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일상의 고현학] 김의 고현학

방랑식객 진지한 승인 2024.05.21 14:00 의견 0

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봄날이 지나갑니다. 봄날의 추억 중 하나는 봄소풍인데요, 봄소풍하면 떠오르는게 뭘까요? 김밥입니다. 김밥은 요즘 해외에서도 매우 인기있는 K-푸드인데요. 혹시 김을 먹는 나라가 몇 개 없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그 전에 우리나라가 김을 비롯한 해초 식품 선진국이라는 사실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그래서 이번엔 의 고현학입니다.

1. 수산물 수출의 1등 공신이라면서?

한국 김은 국내 수산물 수출 1위를 달성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세계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유튜브에도 ‘김 스낵’이란 제목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김을 소개하면서 김 제품들을 먹는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헐리웃 배우 휴 잭맨의 어린 딸이 김을 손에 쥐고 과자처럼 먹는 사진도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고소한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과 소금으로 맛을 낸 조미김이 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 수산식품은 31억 5천만불의 수출실적을 달성했는데요, 그중 김은 6억 5천만불로 약 3만톤을 수출하며 세계 김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2. 세계 최초 해조류 국제 규격으로 인정받은 우리나라의 김

2017년 7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0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김 제품 규격안’이 아시아 지역 규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는 유엔의 식량농업기구와 세계보건기구가 1962년에 설립한 위원회로 보통 코덱스(Codex)라 칭합니다. 코덱스 규격중에 해조류 관련 규격은 ‘김 제품 규격안’이 최초입니다. 채택된 김 제품 규격안은 마른 김, 구운 김, 조미 김 3종류에 관한 것이며 주원료인 원초 외 파래, 감태, 매생이 등 다양한 해조류를 선택성 원료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3. 김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김이 기록된 최초의 문헌은 ‘삼국유사’로, 신라 때부터 김을 복쌈이라 불렀다고 나와 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이미 김을 먹기 시작한 것이죠. 본격적으로 김을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은 15세기 초 경남관찰사 하연의 ‘경상도지리지’에 등장하는데, 이 기록에 따르면 김은 경남 하동 지방에서 토산품으로 분류됩니다.

또한 1429년 ‘세종실록’에도 명나라에 보내는 진상 품목으로 ‘해의(海衣)’가 기록되어 있고 1456년 ‘조선실록’에도 무역 품목에 해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들 속의 ‘해의’, ‘자채(紫菜)’, ‘해태(海苔)’, ‘파래’가 바로 김을 의미합니다. 시간의 흘러 지금은 ‘자채’는 중국에서, ‘해태’는 일본에서 각각 김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1481년 집필된 ‘동국여지승람’에는 김이 전남 광양군 태인도 특산품으로 기록돼 있어, 김의 양식이 그 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4. 이름의 유래

1640년 국내에서 최초로 김양식에 성공한 김여익의 성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전남 영암 출신 김여익은 병자호란때 의병을 일으켰으나 조정이 항복하자 태인도에 숨어 살다가 어느날 해변에 표류해온 참나무 가지에 김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김 양식법을 고안했으며 이후 광양 김은 황실에 바치는 특산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김’이라는 명칭이 붙기 전까지는 해태(海苔), 해의(海衣) 등으로 불렸는데, 하루는 임금이 광양 김을 반찬 삼아 수라를 맛있게 드신 후 음식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한 신하가 ‘광양땅에 사는 김 아무개가 만든 음식입니다.’라고 아뢰자, 임금이 ‘그럼 앞으로 이 바다풀을 그 사람의 성을 따서 김으로 부르도록 하여라’라고 하여 ‘김’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5. 원초의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김의 종류

김은 10월~4월까지 채취하며 수온이 올라갈수록 맛과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온도가 낮은 11월에 수확한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김은 종자선정, 건조법, 가공법에 따라서 외형뿐만 아니라 맛과 질감이 다양하며 국내에 알려진 종류만 해도 200종이 넘습니다. 원초들을 다양하게 조합해 여러 종류의 김을 생상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재래김, 파래김, 김밥김, 돌김 최근 유행하는 곱창김 등이 가장 유명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재래김으로 자주색을 띄는 방사무늬김을 얇게 떠서 만들며, 결이 촘촘하고 식감이 부드럽고 바다향이 좋게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파래김은 재래김과 파래를 섞어서 만드는데, 파래는 김종류는 아니지만 김과 섞으면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 냅니다. 파래의 함량이 너무 많아지면 씁쓸한 맛이 나기도 합니다.

