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다’란 ‘샅샅이 더듬어 뒤진다’는 의미입니다. 현업에서 오랫동안 종사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정리해 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제공하고 업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돕고자 실험적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그 첫 번째 제약세일즈 톺아보기는 제약세일즈 분야 20년 경력의 김부장님과 지난 3월부터 15회 이상 진행된 인터뷰를 팟캐스트 형식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특정 제약회사와의 관련성을 배제하기 위해 연재를 마칠 때까지 소속과 실명을 밝히지 않음을 양해바랍니다.
◇시사N라이프 윤준식 기자(이하 ‘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질병과 건강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제약, 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제약 세일즈의 달인 김부장님을 모셨습니다.
4차 산업 혁명과 더불어 이전 정부에서 창조경제 이야기하면서 바이오산업을 이야기하고 신약 산업이 굉장히 큰돈이 된다고 했거든요. 그때까지는 그냥 새로운 산업이다 그랬는데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진짜 바이오 혹은 의학 산업이 돈이 되는 거라는 걸 전 국민이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산업을 짚어본다는 면에서 제약 세일즈를 오래 경험해보신 김부장님 이야기를 듣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세일즈가 사람들이 기피하면서도 도전하고 싶어 하는 분야거든요. 그런데 보면 좋은 콘텐츠가 없어요. 그래서 제약 산업과 세일즈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모셨습니다.
◆제약 세일즈 김부장(이하 ‘김’): 현재 제약영업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김부장입니다. 저는 1999년에 유명 국내회사에서 처음 제약영업을 시작 했고요. 다음으로 들으면 아실만한 유럽 회사에서 10년 정도 일했고, 현재는 글로벌 Top Tier 미국 회사에서 10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약 세일즈, 특히 제약 산업은 흔히 3D영업이라고 하죠. 일반적인 영업의 개념인 ‘약을 판다.’라는 일차원적인 인식이 좀 팽배했던 것 같아요. 어떤 산업이든 역사가 짧은 산업은 초창기에 일차원적인 영업 판매가 이루어지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약영업도 마찬가지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얼마 전 사스, 메르스, 지금은 코로나와 같이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들로 사회적 팬데믹(pandemic)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미 새로운 바이러스 주기도 굉장히 짧아지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질병의 홍수 속에서 제약 산업이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데, 특히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해 최근 많은 제약회사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죠.
그런 측면에서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분명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약 산업의 일차적 이익보다는 좀 더 업계가 추구하는 가치에 좀 포커스를 맞춰 본다면 분명 이 산업에 관심있는 분들이 제약 업계에 들어올 때 좀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제약 산업을 이야기할 때는 연구개발과 함께 약물 생산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요. 생산 ·제조를 기반으로 유통, 판매 이 세 가지가 다 어우러져야 하거든요. 제약 영업사원이라고 하면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약물 생산과 유통 및 영업·마케팅 영역에 두루 역량를 갖춘 기업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말하고요. 최근 ‘메디컬 레프리젠터티브(Medical representative)’, ‘대표자’라는 뜻이죠. 이런 명칭을 사용하면서 책임감 있는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말합니다.
우리가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일반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활명수’ 있잖아요? 동화약품에서 판매하는 건데 제 생각엔 강장제 ‘박카스’ 만큼이나 베스트셀러가 아닌가 싶어요. 이 약이 거의 1900년도에 ‘활명수’의 상징인 ‘부채표’를 상표 등록하고 출시됐다고 알고 있거든요. 동화약품 활명수 역사를 보면 1897년 고종 임금 시절 궁중 선전관 노천 민병호 선생이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만나 최초의 ‘활명수’를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 제약 역사는 100년이 좀 넘어가는 역사를 가진 셈인 거죠.
제약산업은 건설이나 다른 기관 산업과 비교하면 그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에 성장 한계점도 있었고 사회적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부작용들도 아직 많아요. 글로벌 제약역사는 한 1800년도 중후반에 시작했다고 보통 이야기하는데, 아스피린하고 페니실린을 서양 의학의 시작이라고 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글로벌 제약회사도 1900년도부터 시작 한 거고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기는 비슷할 수 있지만, 글로벌 제약은 신약 물질을 처음부터 발견해서 약물을 생산하고 환자가 복용할 수 있을 때까지 유통하는 것까지 다 했다는 점이에요.
