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식: 로컬 경제, 골목길 경제 이야기가 대두된 지 벌써 한 3~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김형중: 골목 상권, 골목상권 보호라는 얘기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던 얘기고, 전통시장 보호를 넘어서는 로컬 지역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거는 실제로는 한 10년 정도 됐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윤준식: ‘골목길 경제학자’로도 불리는 모종린 교수의 <골목길 자본론>이라는 책이 나온 이후로 골목 상권을 기존과는 좀 다른 형태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하이퍼 로컬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데요. 골목 속에서 집객 역할을 하는 앵커스토어들에게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새로운 현상들을 바라보면서 로컬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 일으키는 창업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시작됐습니다. 기존의 골목상권과는 좀 다른 형태로 골목상권을 해석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골목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9월 15일쯤이죠. 9월 중순경에 오세훈 시장이 <서울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향후 10년 동안의 서울 시정에 대한 거시적인 플랜을 발표를 했는데요.
이례적으로 오세훈 시장이 직접 나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그만큼 의지를 가지고 가겠다, 정치적으로는 재선의 의지를 보여주는 거기도 했는데요.
서울 비전 2030 계획 안에는 크게 네 가지 프로젝트가 들어가 있습니다. 서울의 미래상을 △상생 도시 △글로벌 선도 도시 △안심 도시 △미래 감성 도시 이렇게 놓고, 네 가지 프로젝트로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 △국제 도시 경쟁력 강화 △안전한 도시환경 구현 △멋과 감성으로 품격 제고... 이 4가지 정책 지향 안에서 16가지 전략 목표 78가지 정책 과제를 추진하겠다 발표했는데요.
이 내용 안에 좀 특이한 내용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골목 경제 부활 프로젝트’를 넣어 일자리 사다리를 복원하겠다 이야기하고 있고요. ‘골목 경제 부활 프로젝트’에는 △특색있는 골목 상권과 로컬 브랜드를 육성해 골목의 지도를 만들겠다, △독특한 스토리와 관광 자원이 있어 잠재력이 있는 상권 100개를 로컬 브랜드로 육성하겠다, △연트럴 파크나 샤로수길 같은 상권은 영업 환경 규제를 완화해서 지속 가능성을 만들겠다, 또 △전통시장은 온라인으로 생활 상권은 지역 주민과의 관계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기존의 전통시장이라든가 일반적인 상권이 아닌 좀 창의적인 골목 상권을 만들겠다라는 이야기인 거거든요.
그런데 이 내용이 굉장히 획기적인 거는 이 골목 경제 부활 프로젝트에 2030년까지 5조 7천억 정도의 예산을 투입된 계획을 짜고 있고, 당장 내년인 2022년도에 5천200억 정도의 자금을 쏟아 붓겠다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큰 자금인데요. 왜냐하면 20대 핵심 과제를 하는 데 편성한 예산이 33조인데 그중에서 5조가 넘는 금액 5조 7천억 원이나 골목 경제 부활 프로젝트에 투입된다는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g_-yIBxRA0
김형중: 연 수천억 정도의 예산이 편성된다는 거는 서울시 예산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예산으로 달성하려는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서도 예산의 규모가 과소하다 과다하다가 결정이 될 텐데요. <다시 뛰는 공정 도시 서울>이라는 발표 자료에 보면 <서울 비전 2030>은 성장 도시로서의 역할 강화 글로벌 신도시 혁신도시 세계를 선도하는 도시로서의 서울 일하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거든요.
오세훈 시장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게 ‘디자인 서울’하고 디자인 서울과 관련한 하위 개념으로서 ‘한강 르네상스’를 많이 떠올립니다. 그런데 한강 르네상스나 디자인 서울은 서울을 문화 도시로 만들겠다. 어떤 문화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적인 목표가 굉장히 중점이 돼 있는 것이었거든요.
나중에 어떤 계획으로 이어진 것이냐면 박원순 시장이 2016년에 발표한 <문화 서울 2030>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 계획이랑 오세훈 시장이 이번에 발표한 <서울 비전 2030>은 사실 같은 레벨에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시정 정책 계획이라고 그러는데 이 두 가지가 서로 목표하고 있는 바가 다릅니다.
