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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4차 산업혁명? 4차산업 혁명? (上)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6)

조연호 작가 승인 2018.10.12 12:41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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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제주도에서 개최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실무진으로 참여했다. 맡았던 업무는 국제컨퍼런스와 관련된 것으로 참여기관을 순방해서 참여를 독려하고, 원활한 컨퍼런스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주최 측에서는 해외 유명 인사를 컨퍼런스 연사로 초청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중에는 다보스포럼의 크라우스 슈밥 회장도 있었다(참석하지는 않았다).

주지하다시피, 2016년 다보스포럼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이었다. 관련한 주제들이 상정되고 어떤 과학기술이 흥하고, 어떤 비즈니스가 미래경제를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였다. 최근에 필자가 청강한 강의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내에서의 논의가 2013년부터였다고 했다. 적어도 2016년 전에 관련 논의가 진행됐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중앙정부와 각 기관, 여론의 반응은 2016년 이후에나 움직임이 있었고, 2017년에 이르러 비로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부서들이 구성되어 준비하기 시작했다.

논의는 일찍 시작됐지만,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청산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를 논의 하는데, 정작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고 답답한 노릇이다. 중앙수준에서는 논의되고 있었지만, 지방에서는 그 논의자체가 얼마나 알려지고, 활성화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분권이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절실히 요청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독자들께 문제를 하나 내 보겠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맞춰보기 바란다.

‘4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 ‘4차산업 혁명’ 중 어떤 말이 맞는 말인가 다 맞는 말일까 문제가 너무 쉬운 것일까 어떤 독자들에게는 유치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부터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에피소드1.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기간 중, ‘4차 산업’ 컨퍼런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필자는 2017년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국제컨퍼런스를 총괄했었기에 각 기관에서 제시한 컨퍼런스 주제와 기획안을 전부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내용은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추가적으로 에너지, 미래 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한 내용이 있었다. 이미, 2016년에 4차 산업혁명이 이슈로 떠올랐지만, 2017년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컨퍼런스에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컨퍼런스가 한 건도 없었다.

그러던 중 2월 초쯤에 제주특별자치도 담당 공무원이 관련 컨퍼런스를 하겠다고 하면서 기획안을 보내왔다. 주제는 분명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제목은 ‘4차 산업’으로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슈가 된 4차 산업혁명을 다루고자 했던 정성 가득한 마음이 담긴 컨퍼런스 기획안 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담당 공무원은 ‘4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구분하지 못하고 컨퍼런스 제목에 ‘4차 산업’이라고 표기했던 것이다.

에피소드2. 4차 산업혁명 엑스포를 준비하는데, 왜 4차 산업 기획안이지

제주도에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를 마치고 나니, 이번에는 2018년도에 대전광역시에서 엑스포를 진행하고 싶다는 청년 딜러한테 연락이 왔다. 미국에서 20대를 보내고, 드론과 관련된 미국 업체에서 한국 딜러십을 취득해 온 청년이었다. 그 청년의 전공은 경영학이었고, 본인의 말로는 CES(매년 1월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가전박람회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를 말한다) 등 다양한 전시의 진행요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고 했다.

2개월에 걸쳐 기본(안)을 작성하는 가운데, 그 청년은 4차 산업혁명 대신 ‘4차 산업’이라는 문구를 기획안에 표기했고, 필자가 최종적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수정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유명 드론기업의 딜러의 위세에 눌린 것이었을까 실질적인 전문지식이 없는 청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의원이나, 사업가들이 그 청년을 전문가 수준으로 대우해줬던 기억이 난다(그 청년은 필자와 함께 참석했던 회의 때마다 본인이 20대를 미국에서 보냈음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전문 지식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한테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에피소드3. ‘4차 산업 담당자가 나타 나다.’

에피소드2와 연결되는 내용인데 엑스포를 진행하다 보니 관련 지역의 의원이나 공무원을 만나야만 했다. 그리고 그 지역이 대전광역시였기에 개인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엑스포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처음 만나게 된 담당 공무원의 명함을 받고 필자는 당황했다. 시의원의 중개로 담당 공무원을 만나서 명함을 받게 되었는데,

“산업정책과 / 4차 산업TF 000”

라고 인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 아이러니 한 것은 명함 하단부에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 대전”

이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필자는 명함을 받고 나서 기획한 엑스포에 대해 설명했고, 담당 공무원이 돌아가고 난 후에 참석했던 시의원과 에피소드2의 청년 사업가, 그리고 카이스트연구원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필자 : 의원님, ‘4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은 다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다녀가신 담당관의 명함에는 ‘4차 산업’이라고 적혀있는데, 이것은 틀린 것입니다.

의원 : “공무원들이 잘 몰라서 그런 걸 거야.”

카이스트 연구원 : 그 둘이 다른 의미였습니까

필자 : 네. 그 둘은 다른 의미입니다.

청년 : ......

이후 대전광역시에서 진행 하려했던 엑스포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리고 한 번 더 담당 공무원들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필자가 약 한 시간정도 엑스포에 관련한 것 뿐 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당시, 함께 있었던 공무원들의 표정은 한 숨 섞인 표정이었다.

에피소드4. ‘4차산업 혁명’은 뭐지

한 번은 아내와 함께 동대구역을 가는 중이었다. 도중에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가 있는데, 전문학교 건물에 횡으로 크게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주 당당하게

‘4차산업 혁명시대의 성공취업도 경북산업직업전문학교가 꼭 책임지겠습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필자는 다른 현수막도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확인하기 위해 직업전문학교 앞으로 가서 다른 현수막도 살펴보았다.

‘4차 산업 선도교육기관.....

4차 산업혁명대비 정보보안과정.....

이라고 적힌 현수막도 찾을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이라는 표현이 다 적혀 있었다. 당연히 같은 의미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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