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알자] 보이는 위협보다 보이지 않는 유령이 무서운 정치인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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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12:16 | 최종 수정 2021.12.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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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 속에는 원령을 기피하는 문화가 현대에서도 자리잡고 있으며, 이러한 원령을 막기 위한 어령신앙(御霊信仰ごりょうしんこう)도 있다. 대지진 등 재해 혹은 전염병 등으로 비명횡사를 하거나 원한을 품고 죽으면 원령이 되고, 이 원령을 모시면서 재앙을 면하려는 것이 어령신앙이다.
총리가 관저에서 퇴근 후 일상생활을 하는 공관을 공저(公邸)라고 하는데 1921년 준공되었다. 이 공저는 1932년 해군장교들에 의해 총리가 사살된 5·15사건과 1936년 육군 청년장교들의 반란에 의한 총리 사살(비서관이 총리라고 칭하면서 대신 사살 당함) 사건인 2·26 쿠데타사건 등에 의한 원혼들 때문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과 이 때문인지 고이즈미 총리를 제외하고 총리 공관에서 살았던 과거 총리들의 임기가 짧았다는 징크스도 있다.
특히 아베 전 총리는 재임 당시 “모리 전 총리가 귀신의 일부를 보았다는 말을 들었다”라는 내용을 ‘웨이크업 플러스’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말한 바(2013.6.1.일, 読売テレビ)있고, 소문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2013년 “모른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각의결정까지 하였다.
때문에 총리 공저는 아베 전 총리 시절부터 스가 전 총리까지 9년여 기간 동안 비워져 있었다. 평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재난에 대한 위기대처 문제와 연간 1억 6천만 엔(16억원)에 달하는 유지비에 대한 무용성 등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12월 11일, 기시다 총리는 이사를 결심하고 실행했다.
사실 총리가 공저를 두고 사저에서 머문다고 하는 것은 위기대응 차원의 문제가 있다. 게다가 아베 전 총리는 수도 직하지진 및 남해 트러프, 태풍 등 재해재난과 북한의 미사일 문제, 미·중 갈등으로 인한 대만 문제 등 일본 주변을 두고 갈등과 위기를 강조해 왔다.
이러한 문제가 사실상 위기라고 인식했다면 아베총리는 사저에서 머무를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 지진) 당시 현 지사가 도로정체 때문에 등청이 늦었던 사례도 있다. 즉,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6.7Km의 거리라도 차량이동이 안되며, 수 십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일본에서 살아 본 사람들은 다 안다. 결국 아베는 보지도 못한 유령이 자신이 주장해 왔던 위협보다 더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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