<서울 비전 2030>은 오세훈 시장이 보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얘기했던 것처럼 서울이 지난 10년간 낙후 발전되지 못하고 정체돼 있었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겁니다. 디자인 서울과 목표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게 디자인 서울은 서울을 멋진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습니다. OECD 가입국이자 이제 이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갖는 국가의 수도로서 ‘하이서울 페스티발’로 대표되는 관광 산업이라든지 MICE나 고급 관광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겠다는 게 목표였다면 지금은 디자인 서울과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서울이 너무 낙후돼 있다는 판단을 하는 거죠.
그리고 이미 직면해 있는 청년 실업이라든지, 주택 보급의 문제라든지... 10여 년 동안 재개발 재건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택도 거의 보급되지 않은 상태거든요. 서울에서 가장 신축 아파트라고 불리는 것들은 신흥 고급 주거지라고 불리는 주택들은 이명박 서울시장 때 추진돼서 오세훈 시장 때 사업이 끝났던 뉴타운들입니다.
마·용·성이 그렇고 노·도·강이 그렇습니다. 10년 된 집이 새 아파트라고 인식되는 것은 그만큼 서울이 낙후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이 낙후된 수준을 메이크업하겠다는 게 우선적인 목표인 것이고, 두 번째로는 <문화 서울 2030>과 비교하면 정책 목표가 완전히 다른 것이 ‘투자’라는 개념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글로벌 선도 도시라는 아이디어를 강조합니다.
어떤 의미를 갖는 거냐면 골목상권이건 교육 문제건 간에 투자를 해서 리워드를 만들거나 자생력을 만들겠다는 거거든요. ,문화 서울 2030.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고 예산 배분의 순위라든가 이런 점에서도 매우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다.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윤준식: 오세훈 시장의 지난 임기 동안 했던 정책과 연결해서 해주셨는데요. 지난 9월에 거시적인 플랜을 발표한 데 이어서 예산철이잖아요? 11월 초에는 서울시가 여태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만한 44조 원이라고 하는 2022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게 됩니다.
시의회를 통과한 안은 아니고 서울시가 예산안을 이렇게 짰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 건데요. 이게 어느 정도 <서울 비전 2030>하고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게 소상공인 취약계층 맞춤형 회복 지원 예산으로 3563억 원을 편성을 하거든요.
<서울비전 2030> 플랜에도 보면 2020년도 예산에 골목 경제 부활 프로젝트에 5,200억 이상이 이제 투입이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어느 정도 같은 맥락 차원에서 소상공인 취약계층 맞춤형 회복 지원에 3,563억 원을 투입을 하는데 이 안에 골목상권 살리기 위한 로컬 브랜드 상권 육성 62억 원 청년 골목 창업 프로젝트에 24억 원 이렇게 투입이 된다고 나와 있고요.
미래 성장산업 및 창업 생태계 육성에 3419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되어 있는데 그 내용 안에는 이제 앵커 시설이라든가 또 서울 창업 허브 운영에도 돈을 쓰겠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어서 소상공인 창업 스타트업 창업에도 예산 투입이 많이 들어갈 거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 예산안의 3대 투자 중점 주요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서울시가 예산을 쓰는데 그걸 ‘투자’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는 거고요. 중점 투자 첫 번째가 민생과 일상 회복에 관련된 내용인데 예산 2조 2398억 원 중에서 첫 번째가 소상공인 취약계층 맞춤형 회복 지원이라고 하면서 신용보증 등을 통한 자금 지원에 1933억 원이 편성된다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로컬 브랜드 상권 육성 62억 원은 잠재성은 있으나 활성화가 미흡한 상권을 ‘촉진지구’, 또 고도화 단계로 육성이 필요한 인지도가 있는 상권을 ‘강화 지구’라고 지정해서 발굴하고 육성하겠다고 로컬 상권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보여주고 있고요.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해서 로컬크리에이터 골목 창업가를 양성하겠다. 그래서 이들을 기반으로 골목 창업을 활성화하겠다. 청년 골목 창업 지원 프로젝트 24억 원 예산도 청년 예비 창업가 100명을 대상으로 최대 5천만 원의 창업 자금을 지원하겠다.
그리고 338억 원에 해당하는 서울 광역 지역사랑 상품권을 발행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서울 사랑 상품권, 이게 굉장히 의미가 큽니다. 이거는 지금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책사 역할을 하고 있는 최배근 교수도 역내 소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를 했거든요. 골목상권에 대해서 그런 의미에서 이 지역사랑 상품권은 굉장히 또 의미가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서울시가 골목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 예산안까지 지금 올라와 있는 상황이거든요.
