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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리칼럼(43)] 청소년들의 목소리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1.02.24 14:05 의견 0

2020년 최고의 순간을 꼽으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어제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 콘퍼런스에 초대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

강화에서 3년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우리 지역을 살리자, 지역에서 살아야 한다”와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다. 이제라도 대본을 짜야 하나, 말을 잘할 수 있을까 오만가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콘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역시 또 혼자 고민이 많았구나, 미래세대들은 다 답이 있구나’를 느꼈다. 청소년들은 우리의 품 안에서도 훌륭했지만, 밖에 내놨을 때는 더욱 훌륭해지는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파르르 떨던 두 어른과 비교하면 더 훌륭했다.

“강화다움, 지역의 훼손, 재정 자립도… 그리고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영상을 본 사람 중에는 청소년들이 뚱딴지같은 소리를 한다거나 말을 잘 못 한다고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무대에 올라온 친구들은 18년간 강화에서 살아오면서 강화에 대한 생각이 이제 막 깨지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보는 우리로서는 너무나 뿌듯했다.

지역의 지역다움이라는 것을 지워가면서 서울을 쫓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 서울과 다른 강점인 자연을 훼손하는 것, 자립할 수 없는 우리 지역의 곳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강화를 걱정하는 모습은 “우리가 함께하면서 같은 생각을 공유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안타까움에서 비롯한 막연한 애향심과는 다르다. 이 안타까움 속에서 ‘자신이 할 일’을 찾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것을 위해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청소년기를 마무리하고 청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저희가 함께한 고민과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진짜 지역의 인재들을 강화가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온더레코드>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3년.

어떤 분께서 청소년 크루는 안 떠는데 운영진들은 왜 그렇게 떠냐고 청심환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그만큼 나와 홍준 님은 온더레코드라는 공간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2018년 초, 패기롭게 홈페이지에 소개된 메일로 미팅을 요청하고, 청심환을 먹고 윤미 님을 만난 뒤 “이곳에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자!”라고 마음먹었는데, 딱 3년 뒤 이곳에서 강화의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지켜보니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벅차고 떨렸다.

<온더레코드>라는 공간에 전시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자리였기에, 여기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그 동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 의미에서 어제의 자리는 우리에게는 올해 최고의 자리였다.

콘퍼런스의 주제인 ‘우리는 러닝메이트’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도시에서는 참 좋은 메이트들과 함께 고민했는데 지역에서는 참 외로웠구나….’

강화도의 청소년들이 한 이야기는 서울에서는 박수를 받아도, 정작 강화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가 보낸 메일의 수신확인 표시는 ‘읽지 않음’이다. 강화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생활기록부 혜택이 사라진 우리의 프로젝트는 더더욱 외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농산어촌에 너무나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지역의 제1, 2 어른들이 귀찮다며 기피하고, 청소년들은 왜 필요한지를 몰라 주저할 때, 외부에서 온 우리만의 오만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질까 너무나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갑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간다. 어제와 같은 감동을 받기 위해, 더 재밌는 일을 하기 위해 방법을 또 찾을 것이다. 그때는 덜 고독하고 외로웠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분이 함께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언젠가 <멘토리>가 보내는 메일을 받으면, 꼭 함께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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