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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빠! 그냥아빠?(15)] 그 어렵다는 어려운 육아, 아빠도 할 수 있습니다

조연호 작가 승인 2021.01.11 14:05 의견 0

◇ 남자는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유전자가 없을까?

저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나 저랑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들은 아이 돌보기와 군대를 비교합니다. 결론은 “아기를 돌보느니, 군대를 다시 가겠어.”입니다.

결혼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웃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결실로 태어난 자녀 돌보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죠.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친구 한 명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원인은 과로와 스트레스였습니다. 그 친구는 군 시절에 훈련을 같이 받았던 친구였습니다.

“어찌하다가 입원한 거야?”
“도저히 쉴 틈이 없었어. 10시쯤 집에 들어가면, 아기가 있잖아. 아기를 돌보다가 결국 쓰러진 거지.”
“에고. 힘들었구나. 정말 애 보는 게 군대보다 더 힘들어?”
“응. 내가 각개전투하다가 쓰러졌잖아?”
“그렇지.”
“그것보다 더 힘들어!”

친구는 각개전투 훈련 중에 쓰러져서 응급조치를 받았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친구 곁에서 잠시 걱정하면서 앉아 있었기 때문에 당시 모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그런데, 그 힘든 훈련 상황보다 자녀를 돌보는 게 더 힘들어서 쓰러졌다고 하니, 당시 총각이었던 저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결혼 이후에도 이와 같은 말은 자주 들었습니다. ‘남자는 아이를 돌보기 힘들다.’ 그래서 종종 회자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아내가 남편한테 “애 좀 봐줘!”라고 부탁하고 잠시 주방에 들어갔는데, 잠시 후 아이가 소파에서 떨어져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아내는 남편한테 투덜대면서 “애 안 보고 뭐 했어?”라고 묻자, 남편이 “애 봤는데. 소파에서 떨어지던데.”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애를 본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은 “남자는 아기를 돌 볼 수 있는 유전자가 없어요.”라고 말씀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남성들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아기 띠를 하고 안고 다니기도 하고, 유모차를 밀어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육아는 대체로 여성의 역할인 듯합니다.

그러나 제 결론은 “유전자와는 상관없다”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기저귀 트라우마가 있는 아빠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하는 딸이라 하더라도 단둘이 남게 되면, 긴장과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분유를 먹이는 것도 어색했고 특히, 용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딸은 아빠라고 믿고 따르려 했지만, 그런 믿음에 부응하는 아빠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경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저귀도 자주 갈아주고, 목욕도 씻겨주다 보니 할만했습니다. 분유를 주거나 음식을 먹이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단둘이 있어도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잘 돌봤냐?”라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먹는 것, 자는 것, 안전 문제만큼은 책임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기 돌보는 일은 부모의 일방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아기들도 상황 판단을 합니다. 그동안 잘 돌봐주던 엄마에서 아빠로 바뀌면, 상황에 맡게 태도를 전환합니다. 아주 갓난아기 경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주변 인물을 알아볼 정도로 성장하면 엄마한테 기대하는 것과 아빠한테 기대하는 수준을 달리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아이들이 아빠와 엄마의 성격을 잘 파악해서 활용하는 사춘기 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상황에 따라 아빠와 엄마를 잘 활용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죠.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들도 현재 자기와 함께 있는 양육자를 판단해서 기대치를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서 아내가 있는 동안에는 안아의 낮잠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낮잠을 잘 안 잡니다. 그러나 저랑 있는 시간에는 그 어려운 낮잠을 잤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돌아왔을 때 “안아 잤어.”라고 말하면 “정말?”이라고 반응이 나오곤 했죠.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둘째를 맞이했을 때 여러 사정으로 제가 육아를 전담해야 했는데, 무리 없이 해냈습니다. 유전자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방법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덕분에 둘째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엄마를 찾지 않고 아빠를 찾습니다. 왠지 의문의 1승을 거둔 기분입니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왜 유전자 문제까지 언급하면서 육아에서 벗어나려고 할까요?

첫째, 두려움입니다. 여성은 아이와 10달 동안 함께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지식을 머리에 채웁니다. 물론, 아빠들도 노력하겠지만 엄마만큼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는 신생아를 돌볼 때 조금 더 편안하게 대할 수 있고, 아빠는 겁부터 냅니다. 역시 ‘아는 게 힘’입니다.

둘째, 경험 부족입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몫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역할을 남성이 하는 경우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맞벌이가 늘어났으니 육아도 나눠서 해야 할 텐데도, 사회적인 관습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아기 띠를 두르고, 유모차를 밀고 다녀도 핵심 육아는 여성의 몫입니다. 이유식을 아빠가 만든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그렇게 어려운 이유식을 만들어 봤습니다.

경험이 없으니, 육아가 힘들 수밖에요. 뭐든 처음 접하는 건 힘들죠. 그래서 숙달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데, 육아만큼은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참 신기하죠. 심장이라도 꺼내 줄 거 같은 소중한 자녀인데도 육아에서 벗어나려고 하니 말입니다.

셋째, 공부하려 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유와 연결되는데, 대체로 남성은 육아나 양육과 관련한 정보를 얻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물론, 대부분 엄마도 구전(口傳)으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인터넷이 발달해서 열이 나거나, 배탈이 났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성장해서 교육이나 학습이 필요할 때가 되면, 엄마나 아빠 둘 다 아는 정보 수준은 미흡합니다. 이유는 부모들이 공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르면 알기 위해서 공부하면 됩니다. 그리고 실습해서 익숙해지면 됩니다. 그러나 육아만큼은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빠져나가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자녀들을 대상으로 가장 위대한 단어를 적어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1위는 어머니였습니다. 그리고 2위가 사랑이었죠. 그렇다면 아빠는 몇 위였을까요? 2위는 놓쳤으니 한 3위, 혹은 적어도 5위 안에는 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빠라는 단어는 10위 안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고민이 있을 때 찾아가는 사람을 설문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1위는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엄마 등이 순위권에 있었습니다. 아빠는 1,000명 중 2명 정도였습니다.

유전자를 핑계 삼아 육아를 피하고, 양육에서 멀어진 결과에 대한 적절한 성적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목표는 우리 딸들한테 최고의 단어 5위 권 안에 ‘아빠’를, 그리고 고민이 있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상담자 역할이 되는 게 꿈입니다.

◇ 좋은 아빠 TIP

1. 육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십시오. 낯설지만, 익숙할 때까지 노력하면 됩니다. 피하면 자녀들도 나중에 피합니다.

2. 학습하는 아빠가 되십시오. 처음에는 육아 문제에서 아내의 말을 전적으로 따랐습니다. 제가 아는 게 별로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제가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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