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과 학습
개인적으로는 교육과 학습을 구분합니다. 교육은 참여자가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개념으로, 쉽게 생각해서 학교 교실 수업을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반면에 학습은 참여자가 능동적으로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관심 분야에 몰입하는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물론,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기에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교육 시간보다는 학습 시간이 더 많아야 아이가 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아웃라이어>에서는 연주자들의 급을 나누면서 결국, 연습 시간에 달려 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엘리트 수준은 그 아래 단계의 연주자보다 평균 하루에 30분 이상은 더 연습했다는 통계를 제시합니다. 그들이 같은 학원에 다니고, 같은 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할 때 차이는 연습 시간에 달린 것이죠. 30분이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여도 1년 이상 쌓이면 무시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1년을 300일로 계산해도 9,000분에 이르고 시간으로 150시간이며, 약 1주일이 넘는 시간을 더 연습했다는 말이 되니까요.
예일대학 로스쿨 교수 에이미 추아(Amy Chua)의 <타이거 마더>를 읽다 보면, 그녀의 자녀 교육 방법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남다른 연주 실력은 남다른 연습량에 달렸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이런 연습을 저는 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습 시기
안아는 4살 때 약 1년 정도 어린이집에 다녔습니다. 그 외에 다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문화센터 등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잠시 경험하긴 했지만, 계속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시간 나면, 책을 읽어주고, 손잡고 산책하고 놀이공원에 놀러 갔습니다.
국어는 교육 방송에 나오는 “한글이 야호 2”를 보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몇 개월 지나자 대부분 글씨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한글 가르치는 수고를 덜었죠.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읽게 시키거나 무리해서 다른 교육과 학습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칼 비테의 아버지께서 이 상황을 봤다면, 저를 크게 나무랐을 거 같습니다.
어린아이가 숫자를 세고, 한글을 읽는 게 신기했고 그걸로 만족했습니다. 어차피 조금 지나면 그런 시절이 사라질 테니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 줬습니다.
다섯 살이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반 유치원에 보내고 싶었지만, 아내와 상의 끝에 영어 유치원에 보내게 됐습니다. 영어 유치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얼마나 타이트하게 영어를 가르치는가를 잘 따져서 선택하면 됩니다.
우리 부부는 영어를 재미있게 접하길 바랐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가장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영어 유치원에 보냈습니다. 보내는 과정은 제가 유치원에 가서 시설을 확인하고 상담을 받은 후, 안아를 데리고 가서 만족도를 확인했습니다.
“여기가 안아가 다섯 살부터 다닐 유치원이야! 마음에 들어?”
혹시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보내지 않을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안아가
“응, 다니면 좋을 거 같아.”
라고 대답했습니다. 이후에도 한 차례 방문해서 안아의 생각을 확인했고, 안아도 ‘영유’ 시절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적응도 힘들고, 낯선 영어를 경험해야 하니 매일 눈물바다였습니다.
“가기 싫어! 엉엉!”
유치원 보내는 게 어린 송아지 도살장 보내는 심정이었으니 참 어려웠습니다. 물론, 안아만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아이가 다 그랬습니다. 이런 상황에 저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영유’를 꼭 보내야만 하나?’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여러 번 했습니다. 영어는커녕 아이의 성격도 좋아지지 않을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아이들이 적응했습니다. 안아도 적응해서 유치원 가는 걸 즐거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하지도 않았습니다. 글씨도 잘 못 썼으니, 특별히 확인할 길이 없었죠. 종종 담임 선생님이 전화해서 온라인 텍스트를 읽도록 지도해 달라고 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딸은 다섯 살이다. 다섯 살이 누려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즐겁게 노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연간회원권을 들고 일주일에 2~3번은 꼭 놀이공원에 가서 신나게 놀이기구를 태워줬습니다. 그 덕에 초등학생이 된 안아는 놀이공원에 가자는 말을 잘하지 않습니다.
종종 안아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독서를 유도하긴 했지만 충분한 자유시간을 주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조기 교육에 열광적인 지지자들은 아마도 이런 제 교육관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질책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넘도록 유치원에 있다고 돌아오는 안아에게 다른 걸 더 요구하는 건 지금 생각해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시간을 충분히 배려함과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시내에 나가 가장 큰 서점에 가서 처음으로 책을 고르는 경험도 했고, 과학관이나 미술관 같은 곳도 가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그리고 극장도 처음으로 데려가 엄청 큰 뽀로로 친구들도 보여주었죠.
그렇게 안아의 ‘영유’ 1년 차가 지나갔습니다. 낯선 영어도 조금 익숙해지고, 통원 버스도 충분히 적응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아빠 마음에 새로운 걸 시도할 ‘때’가 됐다는 욕망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좋은 아빠 TIP
1. 아이와 자주 놀아 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시켜주세요. 단, 시행착오는 항상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2. 아이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첫째가 잘했다고 해서 둘째가 잘하라는 법칙은 없습니다. 아이마다 다르기에 각자 다른 방법으로 교육과 학습 시기를 결정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3. 아이 때 많이 놀아야 한다고들 합니다. 그런 시간이 많으면 좋습니다. 단, 시기마다 할 수 있는 교육과 학습은 병행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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