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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대‘한심(寒心)’국] 43편: 대한민국 군대(3) 입국 불가

조인 작가 승인 2021.02.13 14:00 의견 0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길은 늘 낯설었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고,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으로 가는 길은 흡사 직장인이 월요일에 다시 출근하는 심정과 같았다. 그리고 지금 유성준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불안한 낯섬에 휩싸여 있다.

‘구름이 참 많다. 꼭 내 마음 같네. 어쨌든 잘 해결되겠지.’

13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있을 일들을 떠올려 본다. 아직 벌어진 일이 아니지만, 이미 정해진 일처럼 회상된다. 도착, 그리고 대표와의 만남, 병역 관련한 회의, 그런 다음 일정을 정하리라. 잠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본다. 하지만, 유성준은 눈을 감아도 정신의 눈은 감기지 않았다.

수년 전 한국으로 가던 날을 떠올린다. 어떤 성공도 보장할 수 없었던 그 시절, 어려운 여행길을 이코노미석에 앉아서 떠났다. 그런데, 지금은 퍼스트클래스에 앉듯이 누워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서 똑같은 듯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참 좋아졌는데, 어쩌다가 이런 걱정이 가득하게 된 건지.’

“병무청입니다.”
“네. 성준이는 잘 오고 있습니다. 도착하는 대로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분명히 어제까지 전달해 달라고 했는데, 어기셨습니다.”
“그렇긴 한데, 이 중대한 사항을 어떻게 전화로 논의합니까?”

김 대표는 이제 슬슬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다.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당장 군대 안 간다고 한 것도 아닌데,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처럼 대하면서 저렇게 난리를 치는지….’

“위에서 지시받은 사항만 간단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유성준 씨는 입국 불가입니다. 출국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셔야 할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러면,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인가요?”
“미국으로 가든지, 다른 국가로 가든지는 제가 알 바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위에서 결정한 사항을 전달할 뿐입니다.”
“아니, 이런 미친 짓이 어디 있습니까? 저희가 도착해서 잘 논의하고 말씀드린다고 했잖아요? 제 말씀은 위에 보고하셨습니까?”
“네. 다 잘 전달했습니다.”
“참, 미치겠군요.”
“이만 끊겠습니다.”
“씨발 뭐 이따위로 일을 해!”

아무리 크게 욕하고 성질을 부려도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정작 출국하지 못한다는 상황, 그래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비행기에서 내려야 알게 될 일이었다.

13시간 후

어쩌다 보니, 잠이 들었다. 몇 시간을 잤는지 모르겠지만 곧 착륙한다는 기내 방송을 듣고 깬 것이다. 밖을 쳐다보니, 서울이 보인다.

‘이제 또 저곳에서 열심히 움직이겠구나.’

곧 “기이이익 ~~”하는 요동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멈춘다. 그리고 평생 한 번도 화내지 않았을 것 같은 스튜디어스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평소와 다른 건 하나도 없다. 본인을 알아보고, 더 친절하게 웃어주는 승무원도 있었다.

티켓을 확인하고, 짐칸에서 가방을 꺼낸다.

‘이제 한 5분 남았구나.’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촉촉하게 그의 마음을 타오르게 한다. 알 수 없는 기분, 피곤해서 그럴 거로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애쓴다.

‘하나님, 이 불안함을 떨치게 도와주소서.’

평소에 신앙심이 깊은 그로 소문대로 본인이 알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기도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통로를 지나 보안대를 넘으면 대한민국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는 공항을 벗어날 수 없었다.

“입국이 불허됐습니다.”
“네?”
“왜요?”
“병역기피로 입국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저는 잘 모르고요. 일단, 위에서 지시사항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냥 돌아가라고요?”
“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제야 비행 중 답답했던 머리가 시원해진다. 대신 숨이 막혀온다.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가슴은 복받쳐서 괴성이라도 지르고 싶다. 그러나 현 상황을 바꿀 힘이 없다.

‘일단, 대표한테 연락해보자.’

“대표님 저요.”
“그래, 나도 공항이야. 어디야?”
“저 출국을 못 하게 하네요.”
“그래, 나도 몇 시간 전에 통보받았어. 그래서 연락할 수 없었고.”
“이유가 진짜 병역 문제예요?”
“그렇다나 봐.”
“저희가 상의해서 알려준다고 했잖아요!”
“소용없었어. 어쨌든 잠시 기다려 내가 금방 들어갈 테니.”

김 대표는 일본행 표를 급히 마련해서 들어간다.

“대표님!”
“그래. 힘들지?”
“네. 답답합니다.”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아마 이후로 다른 연예인들도 쉽게 병역기피가 어려울 거 같아.”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제가 무슨 공언을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전달한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다 지들이 좋을 대로 해석하고 나서 왜 저한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지 모르겠어요.”
“그만큼 네 인기가 컸다는 거지. 그러지 않아도 대한민국에서 군 문제는 많은 청년이 다 기피하고 싶어하거든. 그런 이미지를 네가 어느 정도 바꿔 줄거로 기대했나 봐.”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죠?”
“일단, 미국에 가 있어. 그러다 보면, 기회가 있겠지.”
“네. 미국으로 다시 가라고요?”
“응. 방법이 없다. 여기서 계속 지낼 수도 없잖아.”

막막하다. 도착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13시간을 타고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해결될지도 알 수 없다.

“일단, 들어가 있어. 분명 기회가 있을 거야! 참, 넌 입대 생각은 없어?”
“지금은 없어요! 이런 병역 시스템이라면 정말 입대하고 싶지 않아요.”
“휴~ 쉽지 않겠구나. 당장이라도 네가 입대한다고 한다면, 방법을 찾아 보겠는데.”
“처음부터 대표님이 시민권 취득해서 빠지라고 했잖아요.”
“그래,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 어쨌든 들어가 있어.”

그는 단 한 시간도 머물기 싫었다.

‘이런 땅에서는 단 한 순간도 머물고 싶지 않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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