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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논단] 여성의 조건을 고려한 빈곤 대책 나와야

칼럼니스트 이완 승인 2022.08.28 16:5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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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옮겨지는 '수원 세모녀' 위패 [사진: 연합뉴스 제공]

또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렸습니다. 언론이 여성 문제에만 집중하는지는 몰라도, 빈곤한 여성이 비극을 겪었다는 소식을 더 자주 접합니다. 2021년 빈곤통계연보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34세 이하 청년 남성 1인 가구의 빈곤율은 19.7%인데, 여성의 빈곤율은 24.1%입니다. 49세 이하 장년 남성 1인 가구의 빈곤율은 19.7%인데, 여성의 빈곤율은 26.4%입니다. 또한, 남성 한부모가구의 빈곤율은 29.2%인데, 여성 한부모가구는 55.2%입니다. 아동 빈곤율을 제외하면, 대체로 여성 빈곤율이 남성 빈곤율보다 높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한창 일하는 남녀는 빈곤율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65세 미만 남성 취업자의 빈곤율은 10.5%인데, 여성 취업자는 9.2%입니다. 여성 빈곤율이 더 높지만, 다른 통계에 비하면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노동시장에 포괄된 여성은 남성보다 특별히 더 빈곤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남녀 빈곤율 격차는 노동시장 안에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남녀 빈곤율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저학력 여성이 저학력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저학력 여성은 노동시장 안에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밖에서 차별받는 듯합니다.

저학력 남성은 상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습니다. 건설업이나 운송업처럼 체력 소모가 크지만 높은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 직종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저학력 여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저학력 여성이 접근할 수 있는 직종은 그래봐야 요식업 뿐입니다. 그리고 요식업은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고 소득이 높지 않습니다. (성매매는 불법이므로 선택지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많은 저학럭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있고, 그 탓에 빈곤율이 더 높은 듯합니다.

여기에 경력단절도 한 몫 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집안일을 여성이 전담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아내가 집안일을 주도한다는 응답이 76.8%에 달합니다. 여성은 경력과 집안일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셈입니다.

만약 여기서 여성 빈곤층에게만 소득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레디컬 페미니스트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빈곤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정 성을 위한 소득 지원은 불공평합니다.

다만, 저학력·저소득 여성을 대상으로 노동시장에 접근할 기회를 더 많이 보장하는 정책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취업에 유리한 학위가 있는 여성이 아니라, 그런 취업 수단이 적어서 취업할 가능성이 낮은 여성을 대상으로 일자리와 연계된 직업 교육을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가사를 보다 공평하게 분담하고 공공보육시설을 강화해서 경력단절을 막을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최근 페미니스트와 안티 페미니스트가 무의미한 소모전을 벌이는 탓에, 여성이 조금 더 불리한 영역이 있다는 사실만 지적해도 페미니스트로 몰립니다. 우리나라는 성평등을 달성한 나라가 아닙니다. 남녀는 동등한 권리와 동등한 의무를 공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이런 사실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정작 페미니스트는 빈곤 문제를 외면하고 성범죄 문제에만 과하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사법 체계를 여성에게만 유리하게 왜곡하려 해서 국민의 지지를 잃었습니다.

여성 빈곤 이슈는 세 모녀 사건이 또 한 번 일어나도 충분히 관심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빈곤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여성 빈곤은 남성 빈곤과 원인이 다릅니다. 원인이 다르면 대처법도 달라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똑같은 개인으로만 보면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여성의 조건을 고려한 빈곤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진설명-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8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수원 세모녀' 발인식에서 수원시 관계자들이 세 모녀의 위패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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