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충도는 꽃, 풀과 함께 곤충류를 그린 그림입니다. 가까이서 소소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부인방이나 신혼방에 주로 장식했습니다.
초충도의 주된 소재는 오이, 수박, 포도, 가지, 맨드라미, 꽈리, 원추리, 양귀비, 패랭이, 이름 모를 야생초 등의 식물과 나비, 벌, 잠자리, 여치, 사마귀, 매미, 쇠똥구리, 개구리, 두꺼비, 도마뱀, 고슴도치, 들쥐, 등의 동물로 대부분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생물이었습니다. 초충도의 ‘충(蟲)’에는 곤충뿐만 아니라 도마뱀, 개구리 등 작은 양서류도 포함됩니다.
초충도는 특별히 과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며 자유롭고 단조롭게 꾸밈없이 그린 것이 특징입니다. 그 때문일까요 보면 볼수록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며 마치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러한 소담함이 매력인 초충도는 사실 회화의 역사에서 중심이 되는 그림은 아니었습니다.
꽃이 등장하는 그림 중에는 모란도나 연화도, 화조도처럼 화려하고 크기가 큰 소재를 쓴 그림들이 많이 그려지고 사랑받았습니다. 동물 그림으로는 호랑이나 용, 봉황같이 웅장하고 위엄 있는 그림들이 널리 애용되었고요.
반면 초충도는 들길의 야생화나 작은 풀과 작은 곤충류 등 너무 소소하고 미미해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어찌 보면 하찮은 소재들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사소하고 평범한 소재에서 수수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찾았습니다.
초충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신사임당입니다. 신사임당이 남긴 그림을 보면 얼마나 오랫동안 치밀한 관찰력과 애정 어린 눈으로 풀과 벌레들을 관찰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크기도 작고 몇 가지 소재만이 소담스럽게 그려진 작품들이지만 자세히 보면 볼수록 풀과 벌레들의 특징을 잘 살린 생생함과 섬세함에 놀라게 됩니다. 그의 그림이 얼마나 섬세하고 생동감이 넘쳤으면 그림을 여름 볕에 말리기 위해 마당에 내놓자 닭이 풀벌레인 줄 알고 쪼아 종이가 찢어질 뻔했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이렇듯 대자연에 살고 있는 미물인 작은 풀벌레까지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린 초충도에서 그들만의 조용하면서도 치열한 이야기를 엿보고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림 박태숙은 동대문구에서 우림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민화작가 입니다.
민화로 시작해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워나가며 민화에 새로운 색감, 기법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민화를 다양한 공예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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