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_이야기(36)] 오늘날의 경복궁
이동진 선생님에게 듣는 경복궁 이야기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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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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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오늘날 경복궁.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경복궁에 가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너도나도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있죠. 관광객들도 많습니다. 물론 해설사를 따라 경복궁을 찬찬히 둘러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복궁을 관광지로만 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궁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가장 웅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적인 요소는 창덕궁에 많이 숨어 있지만 창덕궁은 경복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아기자기 합니다. 규모적인 면으로 봤을 땐 경복궁이 더 크고 정돈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주변에 인왕산과 북악산과 어우러진 경복궁의 전경은 매우 아름답죠. 거대한 근정전과 광화문, 뒤로 그림같이 펼쳐진 산세는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 합니다. 주변에 상권들도 잘 발달해 있죠.
☞이동진:그렇지만 경복궁은 우리에게 역사적으로도 커다란 가치를 지닌 건물입니다. 지금 국가에서는 경복궁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복궁은 원래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 연구하고 복원해야할 공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최근 대두된 흥복전의 경우도 중요한 전각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복원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죠.
우리가 경복궁을 바라 볼 땐 단순히 아름다움이나 웅장함 만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시각적으로는 미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경복궁에 담긴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죠.
☞이동진:경복궁은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까지 많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전각의 개수가 한정적이었습니다. 경복궁은 을미사변 이후 왕이 기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로운 왕궁으로 쓰러져가는 조선의 역사를 바라만 보는 입장이었습니다. 정궁으로서 세워졌지만 임진왜란 이후 버려지고, 을미사변 이후 버려지게 되죠.
조선이 멸망하기 전 14년이라는 기간이 있었지만, 고종과 순종의 트라우마로 사용되지 않았죠. 자신의 아내, 자신의 어머니가 죽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경복궁 훼손은 일제 강점기 뿐 아니라 대한제국 시기에도 훼손되었습니다.
덕수궁 공사를 하면서 경복궁의 건물 몇 채를 허물고 목재를 조달하기도 했죠. 주요건물은 아닐지라도, 또 창덕궁에 화재가 나서 흥복전의 일부 건물도 뜯어서 활용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눈에만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만 보는 게 아니라 수난의 역사, 빛과 어두운 그림자를 다 보아야 합니다. 경복궁의 흥망과 조선역사를 함께 느끼면 다른 시각에서 경복궁이 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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