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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특집(2)] “하나하나 소중히 돕는 게 해결방법” -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 인터

윤준식 기자 승인 2017.12.04 19:56 | 최종 수정 2019.07.16 17:46 의견 0

 


인터뷰 상편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의 역할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자활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모습과 지원센터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등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님께 좀 더 자세히 여쭤보았습니다. (취재팀)


 

¶ ‘청소년 자활’에 대해서도 여쭤볼게요

 

자립이란 한 사람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가 목표한 바를 이루며 살아가는 행위를 말해요. ‘청소년 자활’은 학교 밖 청소년이 꿈꾸는 미래를 만들고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죠.

 

청소년 자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목표와 장기목표를 함께 고민하고, 그 목표에 따라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해요.

 

그런데 청소년들이 목표를 세우고 성장하기엔 우리나라에서 교육되는 직업군이 극히 제한적이에요. 직업의 가짓수는 많지만 꿈꿀 수 있는 자립의 직업은 제한적이죠. 청소년들은 빠른 자립을 위해 짧게 배우고 취업할 수 있는 네일, 미용, 제과제빵 기술 같은 것을 생각합니다.

 

사실 배울 수 있는 기술은 많고 청소년들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열려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가두게 하는 사회가 문제를 야기하지요.

 

¶ 청소년 스스로 ‘자활’을 생각하는 때가 있을 것 같은데 주로 언제인가요

 

☞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며 자기 의사를 존중받은 학교 밖 청소년들도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그동안 자신이 하지 못했던 자유를 누리다가 부모님의 지원마저 끊어지게 되면 청소년들은 돈을 벌기로 마음을 먹어요. 그런데 알바하면서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 불이익에 너무 많이 노출돼요.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소외되고, 관계 맺기도 어렵고. 나중에는 “계속 이러면 안 되겠다. 누가 나를 도와 줘! SOS!”하면서 저희 센터 같은 곳으로 찾아오게 되는 거죠.

 

이들을 만나보면 사회 나가는 게 녹록치 않음을 알게 된 상태이고 친구들과 함께하던 생활을 그리워해요. 상담을 하다보면 케이스가 다 다르게 나와요. 학교생활을 다시 하게 하거나, 대안학교 입학을 희망하거나, 검정고시를 보도록 도와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일반적인 형태로 묶어놓을 수가 없어요.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가족 챙기듯 하지 않으면 안돼요.

 

2017년 7월 자기 계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캔들메이커 프로그램 <p class=(사진출처 :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width="550" height="413" /> 2017년 7월 자기 계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캔들메이커 프로그램 (사진출처 :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 학교였다면 학업, 즉 진학지도만으로도 충분한 진로지도가 될 텐데, 직업교육이나 취업알선까지 고려해야 할 것 같은데요

 

학교였다면 대학 진학을 위주로 한 진로지도로 충분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경제권 독립을 위해 취업하기를 원해요. 청소년들이 알고 있는 직업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정보도 제공하고 지원체계도 정비를 해야 해요. 그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기본적인 생활습관부터 지도를 새로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해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실에서 멀어져 있는 청소년들을 불러오는 일입니다.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멀어져 있으면서 떨어졌던 자존감을 단기간 안에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죠. 오랜 시간 동안 정상적인 생활에서 멀어져 있는 청소년들의 생활 패턴을 잡아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 이후에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청소년들의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지역자원 발굴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 또한 센터의 좁은 인맥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흔히 “한 청소년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죠 한 청소년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시스템이 같이 구축되어야 가능해요. 이렇게 청소년들을 키워내면 장기적으로 사회도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직업교육은 집체교육이나 위탁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나요

 

☞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교육방법으로 가르쳐도 청소년마다 느끼는 게 다 달라요. 일반적인 사회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해 못하는 내용이에요. 특히 서울은 대중교통 연결이 좋으니까 이런 청소년을 모아서 교육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그러나 기본적인 생활패턴이 무너져 있는 청소년들에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 가야한다고 하는 일은 굉장히 힘든 일이죠. 청소년들 개개인의 욕구는 모두 다르고 각자가 처해진 상황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1대1’ 맞춤서비스가 답이에요.

