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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빠! 그냥아빠?(24)] 교육과 학습의 원칙

조연호 작가 승인 2021.03.15 14:05 의견 0

여섯 살 안아

아이들은 모두 다릅니다. 첫째가 다르고 둘째가 다릅니다. 첫 아이한테 통했던 방법이 둘째 아이한테는 전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잘하는 – 부모의 마음에 드는 – 아이한테 더 관심을 두고 칭찬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혹 기준에 못 미치는 자녀한테는 항상 하는 소리 “넌 도대체 누굴 닮아서?”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부모는 이 질문의 답을 아주 잘 알죠. 바로 “나”를 닮아서 그렇다는 걸요.

안아는 기본적으로 아주 성실한 아이입니다. 시키는 걸 잘하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물론, 평소 교육도 ‘성실’과 ‘최선을 다함’에 중점을 뒀습니다.

“아빠는 안아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이런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잘해서 두각을 나타내면 당연히 기분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영유’를 오고 가기만 하다가 여섯 살이 되니, 간단한 레벨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영어 독서 수준을 알아야 수준에 맞는 책을 읽힐 수 있었으니까요. 숙제가 전혀 없다가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10쪽 남짓한 작은 책이었기 때문에 아이한테 크게 부담스러운 숙제는 아니었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책도 꾸준히 읽어 간 아이들은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어쨌든 테스트를 하고 결과가 나왔는데, 최저 단계였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안아의 수준이 낮으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분석해보니, 수준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처음으로 테스트라는 걸 실시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던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담당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테스트와 관련한 부분을 상담했고, 선생님 역시 안아의 수준을 고려할 때 이하 레벨이 나왔다고 답변해주셨습니다.

상담 이후 주말에 안아와 테스트 준비를 했습니다. 안아가 유치원에서 치렀던 유형과 비슷한 수준의 영어 낱말 카드를 보여주면서 읽게 했습니다. 사실, 여섯 살 아이가 영어 단어를 보고 제대로 읽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저는 강압적으로 시켰습니다.

처음부터 강압적으로 하려던 건 아니었죠. 하지만 안아와 함께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자녀가 뜻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 느끼는 그런 답답함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친절하게 안아를 가르칠 수 없었습니다. 지켜보던 아내도 짜증을 내면서 “제발 그만 좀 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더니, 본인이 낱말 카드를 집어 들고 안아와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와 아주 많이 다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난 후 안아는 수준에 맞는 레벨에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 안아는 매일 영어 독서를 했습니다. 분량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매일 듣고 읽는 학습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물론, 쉬는 날은 철저히 자유시간을 줬습니다.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안아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었고 여전히 평일에도 놀이동산에 자주 놀러 갔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서 아침에 영어 독서를 했기 때문에 오후에는 안아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습니다.

◇ 피아노는 싫어! 발레 하고 싶어!

개인적으로 피아노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는 못 합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에 피아노 학원에 한 달 다닌 게 다입니다. 그래서 피아노 연주 듣는 걸 좋아하고,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을 동경합니다. 이런 경우 부모는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등록시키고 다니기를 종용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안아의 뜻을 물었습니다.

“안아야, 이제 여섯 살이니까 피아노 배워볼까?”
“아니, 난 피아노 학원은 안 다닐 거야. 발레 배우고 싶어.”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피아노 잘 치는 안아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 바람을 뒤로 밀어둬야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습니다. 당장 안 다닌다고 해도 다음 달, 아니면 몇 달이 지나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발레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의 본향이 아닌 낯선 곳에서 아이의 학원을 찾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엄마가 챙기는 학원이어서 아빠가 알아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발레를 원하니 열심히 집 주변과 유치원 근처 학원을 검색 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한 곳을 선택했는데, 다행히 안아와 친한 친구가 다니고 있었습니다.

유치원을 마치자마자, 안아를 데리고 발레 학원에 갔습니다. 1주일에 2회였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안아도 즐겁게 발레를 배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발레 학원 대기실에서 안아를 기다리다가 발레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투명한 창으로 잠시 살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와 딴청을 부리느라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친구와 놀고 싶었겠죠. 하지만, 엄연히 배우는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수업이 끝나고 나서 좀 호되게 꾸중했습니다.

“안아야, 발레를 배울 때는 집중해야 해! 그런데, 아빠가 보니까, 친구랑 노느라 집중하지 못하더라. 그렇게 할 거면 안 하는 게 나아! 아빠가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했지? 그런데, 안아는 열심히 하지 않았어.”

안아는 스스로 집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울면서 “앞으로 집중 잘할게요!”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안아는 자신의 말을 잘 지켰습니다. 가끔 선생님께 “안아 집중 잘하나요?”라고 물어보면, 언제나 “네. 집중은 정말 잘해요.”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습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할 무렵, 저는 다시 안아한테 피아노를 권유했습니다.

“안아야, 피아노 학원도 다닐까?”
“아니, 안 다닐 거야.”
“그럼, 언제 다닐 거야?”
“난, 여덟 살 되면 피아노 학원 다닐 거야.”

여섯 살 아이가 2년 후를 예약합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아빠가 몇이나 있을까요? 하지만, 전 믿었습니다. 그리고 안아는 2년 후(8세)에 정말로 피아노 학원에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아주 즐겁게요.

우리 부부는 사교육을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단, 부부가 가르쳐 줄 수 없는 건 사교육의 힘을 빌리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셈을 가르치고, 과학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달리, 주로 예체능에 집중했습니다. 물론, 방문 학습으로 수학과 과학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보조했습니다.

발레를 몇 개월 다니면서 적응이 됐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걸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피아노는 싫다고 했으니, 미술을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안아는 미술도 거절했습니다.

“안아야, 피아노 학원은 나중에 다닌다고 했으니까, 미술 학원은 어때?”

안아의 대답이 정말 굉장했습니다.

“난, 안 다녀도 돼. 난 그림을 아주 잘 그리거든.”

솔직히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려서 가져오면 다들 칭찬하니, 어린 마음에 ‘난 그림을 잘 그리나 보다.’라는 생각이 심어졌나 봅니다. 몇 번을 권해도 같은 대답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넌 그림 못 그린다니까!”라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대로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요? 아니면 이번에는 강제적인 힘이 필요했을까요?

◇ 좋은 아빠 TIP

1. 자녀를 교육할 때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성실함’과 ‘최선을 다함’이었습니다. 어차피 천재가 아닌 이상 아이들의 잘하는 수준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2. 새로운 배움을 시작할 때(피아노, 미술 등) 자녀와 진지하게 대화해야 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한다고 해서 할 필요도 없고, 자녀가 즉흥적인 마음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와 계속 대화해서 성향을 파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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