사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큰 패러다임이 시프트 된 시점은 2000년도라고 생각해요. 그 때 의약분업이 시작됐죠. 쉽게 이야기하면 ‘처방은 의사에게, 조제는 약사’에게 라는 슬로건 아래 환자들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후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복용할 약을 구입하게 된 시점인 겁니다. 이 때 부터가 제약 산업이 과거에 비해 한층 더 발전하는 전환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한편, 2000년대 초반 고혈압과 고지혈증 관련 신약들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분에 직전 IMF 시절로 어려웠지만 많은 취준생들이 제약 세일즈 분야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지요. 지금의 저도 그런 경우입니다. 과거에는 기존의 약을 많이 만들어서 많은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규모의 경제에 집중됐었다면 의약분업이 되면서 유수의 회사들이 기업 매출 뿐 아니라 신약개발에 대한 간절함을 다시한번 절실히 느끼지 시작하게 됩니다.
◇윤: 의약분업이 좋아진 점도 있고 나빠진 점도 있다고 하는데, 제약 산업 측면에서는 오히려 좋아지는 쪽으로 작용했군요.
◆김: 20년이 흐른 지금 보면 초기에 이슈들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좋아졌다고 봐요. 2000년도를 기점으로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우리나라로 진출하기 시작했어요. 기존 개인병원, 보통 ‘클리닉’(Clinic)이라고 하는데, 의약분업 후 국내에 진출해 있었던 글로벌 회사들이 더 큰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거죠.
우리나라 제약 산업의 큰 틀을 보면 일단 제약회사가 있고, 소사이어티 그룹(Society Group), 다른 말로 ‘의학회’(society)라고 하는 의사 그룹이 있고, 가장 중요한 틀인 국가가 있습니다. 국가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약가를 결정하고 병원의 의료비 청구와 관련된 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가 있죠. 이렇게 거시적으로 본다면 큰 삼각 구도로 편성돼 있고요. 미시적으로 본다면 회사(Company)와 경쟁사(Competitor) 그리고 병원 환자나 약국의 소비자(Costumer)와 같이 가 있겠죠.
제약 영업을 볼 때 단순 판매 개념이 아니라 이렇게 제약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말씀을 드립니다. 세일즈라면 고객의 가치를 높여주고 제품을 잘 팔아 회사에 이익을 창출해 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지만, 제약영업은 궁극적인 최종 대상이 환자이고, 그 분들의 생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도덕성이나 윤리성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약영업의 마음가짐이 다른 영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약 영업을 오래 하신 분들 보면 매출 증대라는 판매 개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환자의 마음과 제약 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이 굉장히 깊어요.
◇윤: 일종의 소셜 미션을 갖고 있는 분들이 롱런하는군요.
◆김: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겠죠. 우리가 제약회사를 보면 크게 오리지널과 제네릭 회사로 나뉘어요. 그리고 제약회사에 들어가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부서로 나누어 해당 약품을 판매를 하게 됩니다. 전문의약품은 ETC(*편집자 주: 통상 Ethical (the counter) drug라 표기하나 본래의 의미대로라면 prescription-based medicine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업계 내부의 언어로서 OTC에 대비한 표현에서 ETC라는 말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반사업부는 OTC(over the counter drug) 사업이라고 합니다. 윤 기자님은 약 하면 어떤 약이 먼저 떠오르세요?
◇윤: 저는 ‘안티푸라민’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꼬부라진 현대 ‘물파스A’. 이게 다 어릴 때부터 많이 봤던 광고로 기억나는 약인데요.
◆김: 네 언제든지 다양한 광고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 약들이죠. 그러니까 이런 약들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 바로 살 수 있는 약을 OTC라고 합니다. 일반 의약품이죠. 최근에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서 OTC 프로모션 트렌드가 변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에서는 오랜 전부터 편의점 같은 곳에서도 기초 의약품을 살 수 가 있어요. 관련 이익 단체 사이에서 이슈가 있어서 조심스러운 이야기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정착되기 전까지 과정들이 좀 힘들었죠.
다음에 혈압, 당뇨약 같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처방받는 약물을 ETC 약물이라고 합니다. 전문의약품은 광고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윤 기자님 업무 보시다가 피곤하면 홍삼과 같은 건강보조식품 드시지 않으세요? 일반적인 말로 ‘건식’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렇게 크게 세 카테고리가 있고 최근 ETC약물 중 ‘바이오시밀러’라고 또 다른 카테고리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성장세가 국가적 관심과 더불어 굉장히 높습니다.
