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의 무비파크]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2008)
다큐PD 김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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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7 10:15 | 최종 수정 2019.12.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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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스틸컷
대단한 흥행작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들어본 듯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존 보인'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목까지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흔히 명작이라고 하면 엄청난 규모의 대작들을 떠올리지만, 이 영화처럼 단순한 스토리의 힘으로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영화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아닐까한다. 지금은 폭풍성장을 하고 있지만 '휴고'의 똘똘한 주인공 에이사 버터필드의 초기작이라서 그의 어린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스틸컷
◇전쟁이라는 부조화가 만들어낸 사실적 잔혹동화
이미 제목만으로도 내용은 어림짐작이 가능하겠으나,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독일군 장교인 아버지에게 부여된 새로운 임무를 따라서 시골로 옮겨간 부르노가 전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채로 만나게 되는 전쟁의 실상을 담고 있다. 파자마를 입고 있는 이들이 유태인 포로라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그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농부 정도로 알고서 우연히 집의 뒷문을 통해 연결된 수용소의 어린이 쉬미엘과 만나 우정을 쌓게된다.
점차적으로 나치즘에 대한 강제 교육과 선동은 강해지고, 부르노는 쉬미엘과의 우정으로 사라진 그의 아버지를 같이 찾으려고 수용소에 들어간다. 그리고 잔혹 동화의 결말이 이어진다.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스틸컷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잔혹한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그려내다.
과거에 의사였다는 유태인의 말에 어린 부르노는 나쁜 의사였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전쟁이라는 것은 모르는 순박한 어린아이의 동심을 표현한다. 도움을 받으면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 것이고, 그 역시도 한명의 사람이라는 어린아이조차 가지고 있는 너무도 당연한 진리가 깨어져있음을 파벨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이 영화의 대단함이라고 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에서도 폭력적인 장면이 들어가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너무도 폭력적인 영화이자 잔혹하기까지 하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되풀이되는 잘못된 사상의 교육과 선동질을 통해 인간(영화에서는 딸)이 얼마나 쉽게 빠져들수 있는 존재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미 알고있는 역사적 사실을 어린 친구들을 통해 다시금 상기시키는 스토리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결말을 예상하게 하면서도 눈물짖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원작이 워낙에 훌륭하기 때문에 영화적으로도 기대를 많이 받았던 작품이고, 실제로 기대에 부응을 했던 영화로 기억이 된다. 두명의 어린 주인공들이 그려내는 동심의 동화는 어느순간 잔혹동화가 되어 어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조여온다.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스틸컷
◇인간이길 포기하면 그 피해는 자신에게도 온다.
홀로코스트의 담당자인 아버지는 자신의 행동에 전혀 부끄럼이 없다. 아마 나치들 모두가 그랬을터이다. 영화는 그 담당자의 아들을 비극의 한 복판으로 끌어들임으로서 '역지사지'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마치 전래동화의 어느 한부분처럼 부모의 죄를 자식이 가지고 떠나는 듯한 이야기 말이다.
독일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친일파들이 생각난다. 그들도 나치와 다르지 않았음을 말이다. 지금도 끝까지 파내고 찾아내서 단죄하겠다는 독일의 홀로코스트 재판을 가끔 보게되면 우리나라의 친일파들도 단죄를 받을 날을 고대한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2008)
감독 : 마크 허만
출연 : 에이사 버터필드, 잭 스캔론, 도몬코스 니매스, 헨리 킹스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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