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 "통섭형 인간? 그러나..."

[연재] 4차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3)

조연호 작가 | 기사입력 2018/10/08 [12:59]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 "통섭형 인간? 그러나..."

[연재] 4차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3)

조연호 작가 | 입력 : 2018/10/08 [12:59]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 통섭형 인간? 그러나.

 

필자는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늦게나마 대학원을 진학했다. 선택한 주제와 학업은 흥미 있었고, 학부 졸업 이후(2003년) 거의 10년 만(2012년 가을 학기)에 학문의 길에 다시 들어선 것이어서, 학업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남들 못지않았다(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한 문장을 번역하는 데 평생을 다 바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진정으로 학문을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석사 논문을 끝내지 못했고, 이제 학문은 ‘과거라는 책장’ 속에 꽂아 놓고 꺼내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금 후회하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만약에 계속해서 학업을 지속했다면, 지금쯤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을 것이고, 필자의 이름으로 소논문 몇 편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아마도 필자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을 것이다(실제로 대부분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출간도서는 경영학 전공자나 이공계 전공자들이 저자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을 비즈니스 차원, 혹은 기술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학문 체계는 특정한 분야의 전공을 선택해서 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전공 외의 다른 분야에 갖는 관심을 사치로 간주한다(필자도 대학원에 다니면서 학업 외에 다른 일을 했을 때, 존경하는 교수님께 질타를 받은적이 여러 번 있다). 이런 측면에서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근대 뿐 만 아니라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을 끼치면서, 학문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운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에 ‘통섭(統攝)’(큰 줄기(통(統))를 잡다(섭(攝)), 즉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를 일컫는다), ‘통섭형 인간’이라는 말이 등장해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성공하거나 혹은, 적어도 밥벌이는 할 수 있는 시대에서, 자신의 분야에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관심을 갖고 학습하는 인재를 원하게 된 것이다. 물론, 현재도 전문가들(변호사, 의사, 각 분야의 박사들)이 어느 정도 위치를 갖고 사회의 핵심 계층으로 살아가지만,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주장은 현대는 계통섭형 인간이 필여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가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관련한 다양한 서적들이 나오게 됐고, 동시에 이공계 사고와 관련한 책들도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관련 서적들의 대충의 내용은 현대는 인문학적인 인간형보다는 이공학적인 인간형이 살아가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 속에서 취업자들의 전공을 살펴보거나,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전공을 살펴보면,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98년 학번인데, 필자가 대학교를 다닐 때도 공대생들은 취업에 대한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다. 가까운 이공계 지인들을 만나면, “우리는 취업을 걱정하지는 않아. 원하는 직장(대기업, 공기업, 금융권 등)에 들어가지 못할 뿐이지.” 라고 말했다. 당시는 IMF이후, 경제위기의 시기였고 인문계 출신은 취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경영학과를 중심으로 경제학과, 행정학과 등이 취업의 문지방을 다른 인문·사회계 전공자들보다 쉽게 넘을 수 있었다.

 

시대는 통섭과 통섭형 인재를 말하지만, 취업은 이공계 출신이 인문계 출신에 비해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인재를 선발한다면, 분명 이공계와 인문계 지식이 골고루 함양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공계 전공자를 중심으로 선발한다. 이것이 현실이고, 한계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교육제도 자체가 변화되고 장기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정책과 실천이 뒤따라야 하는데, 한국의 교육제도는 정치적 호흡만큼이나 교육의 그것도 짧다는 측면에서 안타까울 뿐 이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창조』(일본능률협회컨설팅/한만승 역. 야스미디어, 2017)는일본능률협회컨설팅에서 출간한 것인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그에 걸맞는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시스템의 변화가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일본보다 새로운 산업혁명 준비가 덜 된 한국의 한 숨 소리는 이 보다 더 커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한 숨이 현실로 드러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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