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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현학] 띠와 청룡띠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1.19 06:57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해 넓고 얇은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올해가 시작한지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올해를 ‘청룡의 해’라고 하는데, 이번 회는 띠와 청룡띠의 고현학입니다.

(출처: 위키백과_ 한벽루 청룡)


1. 우리는 언제부터 띠를 가지게 되었을까?

띠란 사람이 태어난 해의 지지를 동물 이름으로 상징하여 이르는 말을 가리키는 민속용어인데요. 띠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라고만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12가지의 띠는 ‘십이지’라고도 하는데,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십이지 개념이 어디까지 올라가느냐를 찾아보면 매우 놀랍습니다. 갑골문에서도 등장한다고 해요. 이 갑골문은 중국의 상나라 혹은 은나라 시절에 만들어진 건데. 무려 지금부터 4,300년 전부터 등장한 것이니만큼 띠의 개념이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십이지가 황도12궁 별자리와 관련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황도 12궁에 대한 내용은 5,100년 전 수메르 기록에 등장하는데, 중동에서 발전된 천문학 지식이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졌습니다.

황도 12궁은 태양이 지나가는 길에 나타나는 12개의 별자리를 의미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12군데의 방위를 나눴고 여기에 동물의 이름을 붙이면서 지금과 같은 ‘십이지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몽골, 인도, 태국, 베트남, 이집트 등에도 십이지가 있다고 합니다.

3. 고양이띠가 있는 나라도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등장하는 동물이 우리랑 좀 다릅니다.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는 고양이가 들어있었습니다. 실제로 베트남에는 토끼 대신 고양이가, 태국은 돼지 대신 코끼리, 몽골에선 용 대신 고래가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우리 중의 몇몇 분들은 해외여행 가시면 고양이띠, 코끼리티, 고래띠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건 풍습과 관련있는 거라서 그렇습니다. 베트남에 고양이띠가 있는 이유는, 베트남에서 십이지를 받아들일 때 고양이는 가축이었지만 토끼는 가축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십이지의 한자 자축인묘의 卯를 고양이 猫로 받아들인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나이가 아주 많으신 어르신들은 양띠를 염소띠라고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있는게 지금과 달리 옛날에는 산양만이 양이었어요. 산양이 염소와 닮아 염소라고 부르기도 했기 때문이에요.

4. 띠와 시각

사실 띠 순서에 대한 설화는 나라마다 다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설화가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는데요. 공통점은 달리기 시합을 해서 순서를 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좀 전에 띠가 별자리와 방위에서 시작한 거라고 했잖아요? 그렇게 보면 설화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죠? 그런데 중국 한나라 때 이르면서 시간대의 이름으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십이지 순서가 시각 개념으로 놓고 보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기도 합니다.

쥐는 23시~1시의 동물인데, 야행성인 쥐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입니다. 다음으로 1시~3시의 소는 이 시간에 되새김질을 가장 활발하게 한다고 하네요. 3시~5시에는 호랑이가 잠에서 깨서 가장 크게 포효하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5~7시는 토끼인데, 옛날에는 사람들이 토끼가 달에 산다고 믿었기 때문에 달이 사라지는 시간을 대표하게 된 거죠. 다음으로 용은 구름과 바람을 관장하고 흉년과 풍년을 결정하는 신물인데, 7~9시 사이에 용이 물과 만난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다음으로 뱀은 변온동물이라 햇볕을 쬐러 나오기 때문에 9~11시에 등장하는 동물입니다.

또 말은 양기가 가장 강한 동물이라 여겨져 음기가 끝나고 양기가 시작하는 11시~13시를, 양은 풀을 먹고 살기 때문에 풀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13~15시를 대표하게 되었습니다. 15~17시는 숲에서 생활하는 원숭이가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챙기는 시간이라고 여겼고, 17~19시는 새벽에 깨는 닭이 잠을 자기 위해 횃대에 올라가는 시각입니다. 개는 어둠 속에서 집을 지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가 진 다음인 19~21시를, 마지막으로 21~23시는 돼지가 누가 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진다고 해서 배치되었습니다.

이렇게 길게 설명드린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십이지를 한자 발음대로만 하면 19~21시가 술시인데, 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매우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술마시라는 술시가 아니라 원래는 집을 지키는 시간이라는 의미 유념하시고, 특히 절대로 음주운전하시지 말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5. 청룡의 해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나?

2024년은 갑진년으로 청룡의 해입니다. 왜 청룡이냐 간략히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갑진년’이라 할 때 앞 글자 갑은 십간에 해당하고, 뒷 글자 진은 십이지에 해당하지요? 뒷 글자는 띠라는 건 당연히 아실 거고, 한 해를 상징하는 색은 십간으로 정해집니다. 십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열 글자로 이루어지는데, 두 글자씩 각각의 방위가 있고, 방위에 해당하는 오방색이 입혀집니다. 순서대로 2글자씩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을 갖게 되는 거죠. 그래서 올해를 청룡의 해라고 합니다.

6. 청룡과 관련한 전설

인간 세계가 극심한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땅이 마르고 농작물이 망가져 사람들이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이때 절망한 사람들이 청룡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사람들의 고통을 본 청룡이 슬퍼하며 하늘에서 눈물을 흘리자 그 눈물이 땅을 적시고 강과 호수를 채우며 삶을 살 수 있는 물의 흐름을 되찾게 했다고 합니다.

십이지 중에서 유일하게 가상의 동물인 용은 물이나 바다의 신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런 전설에서 유추하는 청룡의 의미는 풍요와 번영, 새로운 시작과 성장, 자연의 균형과 조화, 보호와 힘입니다. 특히 청룡은 동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백호, 주작, 현무와 같은 네 가지 신수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갑진년은 갑과 진이 합쳐져 앞으로 성장을 형성해 나가는 해라고 합니다. 노력한 성과가 결실을 볼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니 더욱 성공할 수 있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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