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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이는 ‘깜박깜박’ 잊는 것인가?

대구의 플라뇌르 대프리카를 말하다(6)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1.18 14:45 의견 0

대구에서 운전하다 보면, 운전자들이 좌나 우로 방향을 전환할 때,흔히 말하는 깜빡이를 잘 켜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오죽하면, 도로에 깜빡이와 관련한 현수막이 붙었을까(앞산순환도로를 운전하다가 본 현수막이 깜빡이와 관련한 것이었다)

깜빡이를 켜는 것은 뒤 차를 배려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본인의 안전과도 직결된 부분이다. 그런데 본인만 편하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깜빡이를 잘 켜지 않는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필자는 앞차의 속도를 판단해서 앞차 가 차선을 변경할지 판단해야 했고, 이런 판단이 반복되다 보니, 현 재는 앞차의 주행 속도를 판단해서 앞차가 어디로 이동할 지, 십 중 팔 구 정확하게 맞추는 능력을 갖게 됐다.

이제는 대구에 2년 넘게 살다 보니, 앞차가 차선을 변경할 때 깜빡이를 ‘깜박’ 잊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깜빡이를 켜주는 운전자가 있을 때 ‘매너 가 참 좋은 운전자구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조사된 교통문화지수에서는 대구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필자가 여전히 불만족 스 렇게 느끼는 것은 결국 수도권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인 느낌일까 도대체 깜박이는 왜 켜지 않는 것일까

특히, 아파트 입구로 진입하는 차량이나, 골목길로 진입하는 차량이 방향 표시등을 켜지 않을 경우, 뒤따라가는 운전자의 심정을 알까(필자가 택시를 타보 면, 기사분이 방향 표시등을 켜지 않는 앞차를 보면서 흥분하는 모습을 쉽 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방향 표시등을 켜지 않는다)

▲ 깜박이를 켜자는 내용의 캠페인 현수막 ⓒ조현호 작가

네 다리는 모르겠고, 내 차는 괜찮네!

한 번은 주말이 돼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대형마트에 갔다. 신나게 이것저것 고르고 캐리어에 가득 담아서 자율포장 코너에서 열심히 포 장을 하고, 그런 다음 주차장에 가서 자동차 트렁크에 박스를 실었다. 그리고 운전자 석으로 가려고 하는데, 필자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옆 주차공간으로 주차하려는 차가 있었다. 그 차가 후진으로 주차를 하면서 필자를 보지 못했는지 필자와 접촉할 뻔했다.

필자 : (좀 언성을 높이며) 아저씨 사람 있는 거 못 보셨어요

(이렇게 말하면, 당연히 사과할 줄 알았다)

운전자 : (필자 쪽으로 걸어온다. 그리고 자신의 차를 살펴본다) 아무 문제 없네.

필자 : (황당해서) 차 운전을 잘 못해서 사고가 날 뻔했으면, 먼저 사람을 챙겨야 하는 것이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자동차만 본 겁니까

운전자 : (당연하다는 듯이) 뭐 내 차는 문제없는데.

필 자 : 이 사람이....!!

이후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고성이 오갔고 그쪽 아내되는 여자분이 대신 사과할테니 이해해 달라고 사정을 했다.(이 부분도 충격이었다. 남편이 잘 못했는데, 부인이 대신 사과하는 상황은 또 뭐지) 하지만, 필자가 거부하고 상대방 남자의 사과를 요청하니, 상대방 운전자는 욕설을 했고, 필자는 112에 신고했다.

필자 : (답답한 목소리로) 여기 .... 플러스인데요. 빨리 출동 바랍니다.

운전자 : (큰 목소리로) 신고해봐라! 난 그냥 갈 테니...(실제로 어디론가 가버린다)

잠시 후 경찰차가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 부부는 등장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상대방 운전자는 필자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어차피 “미안합니다.”라는 말만 했으면, 그토록 긴 시간을 서로 낭비하면서 옥신각신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황당한 것은 사람보다도 자신의 차를 먼저 챙기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필자도 살아오면서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지만, 결론은 항상 사람을 먼저 챙긴 것이었다. 그런데, 대구에서 처음 경험한 것은 사람보다는 자동차였다. 좋지 않은 첫 경험이 마지막 경험이었다면 그저 한 번의 특이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에피소드를 쓰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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