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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 그냥 아빠?(1)] 다른 세대, 다른 남성

조연호 작가 승인 2020.09.10 00:51 | 최종 수정 2020.09.10 00:59 의견 0

40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논어에서는 마흔을 가리켜 불혹(不惑)이라고 합니다.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꽤 성숙한 인간형을 말합니다.

하지만 요즘 40대는 불혹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흔들림 없는 삶의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세대입니다. 아이들은 어리고, 아버지 세대가 같은 나이에 이뤘던 것들을 여전히 갈망하는 처지입니다. 기대 수명과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마흔은 청년이라고 불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작가 파올로 코녜티(Paolo Cognetti)의 <여덟 개의 산>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주인공 세대의 다름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습니다.

“내 나이 서른한 살은 그의 서른한 살과 닮은 구석이 거의 없었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공장에 취직하지도 않았으며 아들도 없었다. 아버지는 예순둘의 나이로 돌아가셨고 그때 나는 서른한 살이었다. 장례식 때에야 비로소 내가 태어났을 때의 아버지 나이를 알게 되었다.”  <여덟 개의 산> 중에서

달라도 정말 다릅니다. 저뿐만 아니라 현재 40대를 살아가는 남성이라면,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거로 생각합니다. 제 아버지 서른 살에는 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서른다섯 살에도 아이가 없었습니다.

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 서른 살에는 나름대로 안정적인 직장을 다녔지만, IMF 이후에 사회에 나온 우리 세대는 안정적인 직장을 바라기 힘들었고, ‘에스컬레이터 효과’를 누릴 수도 없습니다.

아울러 남녀의 관계도 달라지고 발전했습니다. 남아선호(男兒選好)사상이나 남존여비(男尊女卑)와 같은 단어는 버려야 할 과거의 유물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만 해도 눈치가 보였는데, 현재는 설거지는 물론 요리까지 전담하는 남편들도 많습니다.

제가 아는 한 지인은 “오늘은 내가 설거지 좀 도와줄게”라고 했다가 “왜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라는 반문에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했다고 합니다. 즉, “설거지는 아내의 몫이 아니라 부부 공동의 일이다!”라는 것이죠.

종종 남녀평등을 외치면서도 궂은일은 하지 않으려는 여성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볼 때가 있습니다. 전혀 없는 일은 아니겠으나,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또 다른 지인 부부는 남편이 디스크가 심해서 아내가 무거운 짐을 운반하고, 우리 부부도 아내가 궂은 일을 마다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그러니 설거지와 같은 가사를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것이죠.

바야흐로 가사 평등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사회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에도 동감합니다. 다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남녀 관계는 개선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본인의 전문분야에 정착하면서 남녀 관계는 차별에서 평등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변화가 다소 더디게 느껴지고 관행적으로 여성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여전히 많지만, 가정에서의 남녀 역할은 분명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졸혼’과 ‘황혼 이혼’ 등과 같은 현상도 궁극적으로는 남녀평등을 위한 극단적인 행동이 아닐까요? “이제는 이런 차별 속에서 살 수 없다!”라는 대체로 여성들의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평등 시대는 아니지만, 남녀평등으로 가는 과도기를 살아가는 현재 30대와 40대는 분명 우리 부모님 세대의 남성과는 다른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쌍하다’, ‘힘들겠다’라는 하소연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현시대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자발적으로) 태도를 전환하는 게 가정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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