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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프로야구] WBC, 화려한 국가대표 마지막 댄스를 꿈꾸는 베테랑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3.02.21 14:32 의견 0

2023 WBC에 참가하는 야구 국가대표팀의 실전을 위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대표팀은 이강철 감독을 중심으로 미국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리고 연습 경기 등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평소 스프링캠프보다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려야 하는 탓에 선수들의 경기력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고 특히, 투수들이 실전 투구를 하는데 애를 먹고 있지만, 야수들은 빠르게 실전을 치를 몸을 만들어 놓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제 경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마운드인 만큼 투수들이 감을 빨리 찾는 게 대표팀에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 점에서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한 두 베테랑 김광현과 양현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WBC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수많은 국제 경기에 출전했고 영광의 순간과 함께 했다. 이제 이들은 대표팀 불펜진에 포함된 이용찬과 함께 투수진에서 최고참 선수들이다. 그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번 WBC가 김광현과 양현종에게는 마지막 국가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오랜 세월 KBO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 투수였고 활약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해 활약하기도 했다. 지금도 두 베테랑은 리그 최고 선발 투수들이다. 정규리그, 한국 시리즈 경험도 있다. 선수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꾸준함과 무게감은 국가대표 경기에 이들을 쉼 없이 호출했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은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그 중요성이 가장 큰 일본과의 경기에서 김광현과 양현종은 자주 선발 투수로 나섰다. 역사상 일본전에는 좌완 투수가 주로 선발 투수로 나섰다. 일본전 선발 등판은 최고 좌완 투수임을 인증하는 일이었다.


이제 김광현과 양현종은 국가대표의 마무리를 위해 WBC 대표팀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양현종은 순조롭게 등판을 준비하고 있고 김광현 역시 이번 대회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 특히, 젊은 투수들이 다수 포함된 대표팀 마운드는 아직 준비가 부족한 모습이다. 젊은 투수들은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익숙하지 않고 연습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베테랑이 중심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야수진에서는 내야의 최정과 박병호, 외야의 김현수, 포수진의 양의지와 이지영이 국가대표로서 유종의 미를 거드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최정과 박병호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그동안 의미 있는 기록을 쌓았다. 최정은 장타력을 갖춘 3루수로 SK, SSG로 이어지는 팀 역사와 함께 했다. 홈런의 팀 SSG에서 홈런 공장장이라는 별명을 가지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어느새 그의 나이는 3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지만 수준급 3루 수비 능력과 홈런 생산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현재 대표팀 내야진에서 전문 3루수는 최정 한 명뿐이다. 김하성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지만, 이는 수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동안 최정은 수비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갖춘 두산 주전 3루수 허경민에 밀려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허경민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이번 WBC에서는 최정의 역할 비중이 매우 크다. 최정으로서는 그동안 대표팀에서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승엽에 이어 리그 최고 홈런 타자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KT 4번 타자 박병호도 이번 WBC에서 자신의 마지막 국가대표 여정을 화려하게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박병호는 수년간 에이징 커브 논란에 시달리며 기량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고 FA 시장에서 홀대를 받았다. 하지만 2022 시즌 박병호는 자신을 믿고 다년 계약을 체결해 준 KT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타격폼을 수정하는 등의 노력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홈런왕 자리에 올랐다. 주력 타자들의 잇따른 부상 공백에도 박병호는 홀로 KT 중심 타선을 지키며 분전했다. 시즌 막바지 큰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투명했지만, 이를 이겨내고 활약하는 투지도 보였다.

이번 WBC에서 박병호는 같은 소속팀 강백호와 함께 대타 요원으로 활약이 기대됐지만, 주전 1루수로 기대됐던 메이저리거 최지만이 소속팀의 출전 불가 결정으로 WBC 출전이 무산되면서 역할에 변화가 생겼다. 현시점에서 박병호는 대표팀의 주전 1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병호는 리그에서 수준급 1루수 수비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병호가 안정된 수비가 홈런왕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흐트러진 대표팀 라인업 운영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외야진의 김현수는 이번 WBC 대표팀에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최근 국제경기에서 김현수는 주장으로서 많은 역할을 했다. 이제 김현수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의 캡틴, 그리고 대표팀 경력에도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팀의 막내로 야구 금메달에 함께 했던 김현수가 10년을 훌쩍 넘은 세월을 넘어 대표팀 은퇴를 할 시점이 됐다.

그동안 김현수는 대표팀의 부름에 묵묵히 임했고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였다. 뛰어난 콘택트 능력은 낯선 투수들의 상대해야 하는 국제 경기에서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제 김현수는 그동안 국가대표로 쌓았던 경험을 후배 선수들에게 전수해 주는 자리가 됐다. 물론, 그는 KBO 리그의 새로운 간판선수 이정후와 함께 부동의 외야 주전이다.

포수진의 양의지와 이지영은 2명뿐인 포수 엔트리의 부담 속에서 역할을 분담할 예정이다. 양의지는 설명이 필요 없는 리그 최고 포수고 두 번의 FA 계약을 통해 수백억 원의 금액을 벌어들인 부와 명예를 모두 이룬 선수다.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리그에서 양의지를 능가할 포수는 아직 없다.

하지만 양의지는 국제경기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공. 수에서 리그 최고 포수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이었다. 특히,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양의지의 플레이는 실망스러웠다. 이번 WBC는 양의지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국가대표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그가 왜 리그 최고 포수인지 최고의 FA 계약을 해야 하는 선수인지를 증명해야 한다. 대표팀 전력상으로도 양의지가 하위 타선에서 의미 있는 타격 생산력을 보여준다면 대표팀 공격력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의 야구선수 커리어에서 첫 대표팀에 선발된 이지영은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포수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이지영은 키움의 주전 포수로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에서 젊은 투수들이 많은 키움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의 여정에서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며 공. 수에서 큰 활약을 했다. 사실 이지영은 트레이드로 키움에 오기 전 삼성이 전성기를 구가할 때 주전 포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경험은 이번 WBC에서도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의 존재는 양의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대주자, 대타 활용 등 라인업 활용의 유연함을 더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지영은 처음이자 마지막 일수 있는 WBC라는 점에서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23 WBC는 세대교체기 전 대표팀이 최상의 전력을 갖춘 대회다. 누군가는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더디고 리그 최고 투수가 선발되지 못한 점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이번 WBC는 그동안의 국제경기 부진을 씻고 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다시 높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에 여러 어려움에도 팀 주력 선수들이 대표팀 선발에 응했다. 베테랑 선수들 역시 이번 대회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 또한, 국가대표의 무게감과 국가대항전의 중요성도 선수들은 알고 있다. 베테랑들의 마음은 떠 뜨겁다.

어느 종목이든 국가대표 경기는 비즈니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고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경기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인 만큼 그 도덕성이나 인성 또한, 중요한 덕목이 될 수밖에 없다. 야구만 잘한다고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WBC 대표팀의 베테랑들은 실력과 함께 국가대표의 무게감을 지탱할 수 있는 정신력과 품성을 갖췄기에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이제 그 베테랑들은 그들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줄 시점이 됐고 이번 WBC는 그들의 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 여정이다. 베테랑들이 마지막 여정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그렇게 된다면 2023 WBC 결과 역시 빛날 가능성이 크다.


사진 :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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