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알자] 아베 vs 기시다 – 전·현직 총리 갈등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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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2:19 | 최종 수정 2021.12.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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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는 매파와 비둘기파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견제를 위해 대만을 지원해야 한다는 아베를 중심으로 한 매파들의 선동과 이를 지켜보면서 국익을 고려한 선택을 한다고 주장하는 고치카이(宏池会)의 기시다 현 총리 및 하야시 외무대신 등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배경에는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약점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두고 자신은 재임기간 중 개최하지 않을 것(12.14)과 아베노마스크에 대한 연내 폐기지시 표명(12.21) 등 아베 전 총리와 선긋기를 하는데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이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 수장이라면서 기시다 현 총리 등 비둘기파들에 대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①“대만 유사시는 일본 유사시이고 미일동맹 유사시이기도 하다”“중국의 군사적 모험은 경제적 자살이다”(12.1), ②“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충돌을 막는 것이다. 앞으로도 할 말은 한다”(12.3), ③“미군에게 공격이 있을 때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가능한 존립 위기사태가 올 수 있다.
여기서 어떤 유사(상황)이 발생하면 중요영향사태가 될 것은 틀림없다”(12.13)는 등의 중국견제를 위한 대만지원 발언을 지속하면서 ‘자신이 불을 지르고 이것을 소화 펌프로 끈다는 자작극의 행위를 가르키는 일본식 외래어’인 소위 매치펌프(マッチポンプ)질을 하고 있다.
이러한 아베의 행위는 몇 가지 속내를 품고 있다. 그 첫째는 아베의 선거기반 다지기 일환이다. 아베의 선거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야마구치현이다. 야마구치현에는 4개 선거구가 있는데, 아베가 4선거구이고, 친동생인 기시노부오 방위대신이 2선거구에서 출마했다. 그런데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가 출마한 제 4 선거구 투표율은 48.64%에 불과(전국 평균 투표율 55.93%, 전후 3번째로 낮은 수준)했고, 아베도 80만여 표인 69.7%의 득표로 당선되었다. 이제까지 아베는 선거 때 자신의 선거구를 돌지 않고 다른 젊은 후보들을 지원하러 다니기만 해도 10만표 이상을 획득해 왔었다. 즉, 그만큼 선거구에서 아베의 인기가 식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아베 전 총리와 선거구 갈등이 있는 하야시 요시마사(林 芳正) 외무대신이 중의원으로 변경하여 선출되었다. 하야시는 사실 일중 의원연맹회장직을 맡고 있었는데, 이번 외무대신 취임을 두고 이를 사임했다. 게다가 게다가 선거구가 야마구치현으로 아베신조 전 총리와 같은 인근 선거구이므로 둘 다 세습의원이기 때문에 선대부터 소선거구에서는 선거구 쟁탈전으로 인한 경쟁상대이었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세대교체 분위기가 진행중인 지금 추세를 반영해 볼 때 아베 전 총리를 위협하는 구도인 것은 틀림없다. 때문에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는 아베총리를 지원하기 위해 극우의 상징인 사쿠라이요시코가 아베후원 연설에 등장하기도 했다.
둘째, 아베 자신이 현직에 있을 때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던 안보 정책에 대한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함이다. 아베는 재임기간 중인 2014년 7월 1일 각의 결정을 한 안보법안에 대해 정부가 헌법 제9조의 해석을 변경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헌법의 해석과는 다른 법률에 의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용인하였으며, 자위대의 타국군에 대한 후방 지원 확대나 자위대가 해외에서 무력을 행사할 위험성을 높였다. 또한 중국군의 해양 진출 속에서 미중대립의 본격화와 중국 내 인권문제를 배경으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이제는 헌법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셋째, 중국견제를 위한 대만과의 연대 강화다. 이는 홍콩문제로 대만도 불안해지자 대미협력을 들고나온 차이잉원 총통이 지지율을 높인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친일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대만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지원이 중국의 입장을 약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차이잉원 총통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어 상호 윈-윈관계를 노리고 있다.
게다가 이같은 아베의 주장에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장 등 극우 정치인들과 사쿠라이 요시코 같은 언론인들도 별다른 효과도 없는 올림픽외교단 불참을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올림픽 스폰서 기업의 불참운동 등이 효과적일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만의 셈법에 의한 정치적 영향력 회복이 아베 전 총리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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