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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지자체의 새로운 유행인가? 지역 관광의 해 선포 이후가 아쉽다.

윤준식 편집장 승인 2025.01.21 01:48 의견 0

2025년 들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방문의 해를 외치는 곳들이 많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강원, 경북, 충남이 각각 ‘강원,경북, 충남 방문의 해’를 선포했다. 이밖에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방문의 해를 정한 곳도 있는데, 인천은 ‘2025~2026 재외동포 인천교류.방문의 해’, 제주는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를 선포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미 지난 2024년 10월부터 단체장을 중심으로 방문의 해 선포식을 하고 신문과 방송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대한 의욕을 보이면서도 관광객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외에 제대로 된 관광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 관련 키워드로 검색한다 하더라도 CI, BI만 발표되었을 뿐, 공식 안내 홈페이지도 갖춰져 있지 않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관광 콘텐츠가 없다.

그나마 강원특별자치도는 1월의 추천 여행지로 화천과 홍천을 추천하고 있는데, 이는 화천 산천어축제가 1월 11일부터 2월 2일, 홍천강 꽁꽁축제가 1월 18일~2월 1일 개최되고 있는 것을 재홍보하고 있는 수준이다.

지금은 이른바 로컬 지향의 시대다. 따라서 관광의 패러다임도 로컬 지향으로 바뀌고 있다. 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만이 아닌, 누군가의 삶의 터전에서 그들과 동일한 삶을 누리고 싶거나 제2의 고향, 제3의 장소가 될 21세기형 정착지를 찾는 탐색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뜸해졌지만 한동안 유행했던 ‘한달살기’는 이를 반영하는 여정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지역성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성을 갖는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지역성을 이해하기 위한 전통이 있다. 조선시대부터 ‘지리지’, ‘지방지’, ‘읍지’라 부르는 지역성의 기록물들이 존재했다. 세종실록지리지나 동국여지승람과 같이 국가 경영과 통치를 위한 기초자료가 필요해 만들어진 관찬 지리지 외에도, 택리지, 아방강역고처럼 조선후기 실학자들에 의해 백과사전의 역할을 겸한 사찬 지리지가 상당수 편찬되었다.

단순히 관광 가이드북을 만들기 위한 관심이 아닌, 다양한 시선과 취향으로 수만갈래의 이야기가 모이고 시작될 무언가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가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았고 연구조사와 편찬에 정부의 지원이 따라온 것이 아니었지만, 실사구시의 일념으로 지리지 편찬에 공들였던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노력은 관광 콘텐츠 부재라는 현재의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이들이 남긴 지리지는 우리의 출발점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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