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로 150일간의 정기국회(常会)가 폐회됨에 따라 일본 정국의 초점이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로 전환되면서, 기시다 총리 끌어내리기와 차기총재 선출로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임기 종료를 앞둔 중의원 의원의 속내도 복잡하다. 얼마 남지 않은 자신들의 운명을 두고 어떻게 해야 생존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었다.
1. 자민당과 기시다 정권 지지율 하락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근 기시다 정권 지지율과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2할 전후다. 기시다 총리의 임기관련 질문에도 대략 8할 정도가 “9월 총재임기 만료까지만”이라고 답하고 있다.
지지율이 저조한 배경은 역시 ①경기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은행 등 공적기관의 평가는 “경기가 완만히 회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4월 노동통계에 따르면 실질임금은 1년 전보다 0.7% 감소해 25개월 연속 가장 긴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민간소비에 역풍을 불게 만든다. ②게다가 2023년도부터 5년간 방위비를 GDP 2% 수준인 43조 엔 가량으로 인상한 결정은 세출개혁, 결산잉여금, 세외수입 뿐 아니라 증세를 예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기시다 총리를 안경 쓴 총리라는 별명으로 ‘증세 안경’(増税メガネ)이라 야유한다. ③또한 정치 자금문제로 자민당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이 작용함에 따라, 4월 28일의 중의원 보궐 선거에서 자민당이 전패하는 등 매 선거마다 줄곧 패하고 있어 민심이 돌아서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 지지율 저하로 인한 당내 내부 분열
어느 정당이나 지지율이 하락하게 되면 내부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자금 문제로 자민당의 주요 파벌이 해체된 이후, 각종 벤쿄카이(勉強会:연구회, 공부모임), 오찬회라는 명목으로 헤쳐모이고 있다. ①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대신의 ‘일본의 힘’(日本のチカラ) 연구회, 스가요시 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주최하는 ‘라이드 쉐어(ライドシェア) 추진을 위한 초당파 연구회’ 등으로 차기 대권 주자들의 새로운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②이런 가운데 스가 전 총리를 포함한 자민당 지방조직으로부터 기시다 총리에 대한 퇴진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스가 전 총리는 “이대로라면 정권도 교체된다라는 위기감을 갖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교도통신, 2024.6.24.), 사실상 총재 교체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③또한 차기 자민당 총재를 꿈꾸는 잠룡들의 만찬 회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기시다 총리가 레임덕(死に体)에 빠졌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쿄도통신사가 진행한 차기 자민당 총재 적합 인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가 26.2%를 차지한 반면, 현직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는 6.8%로 6위였다.(교도통신, 2024.6.23)
3. 찬바람 부는 기시다 총리의 연임 분위기 속에서 당근 정책의 효과가 관건
이 같은 분위기를 극복하고자 기시다 총리는 ①지방을 순회하는 가운데 현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겠다면서, ②6월부터 1인당 4만 엔의 감세정책을 시행중이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감세정책을 과시하기 위해 급여명세서에 감세액을 표기하는 것을 법률 시행규칙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에서 감세정책을 ‘귀문’(鬼門)이라고 한다. ‘귀신들이 출입하는 문’이라는 뜻으로 가장 꺼리는 방향, 즉 정치적으로 가장 꺼리는 행위를 말한다.
③또한 기시다 총리는 지난 5월 말에 폐지한 전기‧가스 보조금을 8월부터 3개월간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보조금 정책은 원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연료 가격 급등에 따른 일시적 지원이었다. 올해 임금이 5.24%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효과를 실감하려면 가을이나 되어야 하므로 그 사이를 메우는 지원책이라는 것이 기시다 총리의 주장이다.
④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겨냥한 당근 정책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정액감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가 56%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결과 35%(아사히, 2024.6.17.)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정권 부양의 재료로 삼고 싶은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효과는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6월 29일로 재임 1,000일을 맞았으며, 이는 2차대전 이후 자민당 정권에서 8번째 수준의 장기집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자민당은 정치자금 문제로 만신창이 상태이며, 이 상태로는 자민당이 재집권하리라는 보장도 희박할 정도의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다.
하물며 보수의 성지라는 시마네현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정도인 자민당의 현주소는 북한과의 교섭이 성사될 정도의 커다란 정치적 이벤트를 만들지 않는 한, 기시다 정권도 자민당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으로 일본 시각에서 기시다 총리의 재임 중 성과를 따져보면 ①50여 년 동안 정치적 연대를 지속해 왔던 구 통일교에 대한 교단 해산명령 청구 등을 추진하였고, ②미완의 완성이기는 하나 개정 정치자금법을 성립시키는 가운데,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자민당 파벌 청산에 한걸음을 내딛었다. ③무엇보다 아베 전 총리 시절 결정한 F-35, 글로벌호크 등 미국제 무기 대량 구매에 따른 후년도 예산문제 해결을 위해 방위비를 GDP 2% 수준으로 인상하는 한편, 안보정책의 대전환을 가져온 적 기지공격(반격능력) 구비를 포함한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안보관련 3문서를 각의결정했다. ④게다가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과 마찰은 있었지만 사실상 일본정부의 최대 고민이었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처리수)의 방류를 감행하는 등 결단을 해야 할 때는 지지율 하락을 감안하고서라도 결단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①일본 국민은 경기부진과 정치자금 문제의 해결에 대한 불만인 반면, ②자민당 정치인은 자신들의 밥줄인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봐 기시다 총리와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③특히 스가 전 총리의 기시다 총리에 대한 비난은 기시다 총리가 임기 1년 밖에 안 된 스가 전 총리를 끌어내린 장본인이기 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④일반적으로 자민당에서는 거물 정치인은 국회 회기 중에 총재(총리)를 비난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암묵적인 관습이 있다. 정기국회가 폐회된 마당에 차기 자민당 총재(총리) 후보들은 스가 전 총리의 발언을 필두로 기시다 총리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이를 견뎌내야 하는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 회복을 위해 어떤 독배(당근정책)를 마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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