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에 대한 걱정
안아가 ‘영유’에 다닐 때 종종 친구 엄마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다들 비슷한 연배였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엄마도 있었습니다.
부모들이 모이면, 당연히 아이들 공부 이야기를 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 주제지만, 듣기도 하고 조언을 해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 엄마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에 대해서 말하면서 수학 실력이 향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수학 시험을 보면, 항상 시간이 부족하대요.
요즘 문제는 단순 계산이 아니라 문제를 읽고, 서술형으로 써야 하기도 하다 보니,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틀리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부족한 거 같아요. 결국은 독서가 중요하다는 거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그 답을 쓰기 위해서는 독해력이 우선 돼야 합니다. 그러니, 독서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독해력과 문해력은 하루아침에 형성할 수 없습니다.
열심히 읽히고, 생각하게 하고 확인해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부모는 이런 과정을 잘하지 않습니다. 독서가 중요해서 독서 학원에는 보내도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책 읽기가 중요하다면, 부모가 솔선수범해서 독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부모는 별로 없습니다. 원인을 알았다면,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 해결책은 학원으로 귀결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다 보니, 안아한테도 수학을 가르쳐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초등학교 1학년 수학 문제집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안아한테 주고
“한 번 해볼래?”
라고 했습니다. 안아는 문제집을 받고 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습니다. 당연히 어려워했습니다. 왜냐하면, 문제를 읽고 이해하긴 해도 답을 서술형으로 쓰는 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장력이 없으면, 어려운 문제는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독해력에다 문장력도 있어야 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런 문제를 1학년이 정말 풀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 이상으로 잠재력이 뛰어납니다. 하루에 짧게는 20분, 길게는 30분 정도 학습을 하다 보니, 문제집이 한 권이 거의 끝날 때쯤에는 괜찮은 서술을 하고, 식을 쓰고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수학을 지도하니, 위에서 말한 엄마의 정보는 반쪽짜리였습니다. 독해력과 함께 문장력도 필요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내용을 글로 적을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것이죠.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학습해보지 않고, 판단하는 대부분은 정말로 대체로 부족합니다. 그리고 함께 공부해 보지 않으면, 내 자녀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안아는 흥미롭게 하다가도 힘들어지면, 하기 싫다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어려워도 해야 실력이 늘지.”라고 대답하면서 어려운 부분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해 주려고 합니다(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는 건 비밀입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파트에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할 분량을 파격적으로 줄여줍니다. 그러면 안아는 또 도전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알아 가면서 희열을 느낍니다. 이때는 뇌 학자들이 말하는 ‘도파민’과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는 듯합니다.
◇ 영어를 배우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이상 영어는 반드시 해야 하는 공부입니다. 미국의 몰락과 관련한 예측이 수십 년 전부터 있었지만, 여전히 미국은 초강대국이며, 기축통화 역시 달러입니다. 제2의 강국이라고 하는 중국의 약진이 미국을 위협하고 있지만, 당장 바뀔 상황은 아니며, 경제 분야에서 미국을 능가하더라도 기축통화 달러와 세계 공용어 영어의 위상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듯합니다.
사실, 외국어 조기 교육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습니다. 조기 교육의 폐해를 말하기도 하고, 빠를수록 좋다고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나오는 책에서는 유럽식 교육을 지향하기에 폐해를 더 많이 지적합니다. 그러나 엘리트들은 조기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조기 교육은 일찍 시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결국 더 많은 시간을 성실히 수행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낳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즉,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요? 답은 “아이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고 하면서 자녀에 대한 사랑은 같다고 얼버무립니다. 그런데, 실제로 손가락을 깨물면 모든 손가락이 아픈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가 다릅니다. 이 말은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이죠.
한 부모의 자녀지만,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닙니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의 자녀들이 그 부모 수준이 될 확률도 높지 않다고 합니다. 결국, 아이마다 특성을 고려해서 외국어 교육 시기를 결정하면 됩니다. 정말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킬 필요도 없고,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데 굳이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안아는 5세 때부터 ‘영유’에 다녔습니다. 관련한 이야기는 서두에서 했기 때문에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안아의 학습능력이 조금씩 발달함에 따라 영어 난이도를 조금씩 올렸습니다. 그리고 외국어인 만큼 꾸준히 매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물론, 주말과 휴일은 철저하게 쉬었고요.
비교할 대상이 많지 않고, 아직 어리기에 성과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제가 중학교 고학년 시절이나 고등학교 때 읽었던 본문을 읽고 간단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력이 됐습니다. 모든 지문을 완벽하게 해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듣고 읽으면서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모르는 단어도 어느 정도 유추하고, 정말 모르는 단어는 혼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서 문제도 풉니다.
“오늘은 영어 해야지?”라고 하면, 하던 대로 진행합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물론, 완벽하게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니 부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적도 하고 모르는 부분은 도와주기도 합니다.
아울러 1주일에 1회는 영어로 길지 않은 저널도 쓰고 있습니다. 쓰기 싫을 때는 대충 쓰지만, 본인이 쓰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는 길게 쓰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할 수 있는 학습, 듣고, 읽고, 쓰기를 모두 하고 있죠.
제 생각에는 초등학교 과정을 이런 식으로 보내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세계 공용어 영어를 배우고 나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조기 외국어 교육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게 좋습니다. 혹, 배우는 방식에 따라서 적응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으니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 보기를 권합니다.
다만 어린 유아기부터 영어 단어 테스트를 진행해서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학원도 있는데, 아이가 여유 있게 적응한다면 모를까? 부모의 만족을 위해서 그런 학원에 보내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아이들을 종종 볼 기회가 있었는데, 얼굴이 밝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여정으로 영어를 배워야지, 부모의 만족을 위한 영어 배우기가 되는 것은 양육의 정도(正道)에서 굉장히 멀어진 일입니다.
◇ 좋은 아빠 TIP
1. 자녀들의 학습 방법은 아이들마다 다릅니다. 학습과 관련한 도서나 조언은 참고용이지, 무조건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자녀들의 성향을 잘 고려해서 참고만 해야 합니다.
2. 조기 교육도 아이의 성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곧 잘 따라오는 자녀도 있지만, 어려운 자녀도 있습니다. 학습의 시기가 빠르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전략을 잘 세운다면 조금 일찍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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