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현은 일본에서 가장 행복도가 높은 곳이다. 유일한 아열대 지역으로 연중 온난한 기후를 보이며, 푸르게 펼쳐진 바다는 화려한 열대어나 산호초 등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그래서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년 기준 관광 수입은 연간 약 7,256억 엔(국내외 관광객 984만 7천여 명)에 달한다.
이런 측면과는 달리 오키나와는 안보상 중요한 요충지이기도 하며, 최근 미-중 갈등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부상되면서 오키나와 주일미군의 중요성이 재부각되고 있다. 한편,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로부터 기인한 코로나19 확산 문제가 반미감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키나와는 140년 전인 1872년, 메이지 정부에 의해 류큐번이 설치되며 그때까지 독립국가로서 약 450년간 계속된 류큐국이 해체되었다. 1879년에 폐번치현에 의해 오키나와현이 되었다. 2차대전의 끝무렵인 1945년 3월 미군이 상륙하며 3개월 동안의 본토상륙 지연작전, 소위 옥쇄(玉碎:꺠끗이 죽음)로 인해 미-일 쌍방이 20만 명이나 죽었고, 오키나와 현민 4명 중 1명이 희생당했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조약으로 일본이 독립을 회복하였지만 오키나와는 미국의 임시정권 하에 남았다. 그래서 오키나와에서는 이 날 4월 28일을 ‘굴욕의 날’(屈辱の日)라고 한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 탓에 일본 국토면적의 0.6%에 불과한 오키나와에는 주일미군기지의 7할이 주둔해 있다. 현재 오키나와의 주일미군과 관련해서 일본은 크게 3가지의 현안을 가지고 있다.
첫째, 오키나와 주일 미군기지 소속 장병과 관련자들의 외출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게 증가했다. 1월 20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대신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오키나와 주일미군 관계자 감염자가 4,141명에 달한다(1.19일 기준)”고 답했다. 같은 기준으로 주일미군 전체 감염자는 6,350명이므로 오키나와만 따져도 65%에 이른다.
현재는 주일미군의 외출 중지로 감소추세지만 코로나19 전국 확산으로 일본 야당 및 언론은 “일본이 한국과는 달리 적어도 작년 9월부터 12월 경에 PCR검사 확인없이 미군이 입국하면서 오미크론 확산의 계기가 되었다”며 그로 인한 대미감정 악화 및 미일 지위협정의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둘째,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다. ①1995년 오키나와 미군병사의 초등학교 소녀 폭행사건을 계기로 미군기지 반대 및 후텐마기지 반환요구, 주일미군 지위협정 재검토 요구운동이 드세짐에 따라 1996년 일본정부는 후텐마기지를 나고시 헤노코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러한 논란은 ②2004년 오키나와 대학 미군 헬기 추락사건으로 재점화되었고, ③2009년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이 오키나와 현외 지역 이전을 주장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아베 정권 들어 헤노코 이전을 강하게 밀어부쳤다.
하지만 2014년 적어도 3,500억 엔이라던 총공사비는 매립지역이 연약지반임에 따라 2.7배 늘어난 9,300억 엔이 될 전망이며, 매립공사 기간도 9.3년으로 늘어나 빨라도 2030년 후반으로 미뤄질 예정이다. 여기서 발생한 문제는 일본정부가 2016년 당시 매립예정지가 연약지반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2018년 3월 정보공개 요구에 의해 밝혀졌다는 것이다.
셋째, 2019년 실시한 현민투표에 따르면 현민의 70%가 헤노코 기지의 매립을 반대하고 있으며, 오키나와 지사 선거도 이전반대를 주장하는 후보인 타마키 데니(玉城 デニー)가 당선되어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오키나와현 지사(9.29) 선거 등 관련 지자체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일본은 대만과 한반도 문제가 자신들의 사활적 문제로 이어진다(“타이완 유사는 존립위기 사태 해당 가능성”, 아소타로 부총리, 2021.7.6., “타이완 유사는 일본의 유사” 아베 전 총리, 2021.12.1.)고 생각하고 있으며,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존재가 그들의 전략적 입장을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미국에 있어서도 과거 한국전과 베트남전에서 오키나와의 중요성이 입증되었을 뿐 아니라 현재도 중국의 태평양진출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페리 국방장관도 사임할 때 “오키나와 부담 경감(부대 규모 축소)과 주일미군의 능력유지 양쪽을 동시에 실현한다는 것은 모순되는 내용으로 신(神)도 할 수 없다”(TBS, 선데이모닝, 2022.1.16.)고 한 바 있다. 이것이 우리가 오키나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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