김형중: <서울 비전 2030> 예산안 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포션이 ‘골목 경제 부활 프로젝트’인 거죠. 자립하고 자율성을 가지고 자생할 수 있는 토대와 출발점을 만들어주겠다는 거거든요. 주구장창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게 아니라 예산을 투하해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생력을 강조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계획들은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제로페이가 됐던 서울페이와 오세훈 시장이 발행한다는 지역 화폐가 구조적으로 달라질 수 없는 거거든요. 이 모든 것들이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느냐 주된 목표가 자생이냐 어느 시점이 될 때까지 인큐베이팅을 해서 언젠가는 두 발로 혼자 설 수 있는 주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주요 활동으로는 소상공인의 생태계를 지원할 4대 상권 육성 지구 지정 및 지구별 특성에 맞는 네 가지 맞춤 지원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로컬 브랜드 강화니, 생활 상권 육성이니 등등의 얘기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여기에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어요.
창업부터 철저히 준비된 혁신적인 소상공인을 양성하겠다. 자금 조달 위기 대응 능력을 포함해서 네가 알아서 살 수 있는 훈련을 시켜주겠다는 거거든요.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지 않겠다는 거예요. 붙잡고 일어설 손을 뻗어주긴 하겠지만 그 손을 붙잡고 그 손을 잡아당기면서 스스로 일어나는 게 사실 위기 대응력인 셈이죠.
이거는 완전히 다른 내용인 것이죠. NPO 중심으로 그리고 마을 공동체를 행정에서 가지고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기금을 만들고 예산을 투하하고 이런 식으로 만성적으로 갈 수밖에 없거든요. 왜냐하면 자립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니까... Profit(이익)이 없으면 자기들이 위기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정부도 그렇지 않거든요. 정부도 국유 재산이 있어요. 행정 재산이 아닌 일반 재산도 있습니다. 정부에도 임대차하고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재산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무엇도 가지지 말고 매일매일 하루하루를 매일 죽을 것처럼 사는 조직을 위해서 세금을 투하해야 된다 그거는 바람직하지 않죠.
윤준식: 그런 오세훈 시장의 기조가 있기 때문에 지금 다양한 중간 지원 조직과 지금 마찰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도시재생이라든가 마을 공동체라든가 이런 분들하고 최근에는 또 교육 조직들하고도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인 거고
김형중: 예산은 한정이 돼 있거든요. 유사한 섹션에 있는 다른 정책 목표에 투하되던 예산을 새로운 정책 목표에 투하하는 것일 뿐이거든요. 그것이 온당하냐, 온당하지 않느냐는 그 예산안을 짤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장을 선택한 유권자의 뜻이라고 봐야 되요. 정책 목표에 따라서 특정한 우선순위가 떨어지거나 당장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예산 우선순위에서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윤준식: 지금 <서울 비전 2030> 플랜 같은 경우에는 처음 발표 당시부터 굉장히 획기적인 것처럼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각계 각층 12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 조직을 만들고 136일 동안 100여 차례가 넘는 치열한 토론과 논의를 거쳤다. 그렇게 해서 서울 비전 2030이 나왔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오세훈 시장의 의지가 담기긴 했으나 이것이 시민과 전문가들의 생각과 의지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로 해서 상당히 민주적인 의견이다. 이렇게 표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거든요.
김형중: 그게 행정학에서 이야기하는 정책 네트워크를 통한 정책 환류 과정 정책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땅하고 옳은 부분이 있습니다.
윤준식: 실제로 2030 플랜을 보면 굉장히 다양한 주제들이 박원순 시장을 이어 획기적인 내용들이 많이 나왔고, 생각 외로 경제적으로 서민들이 많이 어려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희망을 품게 하는 내용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로컬 브랜딩, 골목 경제 활성화라는 주제가 나왔다는 거는 단순히 정치적인, 행정가들에게서만 나온 얘기가 아니라 민간 전문가나 시민들의 의견이 들어갔기 때문에 반영된 정책이라고 보여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식행위로 끝나지 않고 상당히 많은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는 게 주목된다는 거죠.
이게 오세훈 시장이 내놓은 정책이잖아요. 근데 오세훈 시장이 사실은 1년짜리 시장이란 말이에요. 그럼 1년이 지나고 나서 다음 선거에서 다음 지방선거에서 오세훈이 패배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 것이냐, 그럼 또 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닐까 이런 걱정도 되긴 하는데요.
