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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 (71)] 시와 사진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6.26 11:53 의견 0

우리는 사진을 영상 언어라고 합니다. 한 장의 사진은 한편의 시와 닮았습니다. 우리는 시를 ‘작가의 사상과 정서를 형상화하여 운율과 리듬에 담아 압축되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문학의 한 갈래’라고 말 합니다.

이 점에서 사진과 시가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 합니다. 사진에도 사진가의 사상과 정서가 담깁니다. 사진은 사진가의 사상을 형상화해 구도라는 시각적 운율과 피사체를 크고 작은 덩어리로 배치하는 시각적 리듬에 담을 수 있지요. 사물의 진수를 이미지의 절제를 통해 표현하는 영상시라고 한 들 누가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사진의 운율은 크고 작은 피사체의 배치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것들의 시각적 리듬은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이미지 안에는 작가의 내면이 드러나지만 은유로 드러나게 되면서 한 편은 감추고 한 편은 보이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자극합니다. 이런 것들이 롤랑 바르트가 말한 ‘푼쿠툼’이 되겠지요. 바늘로 콕 찌르는 아픔을 통해 관객의 정서를 환기 시킵니다.

피사체를 촬영하지만 피사체가 있는 그대로를 촬영하지 않고 사진적인 시각, 다시 말해 렌즈의 특징을 활용해 압축과 생략을 자연스레 이루어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것 등이 시의 본질과 너무나도 닮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이미지도 음악적 운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적 운율과는 다르지요. 우리가 서예 작품을 볼 때 시각적 운율, 서예가의 호흡을 읽어낼 수 있듯이 사진에서는 피사체의 배치와 덩어리의 크기를 통해 음악적 운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홍희 사진작가 제공

사진은 이미지이니 회화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외부로만 드러난 회화적인 요소가 아닌 어떤 감각이나 기억을 되살려 내는 또는 재생 시키는 요소로서의 회화적인 요소가 중요합니다. 기억 속에서 까마득히 잊었던 것들을 되살려 내거나 심충부의 깊은 사유를 자극하는 경우가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이미지라면 더 좋을 것입니다. 종이 한 장 위에 담겨진 이미지이지만 거기에서 언어로 환생시킬 수 있는 사유와 정서를 의미화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시적인 사진이 되겠지요.

사진은 대상을 다 보여 주는 것 같지만 함축과 절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알 것 같지만 실은 알쏭달쏭하죠. 이것을 가리키는 듯 하지만 저것도 포함합니다. 다의적이고 중의적인 사진이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괴롭히기도 하지요.

사진가가 다루는 특별한 파인더 워크는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 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파인더 워크를 통해 관객을 향한 자신의 소리, 다시 말해 사진적 태도나 사진적 어투를 보여 주게 됩니다. 이것 때문에 다른 작가와 자신이 구별되는 것이지요.

시와 사진은 유사한 점을 통해 서로 비교해 볼 수가 있습니다. 글쓰기도 사진과 참 닮았다고 저는 생각 합니다. 표현의 방식이 다른 것이지 그것을 행하는 프로세스는 거의 유사 합니다. 그래서 다른 장르의 작가들, 화가나 음악가가 훌륭한 예술가들은 다들 훌륭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요

모든 작품은 예술가가 추구한 ‘사유의 결정체’입니다. 그렇다면 사유의 과정을 수도 없이 거치면서 퍼즐 같던 생각들이 하나의 큰 그림으로 맞추어지는 과정을 거치죠. 이 때 생각이 정리가 되고 그 정리 된 생각은 말이나 글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 자신이 맞추어낸 퍼즐을 말로나 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자.....이제는 당신의 시를 제가 기다릴 차례입니다. 쓰고 찍는 동안에 그 퍼즐이 맞추어 집니다. 이제는 당신의 퍼즐을 맞출 차례입니다. 큰 그림의 퍼즐을 기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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