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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무비파크] 21그램 (21grams, 2003)

다큐PD 김재훈 승인 2019.12.15 10:10 | 최종 수정 2019.12.16 13:26 의견 0
영화 <21그램> 스틸컷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단어만큼은 익숙한 영화가 21그램이라는 영화가 아닐까한다. 근시대들어 아카데미 감독상을 친구들끼리 돌려서 수상할(?)정도로 헐리웃을 씹어먹고 있는 멕시코 감독 3대장중의 한명인 이냐리투 감독의 비교적 초기작이기도 하다.

엄청난 연기력을 자랑하며 멋지게 나이를 먹고있는 세 명의 명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로 다분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영상에 대입해서 만들어낸 수작이다. 참고로 이 영화로 세명의 배우가 여러가지 유수한 시상식에서 주연상과 조연상을 휩쓸기도 하였으니, 이들이 펼치는 연기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영화 <21그램> 스틸컷

◇영혼의 무게 21 그램...어려운 듯 어렵지 않은..

비교적 오래된 영화이기에 스포일러의 개념보다는 기억을 다시금 더듬을 수 있을 정도로만 영화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한다.

크리스티나는 사랑하는 가족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주부다. 그리고 폴은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교수. 조던은 범죄의 그늘에서 벗어나 종교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개과천선형 인간이다.

어느 날 조던은 실수로 크리스티나의 두 딸과 남편의 목숨을 한꺼번에 빼앗는 교통사고를 내고 자수 하게된다. 그리고 그 남편의 심장을 폴이 이식받게 됨으로서 세 사람은 얽히게 된다.

괴로움과 원망이 가득한 피해자와 그녀를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겨버린 이식자 그리고 출옥 후에도 죄책감에 몸서리치는 가해자. 선과 악이라는 공식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갖게되는 원초적인 감정을 통해 삶과 죽음을 고찰하고 더불어 용서라는 이야기를 하고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인데..어찌보면 간단해서 리뷰를 풀기가 오히려 어려운 영화다. 다만 현란하게 시점을 오고가는 영화의 구성으로 인해 러닝타임 초중반까지 행여나 정신줄을 놓으면 전체적으로 영화를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영화 <21그램> 스틸컷

◇최고의 연기자들이 쏟아내는 감정연기의 진수...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는거지?
영혼의 무게 21그램은 언제 없어지지? 죽어서인가? 아님 죽기바로 직전??
전지전능한 종교는 왜 구원해주지 않는거지?
그리고....우리는 몇번을 죽고 몇번을 다시 태어나는 걸까?

영화는 다양한 방식의 물음들을 던지고는 있는데, 사실 관객의 답변을 기대하고 던지는 질문들은 아니란 것쯤은 영화를 보고있으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진정한(?)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한 열거이기 때문이다.

무겁게 뒤틀어진 인간의 관계...삶과 죽음의 경계선...용서...새로운 생명. 어찌보면 간단한 순환구조의 열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질문이 아닌 고찰의 영역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특히 폴이 이식받은 자신의 심장에 총을 쏘는 장면은 참 먹먹했다.

무거운 주제에 애써 답을 제시할 필요가 없는 영화임에도, 다시금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유는 단연코 현실적인 연기력 때문이라고 하고싶다. 입장을 대입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그것이다. 환상적인 출연진과 기대를 뛰어넘는 그들의 연기는 이 영화가 개봉할 즈음에는 감독의 인지도는 그다지 크지 않았기에 , 영화가 이토록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세 사람의 공이 가장 크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특히 종교의 구원에서 고민하는 조던의 모습에서 약간이나마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생각나기도 했다. 물론 내용은 많이 달랐지만 말이다. 무언가를 연상하게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좋았다는 반증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영화<21그램>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동양적 철학이 베어있는 감독.. 그리고 그의 친구들..

이냐리투 감독들의 작품들을 잘 살펴보면 유난히 죽음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으로만 보자면,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자'가 그랬고, 엄밀히 따지면 '버드맨'에서도 그런 부분을 찾아볼 수가 있다. 그만큼 감독은 죽음이라는 것에 상당히 철학적인 접근을 많이 시도하는 감독중에 한명이고, 가장 잘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죽음과 탄생을 어느 정도 일정선상에 놓는 윤회라는 동양적사상이 기본에 깔려있어서 그런지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들은 동양인들이 보더라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멕시코 감독 3대장의 엄청난 부분은 각기 잘 녹여내는 영화의 철학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이기도 하고, 다분히 동양적이라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부분의 철학적 접근 이냐리투, [삶]의 서사라는 부분은 알폰소 쿠아론(로마 강추), [소외]라는 부분은 길예르모 델토로(모든영화가 다^^)...참 대단한 친구들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하는 이 감독들이 있어, 왠지 멕시코가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래된 영화를 다시금 한번 보면서 그때의 기억들과 지금의 기억들을 매칭해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로 추천하고 싶다.

21그램 (21grams, 2003)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 숀 펜, 나오미 왓츠, 베니치오 델토로, 샬롯 갱스부르,멜리사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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