김형중: 사실 대한민국 국민의 약 30% 정도는 자영업자거든요. 자영업자는 결국 자기가 일을 해야 된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영세 자영업자라는 표현들을 많이 썼죠. 이 사람들이 골목상권에 위치하고 있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또 하나 자영업자의 가장 큰 특징은 뭐냐 하면 스스로를 고용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 사람들은 통상의 노동시장에서는 이제 좀 거리가 있는 분들이거든요.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단시간 노동이나 초단시간 노동을 하는 게 어렵다든지 이런 여러 가지 점들이 겹쳐져서 벌어지는 일인데, 골목 상권 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적인 지원은 정책 수요가 있는한 계속 창출될 수밖에 없어요. 이를테면 박원순 시장 10년 동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골목상권에 대한 정책이 하나도 없었냐? 그건 아니죠.
윤준식: 제로페이가 된 서울페이라든가... 박원순 시장 시절에 나름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나온 정책이거든요.
김형중: ‘신촌 차 없는 거리’라든지 ‘성수동 수제화 거리’라든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었거든요. 다만 오세훈 시장 때는 정책 대상에서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에 예산 자체도 우선적으로 배정되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만약 시장이 바뀐다 그래도 골목 상권과 관련된 사업이 물론 오세훈 시장 때보다 위축될 수는 있습니다. 위축될 수는 있고 우선순위가 약간 밀릴 수는 있겠지만 “오세훈이 하던 거니까 다 없애버리겠다” 이렇게 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윤준식: <서울 비전 2030>에 대해서 기대를 걸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김 기자가 얘기해줬던 것처럼 “10년 동안 서울이 개발되지 않았다” 개발의 동력으로 인해서 뭔가가 될 거라고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다음으로는 오세훈 시장이 전에 재임할 때 했던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처럼 “뭔가 특색 있는 거리들이 확실하게 나와줄거다” 이렇게 기대를 거는 분들도 있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우파 즉 보수 쪽에서 얘기하는 “일자리 창출이 복지”와 맥락을 같이 하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런 정책을 들여다본 일부 자영업자들 같은 경우에는 대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반긴다고 볼 수 있는 그런 반응들을 볼 수가 있었어요.
김형중: 상권이랑 특정한 상가가 번성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일단 인식을 해야 된다고 보거든요. 오세훈 시장이 얘기하는 ‘골목 경제 부활 프로젝트’는 가장 크게는 상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경제 활력이 살아 숨쉬는 소상공인 골목여지도 완성”이라는 부분에 보면 로컬 브랜드를 만들어서 소상공인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개개 가게를 OO한우등심, OO노래방을 육성해 주겠다는 건 아니거든요.
대상을 바라보는 UNIT의 덩어리가 어느 정도인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있는데 “서울 관내에는 약 1,500여 개의 상권이 존재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1,500여 개의 가게’나 ‘1,500여 개의 패션 문화의 거리’나 ‘1,500여 명의 로컬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1,500여 개의 상권’이 존재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 상권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냐면 대규모 쇼핑몰 그리고 온라인 쇼핑 확대로 인해서 상권 전반적으로 침체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냐면 영업이익률이 14%로 떨어졌습니다. 평균부채가 1억 7,200만 원 정도씩 있는 상황인 셈인데 영업이익률이 이렇게 떨어지면 못 갚는 거죠.
골목 상권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서 쓸 때는 대기업의 리테일 브랜치들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내고 거기에 대해서 반박하기 위한 아이디어로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표현을 썼었죠. 그 당시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게 특정한 업종에 종사하는 골목에 있는 가게들이 어려움에 처한다는 거였거든요. 지금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골목 상권이라는 거는... 이를테면 무슨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새로 등장했다 하면 특정한 골목 상권에서 커피나 식음료를 파는 분들만 영향을 받겠죠?
그런데 지금은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그 골목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건 다 어려운 상황인 거예요. 그 골목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그렇기 때문에 골목 상권이라는 단어의 개념 자체도 바꾸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고요. 그래서 실림 패션 문화의 거리, 성수동 수제화 거리처럼 특정 상권의 자체를 특화시켜서 브랜딩화 하겠다는 것이죠.
