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벌(corporal punishment)은 안 돼요!
‘corp’는 몸, 단체, 덩어리를 뜻하는 어원입니다.
중세시대에는 죄지은 사람들에게 참혹한 태형, 체벌을 많이 자행했습니다. 신체에 가하는 체벌을 ‘corporal purnishment’라고 합니다. 여기서 ‘corporal’은 corpo [신체] + ~ral [~한]입니다. 즉, 신체에 가하는 벌이라고 해야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체벌은 무조건 좋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부모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모는 ‘사랑의 매’라는 표현으로 체벌을 사랑으로 승화시키기도 합니다. 단원 김홍도의 <서당>이라는 작품을 보면, 훈장 선생님께 종아리를 맞고 울고 있는 학생과 그 모습을 보면서 애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굳이 해석하면, “다 잘되라고 회초리를 든 것이다.”라는 의미가 있겠죠. 이런 체벌과 관련한 부분은 성경에도 있습니다.
아이를 훈계하지 아니치 말라 채찍으로 그를 때릴지라도 죽지 아니하리라 그를 채찍으로 때리면 그 영혼을 음부에서 구원하리라.
(잠 23:13-14)
아이의 마음에는 미련한 것이 얽혔으나 징계하는 채찍이 이를 멀리 쫓아내리라.
(잠 22:15)
채찍과 꾸지람이 지혜를 주거늘 임의로 하게 버려두면 그 자식은 어미를 욕되게 하느니라. (잠 29:15)
성경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체벌하지 않는 부모는 아이를 망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참 많이도 사랑을 맞으면서 컸습니다. 집에서도 맞고, 학교에서도 맞고. 그런데도 부모님을 여전히 사랑하고, 은사님들께 여전히 연락합니다. 그러니 체벌을 꼭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몇 년 전에 입양과 관련한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체벌과 관련한 주제 강의가 있었고 이어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한 남자분이 격앙된 목소리로 아래와 같이 질문했습니다.
“아니, 내 아이를 조금도 체벌할 수 없다니, 그게 부모 자식 사이라 할 수 있습니까?
살다 보면, 조금 손댈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체벌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고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나온 자녀 훈육 도서에서는 체벌을 무조건하지 말라고 합니다. 굳이 체벌이 아니어도 훈육할 방법이 많다는 것이죠.
아이를 훈육하는 데 굳이 매를 들 필요가 없다면, 당연히 다른 방법으로 가르치는 게 좋습니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굳이 육체적인 고통을 줄 이유가 없습니다. 아울러 김홍도의 풍속도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고 성경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더 먼 옛날이야기입니다.
조선 시대나 성경 구약 시대에 자녀는 인격적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서당에 다니는 아이들도 계급에 따라 구분됐고, 당연히 훈장 선생님은 때려도 문제없는 아이들을 체벌한 것입니다. 잠언에 나오는 체벌도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생각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구절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동등한 관계로 생각했다면, 체벌이라는 처벌은 쉽게 생각하지 않았겠죠.
아이들을 훈육하는 방법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도 달라졌습니다. 똑같은 사람 같지만, 육체와 정신이 과거와 다르죠. 과거에는 당연히 여겨졌던 일들이 현재는 범죄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과학이 발달해서 인간을 분석합니다. 뇌를 분석하고, 호르몬을 분석합니다. 그래서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남녀평등’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남녀의 차이가 분명하니, 다르게 키워야 한다는 자료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가 수십 년 사이에 이뤄지다 보니, 아이들 교육이나 훈육과 관련한 자료를 학습하지 않은 부모는 과거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현실은 다산(多産)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자녀가 집마다 한둘에 불과하지만, 과거에는 최소한 다섯 이상의 자녀가 있었습니다(우리 친가만 생각해도 아버지 세대가 5남매입니다. 그 외에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복잡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로 가사는 엄마의 몫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밖으로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역할이 주였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엄마는 당연히 많은 아이를 제어할 방법으로 매를 선택했겠죠. 그 방법 역시 엄마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는 아이들을 윽박지를 필요도 없고, 체벌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좋은 말로 훈계하면 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육아서는 부모와 아이는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쉽나요?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가치에 따라 교육받아 온 부모 세대한테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론은 이론입니다. 실천은 노력해야 합니다. 100점 맞을 자신이 없어서 시험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공부를 합니다. 육아도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하지말고, 열심히 노력하는 부모가 되려고 하는 것이죠.
◇ 체벌에 대한 사과
저는 안아를 체벌했습니다. 횟수는 많지 않지만, 어쨌든 체벌했습니다. 그리고 욱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좋은 훈육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체벌은 하지 않았고, 욱하는 횟수도 줄여나갔습니다.
그리고 안아가 어느 정도 이해력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아빠가 안아를 때린 건 정말 잘못한 일이야. 그때는 때리는 게 잘못이라는 걸 몰랐어. 하지만, 좋지 않은 거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안아를 때리지는 않았어. 그래도 그 전에 때린 일은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게.”
“부모 노릇 하기 정말 힘들다”라고 생각할 사람도 꽤 있을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어렵습니다. 내가 어린 시절에 받았던 교육이 아니어서 이해하기도 어렵고 적용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 보면, 체벌과 같은 강경한 훈육은 크게 도움 되지 않습니다. 말로 해도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일을 굳이 체벌하면서 윽박지를 필요 없습니다. 화를 내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듭니다. 그 모습을 보는 자녀들은 당연히 공포심을 갖게 됩니다. 당장 효과는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자녀와 멀어지게 하는 요소가 될 뿐입니다.
“다 너 잘되라고 한 거야!”라고 설득해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녀들이 곁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안아를 훈육하면서 많은 실수를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실수합니다. 사랑하는 제 딸은 아빠를 무서워합니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무서울 때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저에게 별로 좋지 않은 소리를 듣고 있던 안아가 한 마디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엄마를 아빠보다 더 사랑하는 거예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뭐라고 대꾸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아이들한테 큰소리치고 나서 “다 너 잘되라고 한 거야!”라고 외칠 자신도 없습니다. 윽박지르고, 폭언하고, 때로는 물리적으로 힘들게 했던 훈육 방식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체벌과 같은 강도가 높은 훈육 방법은 처음이 어려울 뿐입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계속되면 어느덧 익숙해집니다. 처음에는 놀란 아이를 달래고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나중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스스로 정당화합니다.
“다 내 아이를 위해서야!”
“쟤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말을 안 들어!”
“나 어릴 때는 더 많이 맞았어!”
이런 변명에 답을 하자면 내 아이와 자신을 위한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리고 과거 체벌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는 부모는 없습니다. 어릴 때 매 맞었던 기억이 좋게 나는 부모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내 아이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대물림 할 필요 없습니다.
◇ 좋은 아빠 TIP
1. 체벌하지 마세요. 체벌은 아이에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물론, 체벌한 부모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체벌은 피해야 합니다.
2. 소리 지르지 마세요. 그러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잘 고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려고 합니다. 절대로 합리화하지 마세요.
3. 아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다면, 더 많은 자료를 참고하세요. 절대로 기억에 의존한 훈육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최신 자료를 더 많이 참고하세요. 단, 절대화하지 마시고 상황에 맞게 적용하셔야 합니다. 아이는 모두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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