법령에서 설명하는 기업도시의 개념이거든요. 그런 기반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전자공단 같은 게 좋아 보이니까 우리 동네에 만들어야 되겠다, 판교테크노밸리가 좋아 보이니까 우리 동네에도 하나 만들어야 되겠다...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면 비교 우위가 없어요. 판교 테크노밸리를 이길 수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는 만들 수는 없어요. 마찬가지로 순창의 발효 산업을 이길 수 있는 산업단지를 타 지역에다 만드는 건 또 어렵거든요.

윤준식: 순창만 갖고 있는 노하우와 인프라가 있는 거니까요.

김형중: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찾아야 되는 거지, 저게 훌륭해 보이니까 나도 해야 되겠다. 그거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죠.

https://www.youtube.com/watch?v=EzzGGTx02io

윤준식: 이런 내용을 차기 지방선거 나오시는 분들이 좀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좋아 보이는 걸 집어넣는 게 공약이 아니라 내가 있는 지역 살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이 나와서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그런 지역 지방을 만들어야 되는데, 현실적인 차원에서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한 콘텐츠 핵심 경쟁 산업들이 좀 더 현대화된 산업 미래를 지향하는 산업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게 로컬의 산업화를 주도하는 방법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김형중: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해야 한다” 이걸 잘 보여주는 나라가 있습니다. 덴마크가 대표적인데 덴마크는 낙농업이 축산업으로 매우 유명하죠. 덴마크는 원래 황무지였어요. 유틀란드 반도가 황무지였고 지금은 인구의 한 3배 정도 되는 돼지만 한 2천만 마리 정도 되는 나라인데...

윤준식: 돼지의 나라군요. 사람이 사는 나라가 아니라

김형중: 이거를 유틀란디아 반도 서쪽에다가 방풍림을 만들고 목초를 어거지로 심어가지고 황무지에다 그렇게 해서 축산업과 낙농업을 시작한 나라거든요. 그러면 축산업이랑 낙농업이 매우 그럴 싸하고 폼나는 산업이냐 그렇진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진 나라가 됐단 말이죠.

“우리 동네에 돼지를 더 많이 키우겠습니다”라는 말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우리 동네에서 돼지 다리를 잘라가지고 소금에 절여 보겠습니다” 하몽이 그거거든요.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뭔가 폼이 나지 않아요. 이런 걸 하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까? 지역에는 인구가 소멸되고 있고 젊은 애들은 하나도 없는데 할아버지들끼리 소금에 돼지 다리를 절이자고? 그러면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지역에서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 개발자를 모아서 그것도 사실 쉽지 않거든요. 로컬은 충분히 미래 지향적일 수 있어요. 또 미래 지향적이어야 해요.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 지역은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지자체 공무원은 주민의 공공 복리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지방자치법에 그렇게 써있어요. 지역 주민이 없으면 공무원도 없어져야 돼요. 그럴싸한 이야기를 던진다고 그래서 부흥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산업화나 이런 거 도시화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에는 우리도 비슷한 걸 만들어보자는 얘기들이 실현 가능성이 있었어요. 다 제로베이스였으니까.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에 우리도 공항 하나 만들어서 달라스 국제공항 같은 걸 JFK 공항 같은 걸 드골 국제공항 같은 걸 만들어 보겠다. 우리 동네가 쇠락해 가고 있는 어촌 마을인데 허브 항구를 만들겠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같은 걸 만들겠다? 현실성이 있을까요?

이미 가장 최적화된 입지에 자원이 분배돼 있는 상태거든요. 새롭게 후발 주자로 출발해서 우위를 정할 수가 없어요. 이젠. 그렇기 때문에 지역과 관련된 정보를 자원화하는 그런 작업을 사실 지자체가 하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민간의 영역에서 지역에서 뭔가를 시작해보려고 하는 사람들한테 디테일하고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역할이 나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준식: 로컬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지역이 쇠퇴하고 소멸하는 이유 지역에 적합한 산업이 없기 때문인 건데요. 산업이 없기 때문에 소득이 없고 소득이 없기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또한 지역 경제가 순환하지 못하기 때문에 로컬리티나 정주성들도 살아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오늘 그 문제에 대해서 좀 거시적인 이야기들을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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