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수용은 아이를 망치는 길입니다
아이를 가장 힘들게 하고 궁극적으로 좋지 않은 훈육 방법이 ‘체벌’이라고 한다면, 아이를 망치는 훈육은 ‘무조건 수용’입니다.
현대 가정에는 자녀가 한 명이나 둘입니다. 셋 이상이면 많은 혜택이 있지만, 솔직히 혜택보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들고 그 과정도 너무 힘들어서 다들 손사래를 칩니다. 아는 지인은 셋째가 생기자마자, 병원에 가서 정관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하더라도 다산은 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어른들은 흔히들 “자기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라고 하면서 육아와 양육의 고통을 운명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먹을 게 부족하던 시절, 여러 형제는 굶주리기 일쑤였고, 어쩌다 좋은 음식, 의복이 생기면, 서로 갖겠다고 다투던 게 아주 오래 전이 아닙니다.
저만 하더라도 학용품과 옷 등은 사촌들에게 물려받는 게 당연했고, 양말이나 옷은 꿰매 입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린이날 최고의 음식은 짜장면이었고, 하루 용돈 백 원만 받아도 호주머니가 가득 찬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체벌은 일상이었기에 집에서도 잘못하면 부모님으로부터 회초리 세례를 감사히 받았고, 학교에서도 한 주에 1회 정도는 체벌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맞았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 부모가 거의 없겠지만, 당시에는 “우리 아이 더 때려 주십시오.”라고 하면서 교사의 체벌을 탓하기보다는 맞고 온 자녀가 잘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간혹 아이들이 억울하게 맞았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과거가 옳다는 게 아닙니다. 그 시절에는 ‘무조건 수용’은 ‘악(惡)’이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도 아이의 잘못을 감싸는 부모가 결국 도둑을 키운다는 메시지의 만화영화도 종종 방영됐습니다. 아이들이 잘못하면, 당연히 훈육해야 합니다. 아이를 두둔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면, 무지로 인한 실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정 연령의 아이들한테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르쳐 줘야 합니다.
◇ 완벽한 아이들?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면 종종 큰 소리로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만류하는 부모가 많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 아이들이 미용실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니길래 “여기는 공공장소야, 그러니 최대한 얌전하게 있도록 노력해.”라고 말했습니다. 지켜보던 헤어 디자이너분이 “아이 교육 잘 시키시네요.”라고 웃으면서 한 말씀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들이 아무리 떠들면서 돌아다녀도 제재하지 않는 부모가 대다수였습니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누립니다. 종종 그런 자유를 누리던 아이들끼리 충돌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한 아이는 울고, 어른들이 등장합니다. 가만 들어보면, 아무도 잘못이 없습니다. 혹, 있다면 상대방 아이랑 충돌한 게 재수 없을 뿐입니다. 우리 아이는 잘못하기가 정말 어려운 존재입니다.
잠깐만 생각해도 완벽하지 않은 부모한테 역시 완벽하지 않은 아이가 태어난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도 왜 그들의 자녀는 완벽한지 알 수 없습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천사와 같은 유아기를 지나면 당연히 훈육해야 하는데, 부모들은 잘 훈육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10대 청소년들의 비행 소식이 뉴스에 나옵니다. 집단 폭행도 있고, 집단 성폭행도 있습니다. 폭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서 SNS 등에 유포합니다. 이들은 이런 악질적인 행위를 했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억울하다고 주장합니다. 피해자는 당연히 가해해도 되는 아이로 규정합니다. 맞을 짓 했다고 주장하고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폭행은 범죄입니다. 정당방위가 아닌 이상 잘못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생각에는 잘못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자라면서 잘못했다고 지적받은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 훈육은 필요합니다
훈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훈육해야 할지 잘 모릅니다. 그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훈육하거나,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합니다. 굳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을 훈육한다면, “당신은 완벽합니까?”라고 묻고 싶습니다.
대부분 부모는 훈육과 관련한 정보(책,특강,방송)를 외면합니다. 아이 기르는 게 다 똑같다는 게 부모의 생각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한 살, 두 살 나이 들어가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다릅니다. 과거에 통했던 방법이 현재는 전혀 듣지 않을 때도 있고, 체벌 같은 경우 과거에는 당연한 훈육의 방법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하지 말아야 할 훈육 방법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있을망정 좋은 양육 방법은 연구하지 않습니다. 가끔 말을 지독히도 듣지 않는 아이들을 훈육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니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옆집 아이와 우리 집 아이가 똑같을까요?
첫째는 순종적이지만, 둘째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네 언니는 참 말 잘 들었는데, 너는 왜 그러니?”라고 하면서 비교하기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언니는 분명 말을 잘 들었습니다. 언니에게 맞춰진 훈육 방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둘째는 다릅니다. 그러니,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형제라도 똑같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둘째에게 맞는 방식이 필요하겠죠. 그러나 우리 부모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녀는 모두 똑같은 자녀니까요. “열 손가락 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잖아?”라는 반문의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면 저는 “열 손가락 똑같은 손가락 없잖아? 그리고 모두 아픈데 그 아픈 정도가 똑같아?”라고 역으로 질문하고 싶습니다.
◇ 좋은 아빠 TIP
1. 적절한 훈육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2. 아이들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실수를 너그러이 용납함과 동시에 훈육을 해야 합니다.
3. 아이들은 서로 다릅니다. 그러니 하나의 방법이 다른 아이한테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세밀한 관찰과 훈육 방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4.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부모가 아이들을 계속 관찰하고 그러면서 학습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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