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FA 신청 유예, 은퇴 위기와 반등, 우승 멤버 FA 권리행사까지 2024 시즌 서건창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겨울은 지금 차갑기만 하다.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FA 기회지만,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그는 FA C 등급으로 보상 선수가 없고, 연봉은 최저 연봉 수준인 5천만 원이다. 그를 원하는 팀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영입이 가능하다. 서건창 역시 이런한 점이 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믿었을 것으로 보인다.
◆서건창에 냉랭한 FA 시장
이런 예상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대형 FA 선수들이 하나 둘 계약을 하고 그 외 선수들도 계약 소식이 들리지만, 서건창과 관련한 소식은 전무하다. 타 팀의 관심도 없고 원 소속팀 KIA도 적극적이지 않다. 서건창은 내심 금액 이전에 다년 계약을 원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바람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서건창은 2024 시즌 은퇴 위기를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했다. 서건창은 2024 시즌 롯데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가 202 안타를 기록하며 신기록을 달성한 최다안타 부분에서 기념비적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2014 시즌 201안타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없었던 200안타 돌파였다. 그의 기록이 대단한 건 144경기가 아닌 팀 당 128 경기를 하던 시절이었다. 기록의 가치가 매우 컸다. 해당 시즌에서 서건창은 0.370의 타율에 타격 각 부분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커리어 최고 시즌을 보냈다.
그 해 서건창은 정규 시즌 MVP를 수상했다. 서건창은 프로야구 데뷔 후 바로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고 일반병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테스트를 거쳐 히어로즈의 입단했다. 그는 히어로즈에서 무명의 설움을 씻고 리그 최고 2루수로 거듭났다. 이런 서건창의 성공 스토리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하지만 서건창은 이후 경기 중 큰 부상을 당했고 이후 운동능력이 저하되면서 각종 성적 지표가 떨어졌다. 한때 반등 가능성도 보였지만, 내림세를 완전히 제어하지 못했다. 이는 FA 자격을 얻게 되는 시점에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게 했다.
◆빛났던 2014 시즌 후 계속되는 내림세
서건창은 2021 시즌 히어로즈에서 LG로 트레이드 되면서 새로운 팀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했다. LG는 그를 영입하면서 팀에 필요했던 주전 2루수 자리를 채우려 했다. LG는 윈나우를 지향하는 상황이었고 경험이 풍부한 서건창이 필요했다.
하지만 LG에서 서건창은 오히려 더 퇴보된 모습을 보이면서 입지가 줄었다. 2023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하는 감격적인 순간에 그는 없었다. 우승을 위한 카드로 트레이드 영입된 서건창이었지만, 정작 그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서건창은 2023 시즌 후 팀에서 방출됐다. 30대 후반의 나이와 내림세의 기량으로 그는 은퇴 위기에 몰렸다. 원 소속팀 히어로즈 복귀 가능성도 있었지만, 서건창의 행선지는 그의 고향팀인 KIA였다.
◆고향팀 KIA에서 반등
KIA는 내야진의 뎁스를 더할 베테랑이 필요했고 서건창은 자신의 존재를 더 높일 기회를 잡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내부 경쟁을 이겨내야 했다. 주전 보장은 없었고 백업 역할도 해야 했다. 주 포지션 2루수를 벗어나 1루수로 소화해야 했다. 프로 데뷔 후 하지 않았던 역할이었지만, 서건창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이에 적응해야 했다.
서건창은 적응을 넘어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는 상황에 내야진의 빈자리를 충실히 매웠다. 특히, 아쉬움이 있었던 1루수 포지션에서 새로운 대안이 됐다. 2024 시즌 서건창은 백업 역할을 하면서 출전 경기 수가 제한된 상황에도 94경기 248 타석에 0.310의 타율에 4할이 넘는 출루율, 0.344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했다.
서건창으로 인해 KIA는 시즌 중 내야진의 부상 공백을 덜고 안정된 시즌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서건창은 정규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멤버가 되면서 우승의 영광도 함께 할 수 있었다.
KIA의 우승에 있어 서건창은 충분히 일정 지분이 있었다. 서건창은 2024 시즌 활약으로 마침내 미뤄뒀던 FA 권리행사를 했다. 30대 후반의 나이는 마이너스 요소지만, 멀티 수비 능력과 되살아난 난 타격감, 낮은 연봉 수준 등으로 충분히 시장에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였다.
◆30대 후반 베테랑에게는 냉정하기만 한 현실
하지만, 시장은 그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많은 나이와 최근의 성적 추세는 미래 활약에 대한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을 수 있다. FA 시장에 나왔다는 건 다년 계약을 원한다는 의미지만, 30대 후반 선수에게 그런 계약은 구단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냉정히 서건창은 전력을 급상승시킬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최근 샐러리캡 유지가 매우 중요해진 구단 운영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베테랑 선수의 다년 계약은 더욱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서건창에 대한 경쟁 구도를 만들기 어렵게 했다. 시장에서의 경쟁 부재는 가치 하락을 불가피하게 한다. 그의 소속팀 KIA도 서건창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이제 디팬딩 챔피언이 된 KIA는 내년 시즌에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전력 누수를 막는 게 필요하다.
1군 멤버였던 서건창도 KIA는 필요한 선수다. 다만, 우선순위는 아니다. KIA는 FA 시장에서 필승 불펜 장현식을 떠나보냈고 이를 대신할 자원이 필요했다. KIA는 리빌딩 중인 히어로즈와 접촉해 리그 상위 불펜 투수 조상우를 트레이드 영입해 불펜진의 약화를 막았다. 여기에 전력의 중요 요소인 외국인 선수 구성도 새롭게 했다. 대신 FA 시장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샐러리 캡 부담도 있고 내년 시즌 후 주력 선수들의 FA도 대비해야 한다.
전력 구성에서 서건창은 최악의 경우 배제될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1루수가 가능한 거포 위즈덤을 영입하면서 서건창의 필요성이 더 줄었다. 백업 내야진은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줘야 한다. 백업 역할을 할 서건창에게 장기 계약을 하기는 부담이 된다. 이는 서건창과 KIA의 눈높이를 다르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입장 차는 아직 좁혀지지 않았고 시간은 흐르고 있다.
◆다시 좁아진 입지
지금의 분위기라면 서건창은 KIA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외애 다른 대안은 없다. 그보다 더 나이가 어리고 유격수 자원인 하주석도 시장에서 외면받는 현실에서 서건창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 시간은 서건창 편이 아니다.
서건창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이력을 남겼고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도 있지만, 불운한 선수다. 전성기에 치명적 부상을 당했고 FA가 될 시점에 부진하면서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고 반등했지만, 현실은 그에게 냉정하기만 하다. 차가운 현실에 서건창의 겨울은 더 차갑기만 하다. 자칫 은퇴라는 또 다른 현실이 다가올 수도 있다. 서건창은 과연 남은 스토브리그 기간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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