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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일본의 공무원과 ‘손타쿠(そんたく:忖度)’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0.03.20 11:46 | 최종 수정 2020.04.09 15:34 의견 0

최근 수년간 일본에서 ‘손타쿠’라는 말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수년동안 일본에서 살았음에도 잘 모르는 단어였는데 귀국하고 나서 계속 들으면서 의미를 알게 된 단어이다. 사전적 의미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행동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알아서 긴다‘는 의미의 말이다.

이러한 말들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아베정부가 등장하고 나서 ’내각 인사국‘을 만든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 고위공무원들의 인사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난 후부터 아베정부의 스캔들이 발생하거나 아베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에 발생한 2가지의 ’손타쿠‘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3월에 방영된 뉴스 와이드쇼 프로그램 중 TV아사히의 <하토리 신이치의 모닝쇼>와 TBS의 <히루오비>를 보면 월초까지는 일본이 PCR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가운데, 한국의 PCR 검사 현황을 일본과 비교했다.

이를 두고 후생노동성은 SNS를 통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의사의 진찰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하토리 신이치의 모닝쇼>를 비난했다. 이는 두말 할 것도 없이 ’드라이브 스루‘가 한국에서 만든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갑자기 많은 감염환자가 발생할 경우 병상부족 등으로 인한 의료붕괴를 초래하고, 이는도쿄올림픽 개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PCR 검사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그 직후인 3월 중순부터 <하토리 신이치의 모닝쇼>는 PCR 검사에 대한 토의를 중단했고 전문 해설자도 변경했다. 또한 <히루오비>는 <하토리 신이치의 모닝쇼>가 논조를 바꾼 때와 비슷한 시기부터 ’한국 때리기‘로 전환했다. 결국 이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일자 후생노동대신이 국회에서 ’(후생노동성이) 사과해야 한다‘는 답변을 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마이니치 3월 19일자 보도)

‘모리토모’ 자살 재무성직원 유서 전면공개 "모든 것은 사가와’ 국장의 지시입니다“ (주간문춘 3월 26자)

두 번째 사례로 일본에서는 특종을 ’스쿠-프‘라고 하는데 특히 <문예춘추>가 다른 매체 보다 특종을 자주 터트려 ’문춘포(文春砲)‘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주간문춘>이 또 한번의 특종을 터트렸다.

그동안 일본 국회는 아베총리의 사학재단 비리를 지속적으로 추궁해 왔고, ’사가와‘ 전 국세청 장관과 재무성 직원 등 10명은 2019년 8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확정되었다. 이번에는 <주간문춘>이 재무성 결재 문서를 불법 수정한 사건과 관련하여 자살한 '긴키’(지방) 재무국 직원의 '수기'와 ‘유서’를 유족이 변호사를 통해 공표한 것을 특종 보도한 것이다.

2018년 2월 일본 사학재단인 모리토모 학원이 국유지를 시세에 15%에 불과한 가격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학원을 우대한 부분의 공문서를 모두 수정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 수기에 포함되어 있으며, 국회 추궁을 피하기 위해 재무성 본성이 이를 주도하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던 지방 재무국 직원에게 부정행위를 강요하던 속사정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두 사례에서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인 ‘손타쿠’라는 특징이 있다. ①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폄한’과 ‘아베 수호’를 기치로 하는 일본회의를 비롯한 극우세력들이 아베정부의 암반 지지층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를 반대하는 세력에게는 집중공세를 가하거나 광고반대 운동을 전개하기 때문에 언론사들은 이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고, ② 아베정부도 을 통해 고위 공무원들을 조정하므로 공무원 조직이 적극적인 ‘손타쿠’를 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현할지도 모르겠다.

한편, 최근 주가폭락 등 경제하락이 그동안 확고하던 아베총리 지지율 변화는 물론 다소의 레임덕 현상도 보이고 있어 이와같은 공무원들의 ‘손타쿠’ 현상이 언제까지 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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