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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현학] 초콜릿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2.14 04:10 | 최종 수정 2024.02.15 04:10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해 넓고 얇은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발렌타인데이는 황제의 명을 어기고 사랑하는 남녀를 맺어준 죄로 순교한 발렌타인 성인을 기리는 날로 전해져 왔는데요... 지금은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전하는 사랑의 날로 굳어졌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기는데요? 초콜릿은 과연 사랑의 상징이 맞을까? 그래서 오늘은 초콜릿의 고현학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1. 초콜릿을 먹으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초콜릿에는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물질로 알려진 페닐에틸아민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이 물질을 사랑의 물질이라고도 하는데요, 좋아하는 이성을 바라보거나 이성의 손을 잡을 때와 같이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페닐에틸아민은 인간 중추 신경계에서 신경전달 물질의 역할을 한다고도 해요.

또, 많은 양은 아니지만,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들어있는데, 이건 신체대사를 통해서 세로토닌-일명, 행복 호르몬-으로 변화됩니다.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까지 나오니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죠.

2. 행복을 주는 맛인데, 왜 쓸까?

달콤하면서도 쓴 맛. 이것 때문에 더더욱 사랑의 맛이라고도 하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초콜릿하면 당분, 카페인을 제일 먼저 떠올리겠지만, 카페인보다도 테오브로민이라는 화학물질이 더 많이 들어있습니다. 테오브로민은 이뇨 작용, 근육 이완 작용, 심장박동 촉진, 혈관 확장을 하는 물질이라고 합니다.

이건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속에 카테친, 에피카테친이 들어있어서인데, 이 물질들은 자연산 폴리페놀이라고 합니다. 이 폴리페놀이 쓴맛, 떫은맛을 내는데요. 맛은 별로지만, 이 폴리페놀은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다크 초콜릿에는 이런 종류의 화학물질은 더 많이 들어가고 설탕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더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가서 그렇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 초콜릿도 약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자구요.

3. 사람들은 언제부터 초콜릿을 먹기 시작했을까?

초콜릿의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 원료인 카카오가 열리는 카카오 나무는 메소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입니다. 메소아메리카 최초의 문명이었던 올멕 문명 시대의 냄비와 그릇 유물에서 카카오 성분이 검출된 바 있고요. 4세기 고대 마야문명에서도 등장합니다. 마야 상형문자와 도자기에 카카오로 만든 음료를 만든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카카오를 ‘신들의 열매’라고 부르며 음료나 약으로 사용했으며 카카오 열매로 화폐를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카카오물이라는 의미의 ‘카카하틀’이라 불렀는데, 나중에 스페인 정복자들이 ‘초콜라틀’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게 오늘날 초콜릿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초콜릿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신대륙을 발견했던 콜럼버스가 15세기 말 스페인 왕에게 카카오 콩을 바치면서부터입니다. 이어 16세기 중반에 멕시코를 탐험했던 코르테스가 스페인 귀족들에게 마실 거리로 소개하면서 17세기 중반 유럽 전역에 퍼졌습니다.

초콜릿이 유입된 직후 16세기 한때 교황청에서는 초콜릿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초콜릿이 지나친 흥분을 유발하는 자양제라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교황 비오 5세가 초콜릿 음료를 마신 다음 “이렇게 맛없는 것이 습관이 될 리 없다”며 초콜릿 금지령을 풀었는데요. 당시에는 설탕과 우유를 넣어 초콜릿을 만드는 공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독한 한약을 먹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4. 지금과 같은 초콜릿은 언제부터 나온건가?

마시던 초콜릿을 지금과 같이 먹는 초콜릿으로 바꾼 사람은 네덜란드의 반 호텐으로 1828년 현재와 같은 초콜릿의 원형을 만들어냈습니다. 50년 뒤인 1875년 스위스의 다니엘 페터와 앙리 네슬레가 우유를 첨가하는 데 성공하면서 밀크 초콜릿의 시대가 열렸고, 1879년에는 린트사의 창립자인 린트가 초콜릿이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5. 그럼 우리 나라는 언제부터 초콜릿을 먹었을까?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먼저 러시아 공사 부인이 명성황후에게 양과자를 진상했는데, 이중에 ‘저고령당(貯古鹷糖; 당시 초콜릿을 저고령당이라 불렀음)’이 있었다는 설이 있고요. 다른 하나는 이토 히로부미가 왕궁을 드나들 때마다 고종 황제 측근 상궁들을 회유하려고 다양한 양과, 화과, 저고령당을 선물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초콜릿은 과자보다는 영양 식품에 가깝게 취급되었습니다. 신문에 실린 밀크 초콜릿 광고에서는 “계란, 우유의 3배인 2,160칼로리”,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호화로운 식탁”이라며 열량을 앞세웠습니다. 또 “혈행을 좋게 하고 원기를 왕성히 하는 풍부한 열량의 원천”이라고 무슨 보약 광고같은 것도 있고요. “아이에게 많이 먹이면 코를 자극하여 코피가 나고, 종말에는 중독을 일으킨다”며 많이 먹이지 말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초콜릿이 일반인에게 보편적으로 퍼지게 된 건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미군정이 시작되면서입니다. 1947년 7월부터는 서울 시내 각 가정에 초콜릿을 배급하기도 했고, 한국 전쟁 후 유엔군 보급품으로 초콜릿이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6. 초코릿으로 다이어트 할 수 있다던데?

카카오 함량이 높고 설탕 성분이 적은 초콜릿을 식전에 조금씩 먹으면 식욕을 억제하고 목의 활성화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을 분비하게 하여 과식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따라서 식사 30분 전에 한두 조각 정도를 먹으면 간접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아침 초콜릿은 식욕을 떨어뜨리고, 지방 산화를 올리며 공복 혈당을 낮추고, 복부 비만을 줄여주는 효과를 보였으며, 저녁 초콜릿은 수면을 규칙적으로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초콜릿은 100g에 500kcal가 넘는 고칼로리 식품으로 많이 먹으면 당연히 살이 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초콜릿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7. 화이트 초콜릿은 진짜 초콜릿일까, 가짜일까?

부드러운 미색의 화이트 초콜릿은 초콜릿 맛이 나긴 나면서도 맛이 또 다른 매력이 있지요. 초콜릿의 기본 재료는 카카오메스와 카카오콩에서 나온 버터, 우유가루, 설탕 이렇게 4가지입니다. 거의 카카오메스와 설탕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다크 초콜릿인데, 다크 초콜릿이 너무 쓰다 보니 부드러운 우유가루와 설탕 양을 늘려서 만든 것이 우리가 즐겨 먹는 밀크초콜릿입니다.

화이트초콜릿이라고 부르는 이 초콜릿은 1930년 네슬레 사에서 처음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이 화이트 초콜릿은 카카오메스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카카오 함량이 적어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가지며, 다른 초콜릿과는 다른 크리미한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코아 버터를 포함하기 때문에 카카오 열매를 원재료로 만든 초콜릿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화이트초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적어서 항산화와 같은 건강상의 이점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건강을 위해서 초콜릿을 챙겨 드시는 분이라면 화이트초콜릿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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