◇윤: ETC, OTC 설명하시는 것만 봐도 “뭔가 유통이 다를 수밖에 없겠구나. 그러면 세일즈 개념도 달라지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김: 그렇습니다. 제가 OTC 영업을 직접적으로 해보지는 않았지만 최근의 흐름정도만 간단하게 말씀 드릴께요. 제약시장을 좀 더 멋진 말로 한다면 ‘컨슈머 헬스케어’ 라고 불리워지고 있어요. ‘컨슈머 헬스케어’ 라고 이름도 바뀌고 시장도 커지는 이유가 소비자 원인이 가장 크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다시 말하면 소비자가 너무 똑똑해졌어요. 전 세계에서 IT가 가장 발달한 나라가 우리나라잖습니까? 인터넷에서 자신의 질환에 대한 내용이나 복용하는 약물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의사, 약사 위주의 패러다임이 정보 측면에서 본다면 소비자로 방향성이 바뀌게 된 거죠.
◇윤: 희귀질환이나 중병 앓고 계신 분들은 서로 응원하고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가 있죠.
◆김: 맞습니다. 보통 ‘환우회’라고 하죠. 그러니까 이제 소비자가 스스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간단한 치료 단계까지 간 거예요. 물론 이게 100% 바람직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약물 오남용 문제와 떠도는 소문에 입증되지 않은 약과 방법으로 오히려 병이 더 깊어 질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새서 스마트해진 환자들은 IT 기술과 함께 스스로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을 가능하게 한 거죠. 더불어 셀프 프리벤션(Self-Prevention)시대로의 진입도 가능 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대장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육류보다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구나”, “내가 비만이라면 오메가3와 같은 보조약물을 먹으면 콜레스테롤 조절에 도움이 되겠구나”하는, 스스로의 ‘셀프’ 시대가 가능해졌어요. 많은 정보와 함께 똑똑 해진 소비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저는 좋다고 봐요.
또 심지어 셀프 체크도 가능한 시대가 왔죠. 혈압이나 당뇨는 집에서도 누구나 손쉽게 체크할 수 있잖아요. 결국 예전에는 아플 때 또는 질병이 의심되어 간단한 당뇨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고 의사가 진단과 처방에 의존했던 시절이 이제 많은 정보들 속에서 스스로 체크해보고 건강보조식품 같은 것도 스스로 구매해서 스스로 예상하는 질환의 사전예방을 하게 되는 거죠. 이런 시장의 움직임 속에서 컨슈머 헬스 시장이 복잡해지고 다이나믹해졌어요.
◇윤: 그래서 OTC라는 영역은 컨슈머 헬스케어 시장과 맞물려 발전하고 있다.
◆김: 네, 맞습니다. OTC는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광고로도 볼 수 있는 약물이죠. 또 환우회 같은 커뮤니티가 발달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회사도 광고 하나를 만들더라도 굉장히 마케팅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하나가 모두 복잡해졌어요.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약물과 환자가 느끼는 가치의 다양성 모두를 맞춰야 하는 거죠.
OTC 시장 자체는 전체 제약 시장에서는 11% 정도로 굉장히 작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시장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예요. OTC는 보통 약국에서 약사들이 판매를 하는데요. 예전처럼 약국 영업담당자들이 단순히 약품을 배달하고 판매대금을 수금하고 약품 재고를 파악하고 때로는 본인 실적을 위해 “약사님, 이번 달 말 좀 더 받아(매입해)주세요” 이런 구시대적 영업 방식은 끝났어요. 이제 “두통약 주세요”가 아니라 “타이레놀 주세요” 아니면 “에드빌 주세요”, “제가 먹어보니 이게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라고 소비자와 약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길어지고 있어요.
그러면 영업 담당자도 결국 본인이 프로모션 하는 제품에 대해 약사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져야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OTC 시장에서 스마트한 소비자가 더 많아지고 약물들도 다양해지면서 환자들이 스스로 셀프컨트롤 가능한 물리적 환경도 이미 만들어진 거예요.
또 디지털 헬스도 가능하죠. 회사별로 홈페이지나 앱 그리고 SNS를 통해 소비자가 약의 정보를 아주 쉽게 접할 수 있게끔 회사들도 마케팅을 하고 있고요. 또 소비자 커뮤니티에 리뷰가 굉장히 많이 달려요. 편의점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OTC 약물 같은 경우, 환자라는 표현보다, 소비자가 빨리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제약회사들도 이름을 바이엘코리아가 바이엘헬스케어, CJ도 CJ헬스케어처럼 제약이 폭넓은 헬스케어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또 e-커머스가 활발하게 발달되면서 해외 직구도 가능해 졌고요. 그래서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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