김밥김은 방사무늬김과 참김을 이용해 만들며 탄탄한 조직을 위해 얇은 김을 여러번 겹쳐서 밥을 싸더라도 터지지 않습니다. 색이 짙고 검으며 두꺼운 특징이 있습니다.

돌김은 돌에 붙어 자라는 김을 채취한 것으로 대부분 자연산입니다. 조직이 거칠어 방사무늬 계열을 섞어서 부드럽게 만드는데, 거친 표면과 특유의 향이 특징이고 씹는 맛이 강합니다.

6. 곱창김은 뭔가요

곱창김은 잇바디돌김을 활용했습니다. 잇바디는 ‘치열’의 순 우리말인데요, 김이 잇몸에 나란히 박혀 있는 치아같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라 전해옵니다. 채취후에는 모양이 곱창같다고 해서 곱창김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일반 돌김보다 3~5배 비싼데 10월말에서 11월 중순 사이 약 20일 동안의 짧은 기간에만 수확하기 때문이며 생산 비용도 일반 김과 다릅니다.

곱창김은 양식망을 기둥에 묶어두는 지주식으로 재배하는데 양식이 끝난 후 설치한 지주를 철거해야 합니다. 또 무염산에 태양광으로 살균하고 엣날 방식대로 손으로 직접 재배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듭니다. 특유의 풍미와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특징이 있으며 일반 김에 비해 훨씬 두껍고 식감도 거칠며 김 표면에 구멍이 많이 뚫려있기도 합니다.

7. 민물김을 아시나요?

삼척 근덕면 소한천 지역에는 예로부터 녹색 김이 존재했습니다. 2012년 10월 5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계곡의 돌 위에 붙어 자라는 이 녹조류를 추운 계절에 채취하여 김과 같이 말려 먹어왔습니다. 색은 녹색, 부르기는 물김, 민물김이라고 하였습니다. 민물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소한계곡 내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입니다.

1967년에 강원특별자치도 삼척군 초등교육회가 ‘초당동굴조사’를 하면서 이 물김을 언급한 적이 있으며 1993년에는 원색한국담수조류 도감에 이 종이 기록되었습니다. 민물김은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춰주고, 혈당을 낮춰주며 항염증 효과가 뛰어납니다. 또한 칼슘과 인의 함량도 매우 높고 바다김에는 없는 만니톨이라는 성분이 부종까지 빼주어 과거부터 이곳 주민들은 출산한 산모에게 미역국이 아닌 민물김국으로 산후조리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민물김은 각종 항산화물질을 통한 질병 억제 효과와 암세포에 높은 사멸 효과를 보이는 등 많은 약리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게 생산되는 최고급 식품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민물 김은 시판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얻는다면 민물 김을 손쉽게 먹어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8. 김을 세는 단위

시장에 가면 김 여러 장을 한꺼번에 하얀 종이띠로 묶어놓은 것을 보셨을 겁니다. 김을 묶어 세는 단위는 톳으로 부르는데요, 한 톳은 김 100장을 말합니다.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속이라고도 합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40장을 한 톳 또는 한 속이라고 합니다.

9. 김의 건강 효능

김에는 아이오딘(요오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갑상선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데요, 아이오딘의 경우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 음식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게다가 단백질 함유량이 40%에 이를 정도로 고단백 식품이며 필수 아미노산 10종 중 8종을 함유해 각종 성인병 에방 및 아이들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수용성 식이섬유인 포피란과 타우린이 룽부해 혈압을 유지하고, 동백경화의 원인인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주며 장운동을 활발하게 도와줍니다. 식물성 식품중 유일하게 비타민 B12가 매우 풍부한 음식으로 아이들의 뇌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10. 영어로는 블랙페이퍼였다고?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김을 먹는 나라는 한중일 3개국 외에는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주식이 밥을 먹는 나라들만 소비했었다는 이야기 인데요, 서양인들은 해조류를 Sea weed, 즉 바다의 잡초라 부르며 먹지 못하는 혐오식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시아에서 먹는 김도 블랙 페이퍼(Black Paper)라 부르는 혐오식품이었죠. 다른 나라의 시각에서는 굉장히 특이한 식품이었다는 겁니다. 김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해안 지방에 있던 한 미국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에게 반찬으로 김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전범재판이 열렸을 때 미군 측에서 포로 학대 혐의를 제기했는데, 그 증거로 나온 것이 포로들에게 강제로 먹였던 검은 종이, 김이였다고 합니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이런 시각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K팝이 열풍을 끌면서 최근에는 김이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에서 건강 간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김은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 비타민 함량이 높은 ‘웰빙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