목적 없이 머무는 사람이 소비를 하게 됩니다.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같은 백화점은 그냥 와서 놀라고 만든 공간이거든요. 돌아다니면서 나무도 보고 약간 식물원처럼 생겨서 별 목적 없이... 무엇을 사러 오는 공간이 아닌 거거든요. 돌아다니다 보면 배가 고프니까 들러서 음료수도 한 잔 마시고 그러다 보면 빵도 하나 먹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저녁 찬거리도 사 가게 되고 나무를 보면서 핸드폰을 확인했더니 내일 날씨가 춥다고 그러니까 아우터를 하나 사게 되고 이런 식으로 사람이 머무는 상권을 만든 거거든요.
그러면 특정한 앵커스토어가 생긴다고 그래서 그 앵커 스토어를 타깃으로 “내가 오늘 초코케이크을 사서 누구한테 선물해야지” 마음먹고 온 사람이 <더현대>에서 배회하는 사람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는 거죠. 골목 상권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류하는 사람을 만들어야 된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그 체류하는 사람을 만드는 거는 적지 않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그걸 상당히 일찍이 시도했던 게 교보문고 광화문점이에요. 큰 통나무로 만든 책상을 갖다 놓고 “보고 싶은 책을 꺼내서 봐라! 머물러라”가 된 거거든요. 음반을 사가든 문구를 사가든 일단 체류하게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그게 다시 한 번 시도됐던 게 <더현대>고요
그러면 골목 상권 브랜딩이라는 것도 체류하고 싶은 골목 머무는 골목을 만들어야 되는 거거든요. “거기 임금님표 왕족발이 맛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그런 식이었죠. 감자탕 골목도 그렇게 생겼죠. A라는 유명한 감자탕집 옆에 감자탕집이 쭉 생기면, 그 A라는 유명한 감자탕집이 앵커스토어인 셈이죠. 왔는데 여긴(A라는 유명한 감자탕집에는) 자리가 없어요. 근데 유사, 동질, 동종의 재화를 판매하는 인접한 가게가 있어요. 그러면 대체재를 구매하려고 가는 거죠.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특화된 골목들이 있었죠. 장충동 족발골목, 응암동 감자탕 골목... 그런 상권 형성 과정에 모티브를 얻어서 시작한 것들이 성수동 수제화거리라든지 이런 것들인 셈인데. 그런 형태로는 자연 발생적인 방법을 제외하고는 그리고 현재는 장충동에 족발 먹으러 가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거든요.
그런 식의 접근보다는 특정한 이미지 내지는 어떠한 목적으로 ‘머물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나 가능성 가까운 곳이 되어야 되지 않겠나. 그리고 오세훈 시장의 골목상권 프로젝트나 골목 상권 브랜드화와 관련된 아이디어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좀 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고요.
윤준식: 서울시만의 정책으로 끝나서는 성공할 수가 없는 게 각 25개 서울시 내에 자치구에서도 협조를 해줘야 되는 거고 시의회에서도 어느 정도 호응을 해줘야 되는 건데 지금 현재 오세훈 시장이 넘어가야 할 파도는 굉장히 많아 보입니다.
김 기자가 오세훈 시장이 선택과 집중을 했던 패턴들을 가지고 <서울비전 2030>에 대해, 2022년 예산안에 대해 얘기해줬습니다. 좋은 지적이고 좋은 예측이라고 보는데요. 오세훈 시장의 의도가 그런 형태로 가고 있다고 한다면 거기에 맞춰서도 그 정책의 수혜자가 될 다양한 자영업자들도 그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뭔가 변화를 잘 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세훈 시장이 지금 정치적으로 봤을 때는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거든요. 지금 시의회에서나 각 자치구에서나 많은 반발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파도를 잘 넘어서 자영업자들을 위한 또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들이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좋은 정책적인 타협점들이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게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1년 남아 있는 지방선거에 많은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코로나 19 이후로 골목 상권들이 굉장히 많이 위축이 됐거든요. 코로나19 때문에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갈 만한 주거지역 인접의 상권)이 뜬다, 그 다음에 로컬이 뜬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디를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골목, 동네에 대한 관심이 뜨고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이게 자기가 머무를 수밖에 없어서 머무르는 거지, 머물고 싶어서 머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 시국이 끝나게 되면 또 골목 상권이 어떻게 흔들리고 어떻게 변화될지는 알 수가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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