 

우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먼저 잡아주는 훈련과 계속된 갈등과 실패로 떨어져있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상담집단프로그램을 먼저 시작합니다. 기본적인 생활에서의 문제가 해결되면 주변에 다양한 문화여가경험을 할 수 있도록 체험활동을 지원해요. 렛츠런 재단 센터에서는 사회공헌사업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드림센터를 지원해요.

 

우리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율공간을 운영해요. 청소년들은 피씨방이나 놀이터에서 자신의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자율공간에서 보내죠. 이곳은 부담 없이 다니며 책도 보고, 게임도 하고, 청소년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이렇게 보낸 시간을 통해 신뢰감이 쌓이고 나면 청소년들의 욕구에 맞는 지원을 합니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청소년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청소년들과의 관계형성부터 직업과정체험까지 생각한다면 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죠.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는 년 단위로 끊어지는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물론 여기에 청소년를 향한 ‘문제아’라는 선입견은 청소년의 자립을 방해하는 독이 되겠죠. 갓 기술을 배워 나온 청소년들, 검정고시를 패스한 청소년들에게 ‘잘 해야 본전’이라는 식의 선입견은 청소년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는데 방해가 됩니다.

 

영등포구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2016년 11월 3회기에 걸쳐 영등포에 있는 카페 오가닉과 함께 바리스타 직업체험을 실시했다. <p class=(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제공)" width="550" height="413" /> 영등포구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2016년 11월 3회기에 걸쳐 영등포에 있는 카페 오가닉과 함께 바리스타 직업체험을 실시했다.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제공)

 

 

¶ 아르바이트를 통한 도제식 교육을 통해 할 수 있는 직업교육은 없나요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원하는 직업과 지역사회 자원의 매칭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죠.

 

청소년들은 준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연계된 업체가 선호하는 연령대가 맞지 않으면 못 보내기도 합니다. 커피숍의 경우를 예로 들면, 보통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패스하는 나이가 고 1인데, 커피숍은 이렇게 어린 청소년들을 선호하지 않아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센스가 있고 힘이 있는 고 3이상 연령대의 청소년들을 원하죠.

 

또, 청소년들은 원하지 않는데 지역사회에서는 도와주신다고 할 때 참 난감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저희가 발굴한 자원 중에 동네 미용실이 있었어요. 미용실 사장님께서 성실하고 배울 의지가 있으면 진짜 멘토가 되어 주겠다고 계속 이야기 하셨어요. 그런데, 이렇게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하려고 해도 이를 원하는 청소년들이 없어서 연계를 하지 못했어요.

 

¶ 그런데 취업문제는 나이가 많은 청소년들의 경우, 더 심각할 것 같아요. 청소년 관련한 법률을 보면 24세까지 청소년이라고 되어 있던데요...

 

맞아요. 우리나라 청소년 관련 법률에는 24세까지 청소년으로 규정되어 있어요. 특히나 학교 밖 청소년이면서 후기청소년인 19세부터 24세까지의 청소년들은 자립이 어렵죠.

 

제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나면 청소년들에게 모든 숙제를 다 해결해 주었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검정고시를 발판으로 청소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만 실상은 쉽지 않죠.

 

센터 안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이자 후기청소년을 지원하는 방안을 가장 많이 고민합니다. 청소년이지만 미성년자는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 됩니다. 법적으로는 성인의 나이이기 때문에 스스로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지만 스스로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죠. 불안정한 상태의 청소년들을 사회로 끌어 오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청소년들과 협의가 끝났다고 해서 모두 지원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청소년의 가정과도 협의가 되어야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충돌을 낳죠. 청소년들은 가정과의 협의 없이 자신의 욕구대로만 일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자신이 성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결정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는 태도를 취하죠.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데 이 과정에서 둘의 의견차를 좁히는 것 또한 현장의 숙제에요.

 

오히려 미성년자의 부모의 경우, 아이가 아직 어리고 성장과정 중에 있어 정립이 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청소년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며 설득하면 부모의 태도가 완만하게 수그러들어요.

 

그러나 후기청소년의 경우는 둘 다 성인이기 때문에 충돌이 더 격렬하게 일어나죠. (하편에서 계속)

 

[청소년특집(1)]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 (상편) ‘학교 밖 청소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 http://www.sisa-n.com/18928

[청소년특집(3)]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윤경 센터장(하편)

- 마을이 함께 키우는 청소년 “지역사회가 등대다”

http://www.sisa-n.com/19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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