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이 무너질라, 돌다리도 두드려라

신중형 창업자들이 갖고 있는 장점인 완벽주의는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공든 탑이 무너질라’ 하면서 하염없이 탑돌이만 하거나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생각에 돌다리가 무너질 때까지 두드리는 경우가 있다.사실 이런 신중함이 창업을 결심하게 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한다.여기저기 창업설명회도 많이 가보고 구체적인 상담도 많이 한다. 창업하려고 하는 업종에 해당하는 모든 프랜차이즈 본사를 줄줄이 꿰고 가맹점포도 일일이 방문하며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을 분석한다. 심지어 인테리어 업체, 주방기기 업체, 가구점, 그릇 상가까지 돌아다니며 프랜차이즈 본사가 부당한 이익을 남기는 것은 없는지도 체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을 돌아다니며 각종 대출과 금융상품까지 분석해가며 투자대비 수익률에 대한 철저한 시뮬레이션까지 한다.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철두철미한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사업성이 있다고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크(Risk)를 분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덧붙인다. 공동투자 형태, 투자철회 계획(엑시트:EXIT)까지 들먹이게 된다. 그러면서 일이 복잡해지고 변수가 많아진다. 결국에 가서는 이 모든 단계에 대한 확신과 대비책이 없으면 창업을 포기한다.

 

어설픈 완벽주의를 버려라

신중형 창업자에게 아주 황당한 이야기겠지만, 그런 완벽주의야 말로 창업에 있어서는 어설픈 생각이라는 것이다. 창업에 완벽은 없다. 완벽한 창업이 있다면, 창업 이후의 과정을 스토리텔링하면서 완벽해 보이게 만든 것일 뿐이다.창업에 뛰어들다보면 늘 한정된 능력, 부족한 자원으로 분투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감수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인데, 이 ‘기업가정신’이 창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다. 바꿔말해 신중형 창업자의 완벽주의는 ‘기업가정신’ 없이 창업하고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몸을 가졌으나 영혼이 없는 인형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가수 싸이(PSY)’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의 가사에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라는 말이 있는데 신중형 창업자들의 혁신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생존을 위해 혁신을 철회하는 경우도 생긴다

엔지니어로 잔뼈가 굵었던 ‘정OO’씨. 명퇴의 위기감 속에 창업을 결심한다. 어느 날 회사에서 희망퇴직 공고가 붙은 것을 보며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퇴직금 액수나 실직급여 혜택 등을 따져보아도 유리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실직급여를 받는 기간 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창업아이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실직급여가 끝날 즘에 완성된 연구는 창업에 대한 모종의 가설()을 도출했고 ‘정OO’씨는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창업을 희망하는 업종의 점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이른다. 그간 1년의 시간이 흘렀고, ‘정OO’씨의 결론은 독자적인 창업보다는 프랜차이즈를 통해 점포를 운영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그 후 프랜차이즈 본사 선정과 창업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본사와 밀고 당기는 오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점포 입지를 선정하는 데도 가맹본사와 씨름해가며 뜸을 들였고, 인테리어 원가도 줄이겠다고 가맹본사를 배제하고 자신이 업체를 불러다 공사를 했다. 들어오는 집기와 설비도 가맹본사와 옥신각신하며 따져가며 구비했다. 결국 창업을 결심한지 2년이 흘러서야 가맹계약을 하고 점포개설을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점포가 본 궤도에 오른 뒤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맹본사가 이상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수퍼바이저의 방문도 점점 뜸해지고 본사 지원도 약해졌다. 정 사장은 속은 기분이 들었다. 매월 가맹본사에서 가져가는 이익을 계산해보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사에 항의하고 불만을 제기했지만 아랑곳 없었다. 가맹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마음먹고 가맹계약서를 따져보았지만 본사의 잘잘못을 가리기 애매한 것 투성이였다.결국 가맹계약 기간이 끝날 때를 기다려 가맹계약 갱신을 하지 않고 독자적인 점포운영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가맹점주들의 동향을 살펴보니 가맹계약 종료 후 간판을 바꾸고 인테리어를 일부 바꿔 독자적으로 점포를 운영하면서 이익을 내는 곳들이 많았고, 그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독자점포로 사업할 것을 D-365일부터 계획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여기서 또 반전이 이어진다. 계약종료를 얼마 앞둔 상태에서 정 사장 스스로 가맹해지를 포기한 것이다. 가맹본사의 지원이 부실함이 개선될 리도 만무하고, 독자점포로 갈 때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닌데 왜 그랬을까 정 사장 나름대로는 치밀한 분석을 한 결과 가맹계약을 연장했다. 계약이 파기됨과 동시에 가맹본사가 인근에 신규 점포를 개설하고 마케팅 지원을 하면 자신의 점포가 위축될 거시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완벽주의의 대안은 인간주의(Humanism)

여러분은 정 사장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가 여러분 중에는 정 사장을 옹호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 사장의 사례 속에서 ‘제 꾀에 제가 넘어가고 제 발에 제가 넘어지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 정 사장의 완벽주의와 치밀한 분석력, 점포를 운영하며 터득한 노하우, 가맹해지한 점주들과의 네트워크라면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없어도 충분히 성공적인 점포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맹본사가 가져가는 이익을 고객서비스나 광고에 투자한다면 이전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고, 경제적인 이익과 동시에 높은 만족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 본인은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가맹연장을 통해 자기지역의 독점성을 지켜냈고 이것이 이런 불경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부당함을 안고 가는 것이 만에 하나라도 있을 리스크(Risk)를 떠안는 것보다 낫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사실 이런 신중형 창업자들이 완벽주의를 고수하는 이유는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사람은 변덕스런 존재다. 그러므로 변덕스런 사람으로 인한 변수를 줄이려 노력하다가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다.따라서 신중형 창업자가 가져야 할 혁신(革新)의 포인트는 ‘사람’이고 ‘관계’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함께하려는 노력,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신뢰를 배우고 쌓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신중형 창업자들은 기질상 필자가 말하는 이런 요소를 어렵게 받아들일 것이다. 정의내리려 하고 개념화하여 쌍무계약적인 방향으로 끌고가려고 할 것이다.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보는 것, 겪는 것을 해보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면 손해보 보고 상처도 받아봐라. 사람스러움()을 사랑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높은 수준의 비즈니스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