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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현학] 식목일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4.03 21:32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출처: 픽사베이)


이번 금요일 4월 5일은 식목일입니다. 심을 식(植), 나무 목(木), 날 일(日) 나무를 심는 날로 나무를 많이 심고 아끼고 가꾸도록 권장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정한 날입니다. 1949년 법정공휴일로 지정해 제정되었지만, 2006년부터는 주5일근무제의 확산으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생활 속에서 식목일이 잊혀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식목일의 고현학입니다.

1. 식목일의 기원은 언제부터?

‘식목일’ 하면 나무 심는 날이라고만 알고 있으실 수 있는데 생각보다 긴 역사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식목일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신라는 문무왕 10년부터 8년간 당나라와 싸워서 문무왕 17년(서기 677년) 2월 25일에 당나라 세력을 완전히 밀어내고 삼국통일을 이룩했습니다. 이를 기념해 문무왕 17년 2월 25일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날을 양력으로 셈하면 4월 5일인데요. 이것이 식목일의 유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4월 5일 나무를 심은 또 다른 왕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1493년 이날에 조선 성종이 세자와 문무백관들과 함께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군 다음 주변의 산과 들에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요. 이 날이 음력으로 3월 10일, 양력으로 4월 5일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2.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도 나무를 심었나?

고려 시대는 풍수 사상의 영향이 강했던 시대입니다. 그러다보니 수도가 있는 개성 송악산의 기운을 보호하기 위해 소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바람의 피해를 예방하거나 땅 기운이 약한 곳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는 법으로 나무를 심도록 했습니다. 세조 때 시작해 성종 때 완성된 법전인 경국대전에 실려있는 내용인데요. 그 이유는 선박을 만드는 재료로서 좋은 목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KTX와 역할을 하던 게 내륙수운이 발달했는데, 당시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던 게 선박이었고, 남쪽 바다로부터 출몰하는 왜구를 진압하기 위해서도 선박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3. 제1회 식목일 행사는 언제였을까요?

1946년 4월 5일 서울시의 주관으로 사직공원에서 거행된 것이 제1회 식목일 행사입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인 1948년 식목일이 제정되었고, 1949년부터 식목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게 됩니다. 나아가 지역별로는 3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한 달 동안 “국민 나무 심기 기간”으로 지켰는데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산은 모두 민둥산이었기 때문에 나무를 심는 일은 국가의 존망과 관련있는 일이었습니다. 제1차 치산치수 녹화사업이 진행된 1973년부터 대대적인 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해 1982년까지 100만ha(핵타르)에 21억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제2차 치산녹화 기간(1979~1988)에는 107만ha에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척박한 토양에 잘 자라는 오리나무, 아카시아나무 그리고 외국에서 도입한 리기다소나무 등을 많이 심었는데, 우선적으로 토양을 안정화시키고 지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수원길’ 동요에 나오는 동구 밖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었던 시대가 바로 이때입니다.

4. 역대 대통령이 심은 나무는?

청와대 개방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수목원이나 다름없는 청와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무나 드나들 수 없인 곳이다 보니 무려 축구장 36개 넓이에 208종 5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났다고 합니다. 또 12명의 역대 대통령 중 11명의 대통령이 심은 나무를 탐방하는 코스도 있다고 합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60년 3월에 기념식수했던 전나무는 지금 25m의 키를 자랑한다고 하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산림녹화와 목재자원 공급을 위해 기념식수로 전나무를 자주 선정했다고 합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식목일에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희귀수목인 구상나무를 심었다고 하고요.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독교 신자였기에 예수님이 못 박힌 십자가로 쓰였다는 전설이 담긴 산딸나무를 기념식수했다는 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식목일에 이팝나무를 심었는데, 이건 이팝나무의 흰 꽃 더미가 쌀밥처럼 보여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보릿고개 극복을 의미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어나무를 심었는데, 땔감으로나 쓰는 흔한 나무라고 합니다. 아마도 권위주의를 무너뜨리고 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국정철학을 담았을 거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5. 식목일을 다른 날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

식목일이 제정되었던 1940년대에는 4월 초 평균온도가 7.9℃였으나 최근 식목일 서울의 평균온도는 약 11.9℃입니다. 80년 새 평균 기온이 4℃ 정도 상승하면서 4월에 나무를 심으면 양분이 공급되지 않아 3월에 심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식목일 제정 당시 온도와 비슷한 3월 중순경에 ‘온난화 식목일’ 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지구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나무 심기는 인류 생존을 위한 중요 과제입니다.

종류와 수종에 따라 다르지만, 나무 한 그루가 일 년에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평균 2.4kg이며, 1ha의 숲이 연간 7300kg의 탄소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우리 국민 한 사람이 평생 동안 39㎥의 목재를 소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소비하는 만큼 직접 생산해야 한다고 하면 1인당 심어야 할 나무는 354주가 된다고 합니다.

6. 바다식목일 들어보셨나요?

4월 5일 식목일은 알고 있어도 바다식목일은 모르는 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땅에 숲이 있다면 바다에도 바다 생태계를 이루는 숲이 있습니다. 땅 위의 생태계가 온난화로 인해 조금씩 균형이 무너져가는 것처럼 바닷속도 비슷합니다.

바다식목일은 세계 최초로 2013년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기념일인데요,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범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바다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일 년 중 해조류가 가장 많이 자라는 시기인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제정하였습니다.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오염 등으로 사막화되고 있는 바다를 살리기 위한, 매우 의미 있는 기념일입니다.

다시마나 미역, 김, 감태같은 해조류는 바다의 채소, 또는 해양생물의 안식처, 산란장이 되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바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주며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260개소 5만4000ha의 해조숲을 조성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7. 나무 심기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산림청에서는 식목일 전후 한 달 가량을 국민 식수 기간으로 정하여 봄이 빨리 시작되는 남쪽부터 시차를 두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식목 기간은 남부 지역(제주, 광주, 부산, 울산, 전남, 경남)은 3월 1일부터 4월 10일, 중부 지역(대전, 충남, 충북, 전북, 경북, 대구)은 3월 10일부터 4월 20일, 북부 지역(서울, 인천 경기, 강원)은 3월 20일부터 4월 말까지입니다.

8. 다른 나라의 식목일은 언제일까?

중국 : 식목절 (3월 12일)
독일 : 나무의 날 (4월 25일)
일본 : 식수제, 녹색의 날 (4월 4일, 5월 4일)
캐나다 : 단풍나무의 날 (9월 마지막 수요일)
미국 : 나무의 날 (4월 마지막 금요일)

9. 나무는 어떻게 세야 할까?

그루라는 단위는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은데, 가끔 뉴스나 책을 보면 다른 말로 나무를 세는 경우가 있는데요, 나무를 세는 단위로는 그루 외에도 주(株)와 본(本)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과나무 세 그루, 묘목 100주(株), 장미 3본 이런 식으로 쓰입니다.

풀을 세는 단위에는 포기, 분얼, 본(本), 분(盆) 등이 있는데, 그 중 분얼은 하나의 씨앗에서 서로 붙어 있는 한 묶음의 식물체를 말한다고 합니다. 풀 세는 단위의 예를 들어보자면 배추 한 포기, 생강 10 분얼, 꽃모종 300본 이렇게 쓸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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