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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밤'을 생각하며

조연호 작가의 <한국 교회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 (116)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0.01.23 16:05 의견 0

필자가 고등학교, 아니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하더라도 대부분 교회에서는 ‘문학의 밤’을 연례행사로 진행했다. 교회마다 문학의 밤을 준비하기 위해서 몇 개월 전부터 준비했고,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문학의 밤을 1년 중 가장 큰 행사로 기념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사라졌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교회가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원도 잘못했던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대중가요가 진화하는 가운데, CCM이라는 장르가 등장했지만, 대중가요와 비교할 때 수준이 낮았다고 할 수 있고, 곡이나 작사에 있어서 제한이 따르다 보니, 다른 사회적인 부분이 진화하는 수준에 비해 변화의 수준이 작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청소년들은 대학 입시 준비로 교회에 나오는 날과 활동하는 시간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줄였고 청년들도 취업 준비와 혹은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교회 활동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현재 교회는 여러 문화 활동을 권장한다.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다양한 독서 모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기적인 발표회를 통해 과거 문학의 밤을 대신한다. 그러나 장르가 상당히 제한적이고, 발표회 수준이기에 과거 문학의 밤과 같은 친교의 장을 형성하지는 못한다. 문학의 밤에는 연극(성극)이 있었고, 연주회가 있었으며, 찬양, 그리고 다양한 교제 프로그램이 있었다. 단순히 보고, 듣고, 손뼉 치는 관객으로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자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교육 개혁』, 『최고의 교육』 등에서는 연극과 관련한 학습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예체능의 활성화가 학습 신장과 연관됨을 보여준다. 실제로 싱가포르가 1990년대부터 예체능 활동을 크게 활성화했고, 그 결과로 현재 세계적인 교육과 학습수준을 갖춘 국가가 됐음을 볼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국가의 교육 정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유연하게 변화하기 힘들다. 최소한 몇 년은 진행하고 나서 다시 변화를 생각해야 하는 수준인데, 종종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국내 사교육 시장이 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 교육 정책을 믿을 수 없는 부모 입장에서 그나마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사교육에라도 의지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예체능과 관련해서 교회는 다양한 장르를 실행할 수 있다. 연극, 악기, 합창, 미술, 문학 등 종합예술의 토대를 갖출 수 있다. 과거에는 ‘문학의 밤’이 그런 역할을 했다면, 21세기에는 새로운 기획으로 이 모든 것을 진행할 수 있다(단, 교회의 여건상 제한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예체능과 학습능력 향상의 연관성이 있음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교회가 앞장서면 사교육의 과열을 막고,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문화 활동을 권장하는 데, 가장 우선되는 것이 ‘개방’이다. 폐쇄적인 마인드는 버려야 한다. 오직, 성경과 관련된 것만 해야 한다는 식의 시대착오적인 진행은 예산만 낭비하게 할 것이다. 물론, 모든 분야를 다 다룰 수 없고, 허용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 있겠지만, 최대한 상상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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