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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현학] 제품 이름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6.11 13:57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출처: 위키피디아)


두루마리 휴지를 다 쓰면 나오는 가운데 부분의 동그란 종이 아시죠? 이거 이름이 뭘까요? 이걸 휴지심이라고도 부르는 분들도 있는데요, 정확한 이름은 지관이라고 합니다. 한자를 풀어 쓰면 종이로 만든 관이라는 뜻인데, 휴지뿐 아니라 쿠킹호일, 비닐랩, 종이 두루마리 등 어떤 물건을 말기 쉽게 가운데를 채우는 용도로 쓰입니다.

이렇게 평소 보기는 많이 봤는데 관심이 적어서 무심코 지나쳤던 물건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막상 이름을 몰라 생활 속에서 ‘아~ 그거, 그거!’라고 부르던 물건들의 정확한 이름을 찾아가는 이름의 고현학입니다.

1. 신발끈 끝의 딱딱한 부분의 이름은 뭘까? - 에글릿(Aglet)

신발끈 끝을 보면 묶을 때 구멍에 쉽게 들어가기 위해서 동그랗게 꽉 말아서 플라스틱이나 쇠로 딱딱하게 마감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후드티의 모자 부분에 들어가는 끈도 이렇게 생겼는데요. 이것의 이름을 에글릿이라고 합니다. 끈의 끝이 쉽게 풀어지거나 헤지지 않도록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마감처리 된 것을 말합니다.

2. 운동화 발목 뒷부분에 달린 천 쪼가리의 이름은? - 풀 룹스(Pull loops)

운동화 발목 뒷 부분을 보면 짧은 끈처럼 천 쪼가리가 달렸는데요.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보면 동그란 고리처럼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디에 걸어둘 때 사용하나 싶기도 할 텐데요. 고리에 손가락을 끼워 당겨서 신발을 쉽게 신어 운동화 뒤축이 꺾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 고리의 이름은 ‘풀 룹스’인데요, 신발 신을 때 구둣주걱이 없어 뒤꿈치에 손가락을 넣지 않고 신을 수 있게 만드는 기능을 해줍니다.

3. 피자 시키면 가운데 있는 삼발이는 뭐라고 할까? - 피자세이버(Pizza saver)

피자를 배달시켜 도착하면 부푼 기대를 안고 상자를 열어보게 될 텐데요, 피자 가운데 삼발이 모양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 꽂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큰 피자를 시키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꽂아주기도 하던데, 이름을 잘 모르니 보통 피자 삼발이 또는 피자 삼각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의 이름은 정확히는 ‘피자 세이버’입니다. 번역하면 “피자를 지켜준다”는 뜻인데요. 이것이 없을 때는 피자 배달시 곤란한 일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피자의 열기와 습기로 인해 종이 상자가 우그러지면서, 상자와 피자의 표면이 맞닿게 되어 피자치즈가 상자에 들러붙어 모양이 흉하게 망가지고 맛도 없어지곤 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5년 미국 뉴욕 카멜라 비탈이라는 사람이 발명했다고 합니다.

4. 선풀 포장 안에 들어있는 종이 지푸라기는 뭐라고 할까요? - 스터핑(stuffing)

선물을 포장할 때 풍성하게 보일 용도나 내용물을 보호하는 완충의 용도로 가늘게 자른 종이 지푸라기 같이 생긴 것을 상자 안에 넣은 것을 보셨을 겁니다. 이것의 이름은 ‘스핑’이라고 하는데요, 속 안에 채워 넣는다는 뜻입니다. 다양한 색상의 스타핑을 잘 활용하면 포장이 훨씬 고급스럽게 보이는 장식의 효과와 물건을 보호하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는 쵸핑(chopp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5. 초밥 도시락 보면 초밥 사이사이 나뭇잎처럼 들어있는 그건 뭘까? - 인조대잎

초밥이나 도시락을 포장하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인조 장식 풀을 본 적이 있을텐데요. 이런 도시락 처음 받아본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먹는 거”라며 놀려본 기억이 있는 분도 계실 겁니다. 도시락이 더 신선해보이고 돋보이도록 돕는 장식적인 요소로 자주 쓰입니다. 일식에서 유래된 이 풀의 이름은 일본어로 ‘바란’이며 우리말로는 ‘인조대잎’이라고 합니다. 본래의 목적은 음식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구분하는 가림막 역할이라고 하네요.

