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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무비파크] 오버로드 (Overlord, 2018)

다큐PD 김재훈 승인 2019.12.02 19:00 | 최종 수정 2019.12.07 16:51 의견 0
영화 <오버로드> 스틸컷

도대체 "J.J 에이브람스"가 진짜 감독인 영화는 무엇이고 제작에만 참여한 영화가 무엇인지 이제 잘 구분이 되질 않는다. 그가 발하나만 걸쳐도 모든 이름들을 제껴두고 그의 이름을 전면에 깔아버리기 때문이다. 이 영화 [오버로드]도 이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그가 감독인 줄 알고 접했지만, 아니라는 걸 알았을때 왠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떡밥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을 여러가지 방면으로 잘 활용하면서 오로지 흥행만을 위해 이름을 여기저기 뿌려대는 이가 바로 "J.J"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클로버 필드를 통해서 떡밥은 이렇게 두고두고 우려먹는 것이라는 학습효과를 만들어냈고, 그 다음 프로젝트로 오버로드를 제시했을 때 무언가 연결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혀 관련이 없는 영화였다.

전세계를 통털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가장 많이 만들어진 장르물은 단연코 "좀비"라고 할 수 있다. 좀비라는 이름이 들어만가도 좀비 매니아들은 어떤 새로운 좀비물이 만들어진 것인지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일종의 네임 파급력이라고 할 정도로 좀비는 매니아적 세계관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는 장르다. 떡밥의 제왕께서 이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영화 <오버로드> 스틸컷

◇나는 던졌을 뿐이고, 너희는 물어버린 것이여~

클로버필드와 관계가 없다고 해서, 그가 이번영화의 감독이 아니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차피 그의 입맛대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의심할 수가 없다.

영화는 시작부분에 노르망디 상륙작전 선발대의 이야기를 전면에 가져다놓고 이들이 성공적인 상륙작전을 위한 위대한 임무를 완수하게 될 것이라는 서사의 떡밥을 던진다. 그가 만들었던 전작들의 특성상 초반에 화려한 이목을 끄는 장면들을 많이 배치하는 것은 이번 작품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도착한 작전 수행지는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생체실험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 실험이 좀비메이킹 프로젝트였다는 것이 영화의 큰 줄기다. 그리고 그것을 파괴한다는 전형적인 이야기.
사실 설명하고 자시고 할 줄거리 자체가 거의 없다.

몇가지 영화를 섞은 듯한 느낌(인크레더블 헐크의 악당의 변신부분)도 나고, 배우들의 연기나 동선들도 영 어색하다. 그냥 작정하고 킬링타임용이니 생각하지 말라고 만든 것 같다. 행여 무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것은 그만의 독보적인 능력이라고 칭찬이라도 해야할지, 어쨌든 관객을 어떤방향이든 농락하면서 관심을 유발시키는 엄청난 재주는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영화 <오버로드> 스틸컷

◇좀비영화? ..좀비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포장은 좀비다

참 홍보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하면 좀비영화는 아니다. 흔히 좀비라면 인간을 물어서 감염시키고,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잔인함을 부각시키는데...좀비가 나오질 않으니 좀비영화는 아니다. 헌데 죽은 자를 부활시킨다는 개념에서 보면 또 좀비라고 우겨도 별 할말은 없기도 하다.

클로버 필드에서 처럼 엄청나게 흔들리는 카메라를 도입해서 괴물로 인해서 구역질이 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워킹에 구역질이 나게 만들었던 것이 있었다면, 이번 영화는 홍보속의 내용과 실제 영화속의 내용에 교집합을 약간 만들어 놓고 혼동을 유도해서 좀비영화라고 착시를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차라리 클로버필드처럼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면 좋았을 것을 역사적인 사실에 기대어 영화를 풀어가다 보니 완벽하게 전형적인 B 급의 미국영화가 되어버렸다. 이유를 말한다면 너무 스포일러가 되는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하겠다.

티켓파워가 없는 연기자들로 구성했다는 것은 영화의 내용상 익숙한 얼굴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고, 또한 새로운 얼굴들로 호기심을 자극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다른 그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티켓파워가 있는 주인공이 필요해보였다. 일단 연기는 둘째치고, 인물들이 산만한게 흩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구심점을 가지고 풀어나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여하튼 돈벌려는 의도 빼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만든 영화는 확실히 아닌 것 같기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도 어색하다.

이제 관객은 목적이 확실해서 어설픈 것에는 호응하지 않는다. 킬링타임 영화라 그런지 관객의 평은 나쁘지 않았다고는 하는데 흥행이 안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떡밥을 안물려고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계속 물린다. 희한하게도 그게 감독이던 제작자던 "j.j 에이브람스"의 매력이다.

오버로드 (Overlord, 2018)
감독 : 줄리어스 에이버리
출연 : 제이콥 앤더슨, 와이어트 러셀, 요한 필립 애스백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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