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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1인방송]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죄가 없다

김기한 기자 승인 2019.06.19 01:47 의견 0

▲ 개설 수일만에 165만 구독을 달성한 <백종원의 요리비책> 채널 ⓒ 유튜브 캡쳐

대한민국 유튜브의 최강자가 등장했다. 바로 백종원이다. 유튜브 채널 개설 이틀만에 구독자 100만을 돌파, 지금 이 기사가 나가는 순간에는 165만을 넘어섰다.

이런 급성장은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꾸준히 채널을 운영해왔던 일반 유튜버들에게는 커다란 충격과 위협이 될 지도 모르겠다. 언론매체에서도 ‘생태계 교란’이라는 식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마치 백종원이 몹쓸 짓을 한 것 마냥 바라보는 시각이다.

유튜브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토종 플랫폼도 아니고, 유튜브 플랫폼이 만들어진지도 14년이나 된 꽤 익숙해진 영상 플랫폼이다. 14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유튜브는 트렌드의 중심이 되었고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따지고 보년 연예인과 셀럽들의 유튜브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다. 또한 이들 중 일부가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들이 자본과 인력을 투입으로 한 고퀄리티 콘텐츠를 지향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 있는데 무조건 ‘승자독식’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은 유튜브의 특징을 간과한 매우 편협한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유튜브는 독식구조의 플랫폼이 아니다. 어떤 구독자가 한 유튜버의 채널을 구독신청했다고 해서 다른 유튜버의 채널을 구독하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백종원 채널을 구독한 사람이 백종원의 콘텐츠만 구독한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백종원의 콘텐츠 수준이 높다고 해서 걱정할 것도 없다. “나도 저렇게 만들어야하나”, “앞으로 저렇게 해야 유튜브에서 성공할 수 있나”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건 ‘유튜브는 1인 미디어’라는 틀에만 생각이 갇혀있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채널을 보면 결코 ‘1인 미디어’라고 볼 수 없다. 콘텐츠 기획, 진행, 촬영, 편집 등은 작은 방송국이나 프로덕션의 시스템이지 ‘1인 미디어’ 형태는 아니다. 그리고 눈을 넓혀 해외 유튜브 채널을 보면 셀럽들의 다양한 활동은 물론, 1인 미디어 수준을 능가하는 고퀄리티 콘텐츠들이 많이 나와 있다는 점이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면, 2008년 작품인 <숟가락 살인자(기노사지)>다. 많은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작품으로 다수의 단편영화제에서 수상을 받기도 했다. 성원에 힘입어 여러 편의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다음은 영화 <존 윅>을 패러디한 콘텐츠이다. ‘너프건’이라는 장난감을 주된 소품으로 삼아 고퀄리티의 총기액션을 선보이고 있다. ‘너프건’이 발사되는 장난스런 소리와 배우들의 진지한 액션... 이 언밸런스한 영상이 많은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해외 유튜브 시장은 유튜브를 연속극(드라마), 영화, CF 등의 영역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고, 고퀄리티로 제작해 이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시각을 바꿔서 보면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유튜브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가 헐리웃 스타로 탄생되는 경우도 이와 같은 유튜브 플랫폼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배우 이기홍도 유튜브 출연을 통해 영화 <메이즈러너>에 출연하며 헐리웃 스타가 되었다.)

콘텐츠의 포화로 비롯된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으로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는 새로운 채널이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다. 숨은 능력자들을 발굴하고 길러내는 힘이야 말로 바로 유튜브 플랫폼이 가진 잠재력이다.

즉, 연예인이나 셀럽이 진출한다고 해서 “유튜브 이용자들이 그들이 만들어낸 고퀄리티의 콘텐츠만 찾을 것이며, 이는 생태계 교란”이라는 말 자체가 유튜브 내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연예인들이 유튜브에 고퀄리티의 콘텐츠로 진출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고 진작에 나와야만 했던 콘텐츠다. 만일 그랬다면 BTS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지금의 영광을 조금 더 빨리 만나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는 유튜브 활용을 국내에만 한정한 콘텐츠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걸 잊고 국내용 콘텐츠를 생산해 왔고, 1인 미디어라며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감수성 때문에 백종원 현상을 마치 대기업이 골목상권 건드리듯 보는 반감이 형성된 거라 생각한다.

쓸데없는 걱정보다는 이 일을 계기로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될 것이며,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던 저질 콘텐츠들도 자생적으로 정리될 것이라 낙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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