6. 회 밑에 깔려있는 그건 뭔가요? 먹어도 되나요? - 천사채

회 밑에 깔려 있는 것... 아니 회보다 수북하게 깔아주는 그것. 이것의 이름은 ‘천사채’입니다. 원래는 무채를 회 밑 장식으로 사용했지만, 가격이 싸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어서 요즘에는 무채가 아닌 이것이 회 접시를 책임지고 있는데요. 천사채는 투명한 흰색에, 만져보면 단단하고 꼬들꼬들한데... 먹어도 되는지 한 번쯤 고민해보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천사채의 개발자는 배대열씨로 20년 전 다시마 추출물인 알긴산을 활용해 천사채를 만들었습니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건강식품 연구를 하던 도중 개발된 것인데요, 100g당 약 10kcal로 열량이 매우 낮습니다. 천사채라는 이름은 하늘이 내릴 만큼 귀하고 먹으면 몸이 가벼워져 천사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지었다고 합니다. 음식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다이어트 식품이었던 천사채는 반찬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먹어도 되는 것이란 뜻입니다. 그러나 회 밑에 깔린 천사채는 세균이 번식할 위험이 있어서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7. 식빵 봉지 묶는데 쓰는 것의 이름은? - 트위스트 타이 / 빵 클립

저는 이것의 이름을 몰라 ‘빵 철사’라고 부르곤 했는데요... 어떤 분들은 빵을 샀을 때 자주 볼 수 있어서 빵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참 곤란한건 빵집 사장님도 이것의 이름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빵 봉지를 밀봉할 때 꼬아서 쓰는 가운데에 철심이 들어간 기다란 끈의 이름은 트위스트 타이입니다. 주로 가느다랗고 기다란 철사를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감싸서 만듭니다.

요즘에는 이런 트위스트 타이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든 네모 모양에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듯하게 생긴 클립으로 빵 봉지를 밀봉한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빵 클립이라고 부르는데, 1952년 플로이드 G 팩스톤이라는 사람이 비행기에서 땅콩 봉지를 밀봉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잘라 클립 모양으로 자른 것이 발명의 시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8. 화장실 뚫어뻥의 이름은 뚫어뻥일까? - 고무압축기, 플런저(Plunger)

사실 이 물건의 이름은 플런저인데요, 이건 영미권에서 호칭일 뿐 한국에서는 플런저가 표준어가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은 2021년 홈페이지를 통해 뚫어뻥은 표준어는 아니나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요...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막힌 배수구를 뚫는 도구하는 매우 정확한 표현의 이름이지만 원래 ‘뚫어뻥’은 막힌 변기나 싱크대의 배수관을 뚫는 액체용 배수구 세정제의 명칭이었습니다. 세정제를 막힌 배수관에 부어놓고 기다리면, 세정제 속 수산화나트륨이 배관 속 이물질을 분해해서 뚫어주는 원리입니다. 뻥하고 뚫어준다는 직관적인 한글 의미가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박히면서 마땅한 명칭이 없었던 플런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9. 도로공사 현장마다 세워져 있는 빨간 색 고깔콘의 이름은 뭘까? - 라바콘

정식 명칭은 ‘라바콘’입니다. 도로와 공사장에서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약 70cm전후의 원뿔 형태의 장비인데요. 고무재질리라는 뜻에서 뜻의 Rubber에 원뿔·고깔이라는 Cone을 합성해 러버콘이라 해야 하지만, 현장 용어로 ‘라바콘’이라 부르면서 명칭이 굳어진 사례입니다.

도로공사 현장에서 많이 쓰다보니 영미권에서는 라바콘보다는, 교통을 의미하는 트래픽콘이라고 해야 알아듣습니다.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지난 2020년 한글날을 맞아 고속도로나 건설 현장 관련 용어 중에서 무분별하게 쓰이는 외국어 등을 골라 우리말 순화어를 제시했는데요. 순화대상 용어 중에 라바콘이 들어있습니다. 앞으로는 ‘안전 고깔’로 바꿔 쓰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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